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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민 Jul 23. 2022

클레임이야 말로 성장의 원동력이다.

클레임은 무섭지만 그래도 고마운 일이다. 

"당장 환불해줘!"


아침 9시. 회사 자동응답기가 꺼지자 마자 모든 내선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직원들은 일사분란하게 수화기를 들었고 '죄송합니다'라는 말로 입을 떼기 시작했다. 나라고 예외는 아니였다. 매일 오후 6시까지 이어진 고객들과의 통화는 그 해 여름 내내 회사안을 뜨겁게 달구었다.  


가장 혹독했던 클레임에 대한 추억


안녕하세요. 글쓰는 창업가 김형민입니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가장 경험하기 싫은 것이 무엇인가요? 저는 단연 고객 (또는 고객사)로부터 클레임을 받는 것입니다.   


일전에 재직 중이던 회사에 있을 때의 일입니다. 코로나19가 시작되는 가운데 당시 회사에서는 알코올이 함유 된 핸드젤을 일본의 여느 회사보다 이른 시점부터 취급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제품의 알코올 함량은 대략 70%. 하지만 의약외품이 아닌 일반 화장품류에 알코올 함량을 표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었습니다. 일부 업체에서 이를 표기하기는 했지만 엄연히 법률 위반이었죠. 그럼에도 코로나 공포로 인하여 알코올 핸드젤의 인기는 하늘을 치솟았고 오프라인 뿐만 아니라 온라인상으로도 불티나게 팔려나갔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일본 소비자청 조차에 의해 한 일본업체 상품이 알코올 함량 71%라고 표기했지만 실제로는 30%이하였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하필이면 메이드인 코리아(Made in Korea)였습니다. 이 사실이 밝혀지고 얼마지나지 않은 2020년 5월 중순, 일본 공영 방송인 NHK에서 뉴스를 내보내며 사회적 이슈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고객들의 클레임 전화가 그와 동시에 쓰나미처럼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나: "감사합니다. 주식회사 OO입니다."

고객: "이번에 내가 핸드젤을 샀는데 이거 한국산이네? 너네 제대로 알콜 넣은거 맞아?!"

나: "네 맞습니다. 이번에 뉴스에 보도 된 제품과는 무관한 제품이니 안심하셔도 괜찮습니다."

고객: "자신 있으면 알코올 함량 적으면 되잖아? 이거 몇% 들어가 있어?"

나: "죄송합니다. 일반 화장품의 경우 알코올 함량 수치를 기재하거나 밝히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고객: "웃기지마. 너네 사기 치고 있는거지? 뉴스에서 다봤다고! 한국산이 알코올 속인다는거!"


이러한 대화가 3달 넘게 이어졌습니다. 처음에는 클레임으로 전화를 걸었다가 코로나 가운데 외국에서 고생한다고 격려해주는 고객도 있는가 하면 마지막까지 언성을 높이는 고객도 있었습니다. 뒤늦게나마 일본정부가 사회적 이슈를 반영해서 화장품에도 알코올 함량에 대해서 홍보 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클레임이 일단락되었지만 사회생활 중 이보다 혹독한 시기가 또 있었을까 싶습니다.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이러한 경험을 하며 저는 고객에게 불안함을 안겨주어서는 안되며 만일 클레임이 있을 경우 고객이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개선해 나가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위 사례에서도 NHK 뉴스 보도가 나기 전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고객에게 어떠한 식으로 답변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에 전화 했는데 직원들이 회사 입장만 대변하니 화가 날 수 밖에 없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고객들은 주로 법적인 것보다 그들의 문제에 공감해 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 줄 수 있을지 (설령 해줄 수 있는게 말 뿐이어도) 답변을 듣고 싶어 하는 경우가 대다수였습니다.


클레임이 계속 이어지면서 회사에서도 부랴부랴 일본내 검사기관에 상품을 보내어 알코올 함량 성분 테스트를 의뢰 했고 고객 질의에 대한 답변안을 준비했었지만 조금 더 빨랐었다면 1건의 클레임 처리에 들어가는 시간과 에너지 소모(고객과 회사 양쪽 모두)를 줄일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면서도 리뷰나 메일로 다양한 클레임을 받아보았습니다. 물론 그 중에 고객의 확인 부족(오해)으로 인한 클레임도 존재합니다. 다만 이를 고객의 탓으로 돌리기 보다 페이지에 더욱 눈에 잘 띄게 한다거나 기존의 상품설명서를 개선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니 자연스럽게 클레임도 줄고 구매도 늘어나는 경험도 수차례 하게 되었습니다.


글로벌 유통 공룡이라고 불리는 아마존은 '고객 제일주의'로 유명합니다. 고객이 이용하기 편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그와 같은 기업철학이 현재의 아마존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일본에서도 아마존을 이용하는데 아마존 프라임 (유료)회원이 되면 신속한 배송 외에도 음악, 클라우드, VOD 서비스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즐길 수 있어 편리하지만 셀러(판매자) 입장에서는 정말 까다로운 곳이 아닐수가 없습니다. 


물론 고객이 언제나 옳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고객의 클레임 (문제)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고 이를 개선한 서비스나 상품을 내놓는다면 어느 순간 우리의 충성고객이 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클레임을 걸어줄 고객조차 없는 창업 초기이지만 앞으로 고객들을 확보해 나가는 과정에서 그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클레임이라고 쓰고 성장이라고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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