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현지 자격증 2개까지 더해지니 자신감이 붙었다. 목표했던 대로 화장품 계열 회사에 집중해서 이력서를 넣었다. 회사규모, 급여조건 등 확인한 후 최대한 많이 이력서를 집어넣었다. 10곳, 20곳 이력서를 넣는 횟수가 늘어났다. 이쯤 되면 한, 두 군데쯤은 연락이 면접연락이 올 것도 같았는데 대부분 1차 탈락.
놓치고 있는 것이 있을지도 몰랐다. 주변 지인들은 IT 업종 취업으로 일본에 왔기에 이직 방식이 달라 어드바이스가 되기 어려웠다. 그래서 전직 에이전트를 찾아가기로 했다. 취업/전직 포털과 마찬가지로 전직 에이전트 또한 일본에 활성화되어 있는데 그중 IT, WEB, 게임 업계에 특화된 Geekly(기크리)를 찾았다.
시부야에 있는 기크리 본사에는 상담을 위한 부스가 여러 개 마련되어 있었다. 이미 각 부스에는 전직 상담을 받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곳에 오기 전에 이메일과 전화로 전직 희망하는 기업에 대한 것과 원하는 조건에 대한 이야기를 마쳤다. 이날은 내가 제시한 조건들과 부합하는 추천 기업리스트를 추려 엔트리 하는 날이었다.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인터넷에는 올라와 있지 않은 다양한 구인 기업들 정보가 있었다. 담당자는 각 기업들의 특징, 매출추이, 회사 분위기 등 상세한 내용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자기소개서 작성이나 면접 시 주의 요령에 대한 팁도 함께 설명해 주었다.
대부분은 한국과 비슷했기에 크게 새로울 것이 없었지만 나 홀로였다면 엔트리조차 할 수 없는 곳에 추천을 받아 넣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큰 장점이었다. 이 정도 일본어 실력이라면 전직에 무리 없을 것이라는 말도 들으니 더 안심이 되고 기대가 되었다. 이날 최종으로 추려진 3곳 정도에 지원을 하고 돌아왔다.
곧 있을 면접을 준비하기 위해 유튜브와 책을 통해 면접요령을 익혔다. 취준생때와 마찬가지로 카메라를 켜고 의자에 앉아 나 홀로 모의면접도 진행했다. 일본어 발음도 최대한 천천히 또박또박 말하려고 애썼다. 한국식 일본어 발음이 되지 않도록 드라마 일본어 공부할 때와 같이 음성을 듣고 그대로 따라 하는 연습도 병행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 에이전트 담당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결과는 모두 불합격. 적어도 면접은 무난히 갈 것으로 예상했었기에 다소 충격적인 결과였다. 그가 불합격 이유에 대해 기업들에게 회신 요청을 했는데 그중 한 곳에서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생각지도 못한 내용이었다.
“일상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울 것 같아서.”
담당자가 보여준 회답서를 읽어보았다. 평소에 일본어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외국인인은 적응이 어려울 것 같다는 이유가 달려있었다. 이력서에 일본어 자격증에서부터 일본 기관 인턴, 그리고 최근에 취득했던 일본 자격증까지 모든 내용들이 들어가 있음에도 ‘일본어’를 문제로 들고 나온 것이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외국인이 필요한 회사가 아니라면 굳이 자국민을 두고 외국인을 뽑고자 하는 회사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도전정신’과 ‘새로운 물결’을 강조했던 회사였기에 적어도 면접기회 정도는 얻을 줄 알았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그때 평가해도 늦지 않을 텐데 외국인에게는 그 조차 허락되지 않는 점이 분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여기는 일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