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이모의 차를 타고 아줌마의 품에 안겨서 아줌마의 친정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셋째 이모가 나의 이름부터 지어주자고 했고, 곧 바로 '방울'이로 하자고 제안을 했대요.
그래서 아줌마도 그렇게 하자고 맞장구를 쳤다네요.
어두운 시골길을 달려 친정집 마당에 차를 세우고 마당에 나 '방울'이를 내려놓았더니, 그토록 사람들을 경계하고 가까이 다가오지 않던 엄마 강아지가 반갑게 내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나도 엄마 강아지를 따라서 마당 곳곳을 따라다녔지요. 아줌마는 행여라도 엄마 강아지를 따라 내가 없어질까 봐 한시도 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습니다. 그때 아줌마는 나의 엄마가 1살 된 엄마 강아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하네요.
밤이 더 깊어져서 아줌마는 나를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따뜻한 물에 목욕을 시켜 주었습니다. 셋째 이모, 막내 이모, 두 외숙모, 그리고 아줌마는 나를 서로 번갈아 안아주면서 아주 예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모두들 안방에 나란히 누워서 잠을 청했습니다. 나는 아줌마 곁에 꼭 붙어서 잠을 잤지요. 그런데 새벽 3시쯤 되었을까요? 보일러를 튼 안방이 어찌나 더운지 나는 헉헉 대기도 하고 낑낑대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낑낑대는 바람에 모두들 잠에서 깨어났지요. 아줌마는 하는 수 없이 나를 데리고 거실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거실 바닥에 이불을 깔고 나를 아줌마 배 위에 올려놓고 잠을 청했지요. 그렇게 잠시 잠을 청하는 동안에 할머니 강아지와 엄마 강아지가 마당에서 짖어 대기 시작했습니다.
아줌마는 무슨 일인지 살펴보기 위해서 작은 방 창문을 통해서 마당을 내다보았습니다. 하늘에는 보름달이 훤한데 두 강아지가 마당 한가운데 서서 대문 밖을 향하여 짖고 있더랍니다.
그때 아줌마는 그동안 친정엄마께서 돌아가신 후에도 두 강아지들이 저렇게 빈집을 지키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뭉클했다고 합니다.
다시 아줌마가 거실에서 나와 함께 잠을 자고 있는데 마당에서 새끼 강아지가 낑낑대는 소리가 들리더래요.
아줌마는 잠결에 새끼 강아지 소리를 듣고 또 작은 방 창문을 통해서 마당을 내다보았더니, 세상에나 어제 그토록 찾아 헤매었던 얼룩 강아지가 두 엄마 강아지와 함께 마당 이곳저곳을 쏘다니고 있더랍니다.
순간, 아줌마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 서둘러서 안경을 찾아 쓰고 다시 한번 마당을 내다보았는데 정말 얼룩 강아지가 맞더래요. 얼른 신발을 찾아 신고 현관문을 열고 마당에 나갔더니 그 잠깐 사이에 두 어미개들은 뒷산으로 도망을 가고 새끼 강아지도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더래요.
아줌마는 안방에서 자는 두 이모와 두 외숙모를 깨워서 새끼 강아지가 집안 어딘가에 있다고 함께 찾아보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다섯 명이 집 안팎을 아무리 찾아보아도 새끼 강아지는 없더랍니다. 그때 아줌마는 창고에 가득 쌓아 둔 콩대무더기가 의심스럽더래요.
콩대는 지난 가을에 추수를 하여 창고에 쌓아놓고 해를 넘기고도 타작을 하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아줌마는 마당 한가운데에 콩대 무더기를 하나 둘.. 꺼내어서 쌓아놓고 마지막 콩대를 들어내는 순간, 세상에나 그 콩대 밑에 어제부터 그토록 찾아 헤매었던 얼룩 강아지가 죽은 듯이 납작 엎드려 있더래요.
아줌마는 다시 한번 눈을 크게 뜨고 얼룩 강아지가 확실하다는 것을 확인을 하고 자신도 모르게 흥분된 목소리로 "여기 좀 보세요, 강아지가 여기에 숨어 있어요!" 하고 다른 사람들을 불렀대요.
집안 여기저기서 두 이모랑 두 외숙모가 "어디? 어디?" 하고 달려와서 함께 확인을 하고는 '이 강아지가 어제 오후 내내 여기 콩대 속에 숨어 있었나 보다'고, '어쩌면 그럴 수 있냐'고 신기해했습니다.
아줌마는 또 자꾸만 사람들을 피해서 숨으려고 하는 얼룩 강아지를 집안으로 데리고 와서 목욕을 시키고 나와 함께 상자에 담았습니다. 얼룩 강아지가 나와 함께 있으면 마음이 안정이 될 거라고 생각을 했던 것이지요.
박스 안에 함께 있는 아롱이와 다롱이...
다섯 명의 아줌마들은 콩대 속에 숨어있던 얼룩 강아지 덕분에 마당에 꺼내 놓은 콩대를 두들겨서 뒤늦은 콩 타작을 시작 했습니다. 콩 타작을 마치는 순간에 많은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빗속을 두 마리의 할머니, 엄마 강아지가 집안에 있는 우리 두 강아지를 찾아서 마당을 헤매고 다녔다고 합니다.
다섯 명의 아줌마들은 우리 두 강아지 모두 경남 함안에 있는 아줌마의 시댁에 데려다 주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서둘러서 아침 식사를 마치고, 두 마리의 할머니, 엄마 강아지를 빈집에 남겨 두고 전북 장수군 산서면을 출발하여 경남 함안으로 향했습니다.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두 강아지의 이름을 지어주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아줌마가 자신도 모르게 '알록달록'이라는 말을 했고, 셋째 이모가 그 단어가 들어가게 '아롱이', '다롱이'라고 부르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하루 전날 '방울'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나는 '아롱'이, 하루 전부터 아줌마들을 찾아 헤매게 했던 얼룩 강아지는 '다롱'이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하얀 암컷 강아지 나는 '아롱'이, 얼룩 수컷 강아지는 '다롱'이.
우리 아롱이, 다롱이 남매는 같은 박스에 담겨 서로 의지하면서 아줌마의 시댁이 있는 경남 함안으로 향했습니다.
나 아롱이와 다롱이가 박스에 담겨서 셋째 이모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아줌마네 시댁으로 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