2020년 4월, 아름다웠던
문토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영화 토론 모임은 모집마감이고 글쓰기 모임이 눈에 들어온다.
“써봄... 글쓰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글쓰기에 엄청 의미 부여하던데.... 난 그런 거 별로, 뭐 한 번 가보고 별로면 환불하면 되니까”
2020년 어느 봄날, 그렇게 우리는 합정동 문토 사무실에서 서로를 만나 3개월간 6번의 모임을 함께 써 내려갔다.
모임의 첫날, 리더인 형준이는 스텔라 아르투어 맥주를 인원수대로 준비해 왔다. 토요일 오후 2시에 건배를 나누며 시작한 우리의 첫 모임은 각자 준비한 3개의 글감을 랜덤으로 뽑아 글을 쓰는 시간이 있었는데 나는 나얼, 곤비, 설렘이라는 3개의 글감으로 꽤 괜찮은 글을 썼었다.
그날, 스킨헤드에 수염을 기른 인섭이가 자기는 인상은 무섭지만 친절한 사람이라고 자기소개를 했다. 유일하게 모임 후 뒤풀이를 하지 않은 날이었다.
각자의 인생영화를 소개하는 날, 유나는 ‘윤희에게’를 소개했고 그 영화는 내 최애 중의 하나가 되었다. 얼마 후 문토에서 처음으로 소셜링이 생겼을 때 나는 온라인시네마클럽의 첫 호스트가 되어 ‘윤희에게’ 모임을 열기도 했었다.
이 날은 써봄과 같은 시간대에 다른 방에서 글쓰기 모임을 하던 인섭이의 여자친구 한나가 우리들의 뒤풀이에 합류하기 시작한 날이기도 하다. 그날의 뒤풀이는 새벽 3시까지 이어졌는데 미희는 우리를 홍대의 모모키친 심야술집으로 데려갔다. 유나는 그곳의 스키야키를 정신없이 먹었고 한나는 마치 엄마 같은 눈빛으로 그 모습을 바라봤다.
유나는 여행 글쓰기를 했던 날, 제주도의 수제맥주집 ‘제주약수터’를 소개해줬는데 마침 제주도 여행 계획이 있던 나는 그곳에서 ‘올레길’이라는 라들러를 포장해 왔고 ‘청춘’에 대해 글을 썼던 날, 맥주를 가져와 모두에게 따라주는 내 모습을 미희가 사진을 찍어줬다.
머리카락이 있고 살집이 퉁퉁한 그 사진 속 내 모습을 가끔 볼 때면 참 어색하다. 그날 라들러를 제일 감탄하며 마신 건 인섭이였다.
마지막 모임은 ‘유서 쓰기’였다. 누구 한 명 울거라 생각했는데 아무도 울지 않았다. 형준이는 그날의 유서를 제외한 5회분의 모든 글을 제본해서 멤버들에게 나눠줬다.
형준이는 대학교 가을졸업을 앞둔 취준생, 재학 중에 세계 절반일주를 다녀와 졸업이 늦어졌고 자신의 여행일지를 엮어 한 권의 책을 낸 작가였다. 수줍음이 많아서 ‘리더’라는 명분을 빌려 멤버들에게 본인의 마음을 표현하는 따뜻한 친구였다.
모임 때는 늘 맑은 모습을 보였지만 우울증 약이 없으면 일상을 보내기 힘든 상황이었고 함께 모임을 하던 중에 여자친구와 이별을 했다.
전체 모임의 중반쯤, 다른 멤버와의 트러블 때문에 모임을 그만하려고 문토 측에 환불요청을 했었을 때, 그 소식을 들은 형준이가 “신범님은 이번 멤버 중에 모임 후에도 가장 친하고 지내고 싶은 분이에요. 제가 해결해 볼 테니 같이 모임 했으면 좋겠어요”라며 남에게 도움 참 못 받고 사는 나에게 진귀한 경험을 시켜줬다.
마지막 모임 날, 스코틀랜드 여행을 계기로 싱글몰트위스키의 매력에 푹 빠져 있던 형준이에게 나는 위스키 잔을 선물했다.
3개월 간의 모임이 끝나고 우린 세 번의 만남을 가졌다. 처음은 2020년 6월에 한강에서 나, 형준, 미희, 유나. 두 번째는 2021년 연말에 형준, 유나, 그리고 부부가 된 인섭과 한나. 마지막은 2022년 8월에 일본행 후 첫 귀국을 한 나와 형준 단 둘이.
둘이 찍은 사진을 미희가 빠진 톡방에 공유하며 다음번엔 다 같이 만나자 했었는데.
소셜 모임을 하다 보면 때로는 빌런도 만나고 허무할 때도 있다. 일본에 가 있는 동안 문토가 너무 커져버린 탓에 ‘문토에서 가장 유명한..., 셀호 오브 셀호, 문린이‘등의 한숨 나오는 문구들이 보일 때도 있다.
그럼에도 지금껏 글쓰기 모임을 참여하고 좋은 사람들을 알아갈 수 있는 것은 나에게 ’ 써봄‘이라는 청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나는 참 여전히 여전하다.
너희들도 여전하니?... 건강하게 잘 지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