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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미숙 Sep 21. 2020

이별 밥상

님을 그리며

일곱 해 전
낮 빛이 다가올 무렵
그녀의 마지막 숨 소식을 들었다
   
그녀는 착했다
그녀는 얌전했다
그녀는 참을성이 많았다
그녀는 속 얘기를 할 줄 몰랐다
그녀는 다른 사람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녀는 손님 대접을 잘했다.
   
그녀는 피아노를 잘 쳤다
그녀는 음식을 잘했다
   
그녀는 여름이면 가려워했다
그녀는 잠을 잘 자지 못했다
 
어느 겨울날 
그녀의 심장이 멎었다
착하게 사느라 심장이 고달팠나 보다
누군가의 심장을 빌려 산지 1년 남짓
     
이별 밥상을 차리듯 
김장을 해서 
김치냉장고에 
사골을 우려 냉동실 칸에
차곡차곡 쟁여두었다.
   
그녀가 떠나던 날,
우리는 그녀가 차려놓은 
김장 김치랑 사골국 밥상에
눈물을 말아 
묵언의 만찬을 했다
   
그리움이 옅어지는 게 자꾸만 
미안해서
미안해서
다시 되새김질하듯
납골당을 찾아 추억의 언저리를 더듬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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