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마시테_오메데토_고자이마스. (明けましておめでとうございます。)'
'코토시모_요로시쿠_오네가이시마스.(今年もよろしくお願いします。)'
새해가 밝으면 가장 먼저 하는 일본어 인사말이다. 앞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다음은 올해도 잘 부탁한다는 말이다.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인사를 주고받으며 한 해를 시작한다.
해돋이를 하는 점도 비슷하다. 해돋이 명소를 찾아가거나 집 근처에 있는 산이나 공원 등지에 모여 해가 떠오르기를 기다린다. 첫해를 보며 소원을 빌고 스마트폰으로 사진으로 담는 모습까지 똑같다.
다만 달라지는 점은 해돋이 이후다. 새해 첫날 뜨거운 태양의 정기를 받은 후 일본인들이 향하는 곳이 있다. 바로 신사다.
새해가 시작되고 나서 처음으로 신사나 절에 가서 참배하는 것을 하츠모우데(初詣)라고 한다. '참배(参拝)'라고 하면 거부감이 느껴질 수 있는데 보통은 '기도'정도 뉘앙스다. 우리나라처럼 예수님, 부처님 등 명확한 기도 대상이 있다기보다는 집 근처 신사, 또는 특정 분야 신이 모셔져 있다고 하는 신사에 찾아간다.
내가 살던 집 앞에는 1929년에 만들어진 신사가 있다. 이름은 히가시후시미_이나리_진자(東伏見稲荷神社). 도쿄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탓에 평소에는 왕래하는 사람이 비교적 적은 곳이다. 그런데 새해 첫날부터 대략 1주일 정도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곳은 가정안전, 상업번창, 교통안전에 효험이 있는 신이 모셔져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어린아이와 함께 온 가족들 모습도 보이고 상점가에서 자주 본 것 같은 어르신들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새해 첫날부터 아침 일찍 일어나 해돋이도 하고 기도도 하는 동안 배도 고프고 춥기도 했을 거다. 신사 앞에는 참배가 끝난 사람들을 기다리는 것이 있으니 바로 야타이(屋台)다. 시장에 서는 노점과 비슷한데 카스텔라부터 비엔나소시지 구이, 야끼소바 등 다양한 먹을거리를 판매한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하츠모우데 풍경은 신선한 재미로 다가올 수도 있다. 단,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가고자 하는 신사가 어떤 신을 모시고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익히 알고 있듯이 야스쿠니 신사(靖國神社)는 A급 전범들이 합사 되어 있다. 하라주쿠(原宿)에 있는 메이지신궁(明治神宮)은 조선침략 원흉인 메이지천황(부부)을 기리는 곳이다.
한편, 일본에서는 음력을 쓰지 않기 때문에 새해 첫날은 오로지 1월 1일(正月)이다. 한국인인 우리는 떡국을 먹어야 비로소 한 살을 더 먹었다고 한다. 일본에도 떡국과 비슷한 오죠니(お雑煮)가 있다. 지녁마다 차이는 있지만 새해 첫날 먹는데에 더 의미를 둔 음식은 오세치요리다.
오세치요리(お節料理)는 1월 1일부터 1월 3일 사이에 주로 먹는 일본 전통 음식이다. 이 기간 동안 가족이 모여서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으며 새해 행복과 건강, 번영을 기원한다.
오세치 요리는 찌고, 굽고, 절인 음식들로 구성된다. 여기에 들어가는 요리 종류며 주바코(요리를 담는 도시락 모양 그릇) 구성 방법은 지방이나 집집마다 다르다. 요즘은 직접 만들어 먹기보다는 인터넷에서 연말에 미리 주문해두기도 한다.
운이 좋게 지인 부모님께서 직접 만든 오세치요리를 먹어 볼 기회가 있었다. 일본에 사는 10년 동안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나와 같은 외국인들은 작정하고 먹지 않으면 접하기 어려운 음식이다. 일본주와 궁합이 좋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요리는 가운데 있는 검은콩, 쿠로마메(黒豆). 검은콩을 달게 조린 요리다. 장수와 건강을 기원한다고 하니 기회가 된다면 꼭 먹어 보기를!
일본은 12월 말부터 1월 초까지 보통 10일 정도 긴 연말연시(年末年始) 연휴가 있다. 이 기간 많은 회사나 서비스, 상업시설들도 휴식기에 들어간다. 그러니 이 기간 전에 생필품에서부터 식자재까지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일본생활 팁.
대략 1월 4일 즈음되면 (오세치요리를 다 먹어서?) 새해 첫 업무를 개시한다. 새해 첫 출근이라는 설렘보다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 무게감을 느끼는 쪽이 더 많을지도. 하지만 괜찮다. 그런 이들을 위해 준비된 빨간 날이 있으니까.
바로 성인의 날(成人の日)다. '해피 먼데이 제도'라는 아주 좋은 장치 덕분에 매년 1월 둘째 주 월요일이 성인이 날로 지정되었다. 올해는 1월 8일 월요일이었다. 따라서 1월 4일(목)과 5일(금) 이틀만 출근하면 다시 토, 일, 월 이른바 3 연휴(3連休)가 시작된다. 연차에 조금 여유가 있는 경우라면 유급휴가를 써서 12월 말부터 1월 둘째 주 월요일까지 연장으로 쉬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일본 곳곳에서 만 20세 성인이 된 청년들을 축하하는 성인식 행사들이 열린다. 이때 남성들은 하카마(袴), 여성들은 후리소데(振袖)라고 하는 기모노를 입는다. TV에는 갓 성인이 되어 설레어하는 청년들 모습이 주로 잡힌다.
다만 현실에서는 덕분에 쉬게 되어 기뻐하는 사회인들이 더 많을지도. '역시 이불 밖은 위험해!'라고 외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얼마 뒤 본격적인 2024년 보통날이 시작된다.
한국과 일본 가릴 것 없이 연휴를 끝마친 사회인들을 기다리는 가슴 아픈 운명이다.
1월 1일 (월): 원일/정월 (元日)
1월 8일 (월): 성인의 날 (成人の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