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저런 핏 덩이를?"
지금은 복개천(覆蓋川)으로 뚝섬역에서 구의역까지 이어지는 고가 전철이 놓여 달리고 있지만, 내가 다니던 뚝섬역 근처에 있던 학교에서 집으로 오가는 길은 가운데에 개천이 흐르고 있었고 양쪽으로 길이 이어졌다.
학교 등굣길을 어느 쪽 길을 택할 것인가는 맘 내키는 대로였다.
얼음이 풀리는 계절, 막 개학을 하고 일찍 하교하던 때였다.
개천 양 길로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동네 교회 착한 집사님이
개천 한가운데에서 버려진 한 물체를 향하여
한숨인 듯
기도인 듯
눈물을 글썽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동네 사람들이 말했다.
“아마 공장에 다니는 여자가 낳아 버렸을 거야! 쯔~쯧
“어제 한 밤중에 신문지에 싸서 몰래 갔다 버렸대!”
“아이고! 누가 저런 핏덩이를?”
....
물에 젖어 찢어진 신문지 사이로 몸보다 큰 하얀 머리가 보였다.
1kg 채 되지 않아 보이는 아주 작은 물체를
수위 낮은 개천이 차마 삼키지 못한 듯
징검다리에 걸려 있었다.
4학년 아이가 보기에는 너무나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그래도 한참을 바라보았다.
다시 살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이윽고 누군가가 신고를 했는지 경찰이 왔다.
그리고 수거(?)해 갔다.
한동안
나는
개천의 그 자리를 차마 지나가지 못하고
멀찌감치 돌아서 학교를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