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명라 Jul 15. 2021

'알고 지은 죄, 모르고 지은 죄'

며칠 전, 지인과 점심식사를 하고 같은 승용차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 가다가 어느 아파트 단지를 지나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문득 그분 딸이 몇 년 전에 그곳 아파트를 분양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생각이 들어서 아무 생각도 없이 저는 그분께 질문을 했습니다.


"예전에 딸이 저 아파트를 분양받았다고 하던데, 지금 입주해서 살고 있나요?"


저의 질문을 받은 그분은 몹시 당황을 한 표정으로 저의 무릎을 손으로 툭 치더니 '그렇다'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분 딸의 결혼식에도 참석을 했었고,  그 후 아파트 잔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위가 매일 직장에서 잔업과 특근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던 터라 저는 아무런 생각 없이 그런 질문을 했던 것입니다.  


그 후 며칠이 지나서 저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고, 지금까지 내내 그분께 그런 질문을 했던 나의 실수를 후회하고 있습니다.


그 사실은 다름 아니고, 나에게 질문을 받았던 그 딸이 결혼을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혼을 했다고 합니다.

딸이 혼자된 지 오래되었지만 가까운 주변 사람들에게도 말을 하지 않고 있어서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했습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후 지인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을 해 봅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한 딸의 이혼이 그분의 마음을 얼마나 속상하게 했을지... 예상치 못한 나의 질문이 그분을 얼마나 당황하게 했을지... 그 아픔의 정도를 감히 가늠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오래전에 제 바로 밑의 동생과 전화로 주고받았던 이야기입니다.


"언니야~ 알고 지은 죄가 무서울 것 같아? 모르고 지은 죄가 더 무서울 것 같아?"


"글쎄~ 알고 지은 죄가 더 무섭지 않을까?"


"언니야~ 그게 아니래. 모르고 지은 죄가 더 무서운 거래"


"그게 어떤 이유로 그렇다니?"


"사실 나도 처음에는 그 이야기를 듣고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었거든. 그런데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까 그 말이 맞는 것 같아.


아주 뜨거운 불에 덜 달구어진 새까만 쇳덩어리가 바로 앞에 있다고 상상을 해봐~ 그 쇳덩어리가 뜨겁게 달구어져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 쇳덩어리를 손에 쥘 때 수건이나 행주를 감아서 아주 조심스럽게 들겠지?

그런데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은 그 쇳덩어리를 아무 생각 없이 있는 힘을 다해서 꽉 쥐어 버릴 것이 아니겠어?


그것처럼 자신이 지금 잘못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은 상대방에 대해서 자기가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잔인하게 할 수가 없지만, 자신이 하는 일이 잘못된 일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사람은 그만큼 상대방에게 있어서 철저하고 아주 잔인하게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어"


"그래... 네 말을 듣고 보니 그 말이 맞는 것도 같구나..."


그런 내용의 전화 통화를 하고 나서 며칠 동안 동생의 말들이 저의 귓가를 떠나지 않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알고서 지은 죄,

모르고 지은 죄.


언제인가 웰다잉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서 찾아본 자료에 의하면,  

불교에서는 알고 지은 죄의 수가 '백가지'라면, 모르고 지은 죄의 수는 '천가지 만가지'라고 합니다.


죄를 짓고도 그것이 죄인 줄 모르는 것이 훨씬 더 나쁘고, 아주 나쁜 일이라고 했습니다.




저 또한 50대 후반까지 살아오면서 본의 아니게 가까운 주변 사람들에게 알고서 지은 죄도 있었겠지만, 저 자신도 모르게 지은 죄 또한 적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번에 있었던 일처럼, 그동안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저의 주변 사람들에게 모르고 지은 죄는 얼마나 될는지...


저의 모르고 지은 잘못으로 인해서 마음에 상처를 받고서 마음 아파했을 사람은 또 얼마나 되는지...


알고서 지은 죄야 저의 마음에 두고두고 미안함으로 남아서 언제라도 그 잘못을 씻어 낼 수 있겠지만,

모르고 지은 저의 죄는 저 또한 알 수 없는 죄이기에 감히 씻어 낼 수 없는 온전한 저의 죄로 남아 있겠지요?


그 죄를 깊이깊이 반성합니다.

저 자신도 모르게 지었을 그 많은 죄를요.


그리고 앞으로는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노력하며 겸손하게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진심으로요...




매거진의 이전글 비대면(ZOOM)으로 뇌체조 하실 분 계신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