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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민 Nov 08. 2022

퇴사 8개월차, 그래도 살아진다.

희망, 절망, 희망, 절망. 그리고 다시 희망.

2022년 3월 31일자로 6번째 직장을 나왔다. 그리고 어느덧 반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때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매월 25일에 들어오던 '월급'이 더이상 없다는 것이다.



6번째 퇴사를 결심하기까지


6번째 회사 퇴사를 결심했던 데에는 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회사에서 더이상 성장 할 수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었고 두번째는 일본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기 위함이었다. (10년째 일본에 살고 있다.)


이 회사에서 온라인 쇼핑몰(EC)팀 팀장 포지션으로 몇 안되는 멤버들과 함께 매출을 올리기 위해 아등바등 하루하루를 보내갔었다. 다행이도 매출 자체는 하락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회사가 추구하는 매출목표와 현실과의 괴리가 너무 컸고 굵직한 방향성을 이 분야 전문성이 없는 외부 고문들에게 맡기다 보니 지출은 증가하는데 매출 미달누적액이 매월 불어나고 있었다.


"고문들 독촉해서라도 분기 목표 달성하세요."


매주 1회씩 임원을 포함한 팀미팅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심문을 받는 느낌이었다. 비싼 금액을 주고 외부 고문들을 고용한 것은 임원진이었지만 그 책임마저 나에게 전가되고 있는 기분마저 들었다. 점점 본연의 EC업무 보다는 보고를 위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일본 생활에 대한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


사실 10년 가까이 일본에 살다보니 뭐가 그렇게 새롭고 놀라울 것이 없었다. 일본생활 처음에 가졌던 감정 또한 잊혀진지 오래. 그러는 동안 나의 모국, 대한민국은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단적인 예로 BTS와 같은 한국 아이돌. 그들의 퍼포먼스는 전세계를 열광시킬 정도로 성장했는데 일본은 내가 고등학교시절즈음 J-Pop열풍이 불었을 때 딱 그정도의 느낌이 여전히 느껴지고 있다.


너무 일찍 성장했던 탓이었는지 아니면 추격 당할 일이 없다고 생각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내눈에 비친 일본은 조용하고 또 고요했다. 이곳에 있다가는 나도 그런 사람이 될 것 같아 일본 생활을 정리하기로 마음 먹게 되었다.



퇴사 이후 8개월동안 있었던 일들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퇴사를 단행했지만 아직도 일본에 있다. 사실 퇴사 직후 보름정도 한국에 들어갔었다. 그때 처음으로 '부동산'이라는 벽에 직면하였다. 


부모님댁이 지방에 있고 일자리도 고려해서 수도권에 집을 마련하고자 했는데 부동산 (전세든 월세든)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었고 한국에서는 '무직자'나 다름 없는 내가 받을 수 있는 대출은 고금리 상품들 밖에 없었다. 그것도 한도가 적었다.


그래서 바로 돌아가는 것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판단했고 때마침 이전 직장에서 업무 서포트 요청이 있어서 잠시 일본에 더 머물기로 했다. 지금은 매일 오전 업무 서포트를 처리하면서 보내고 있다. 


그리고 추가로 한국에 돌아가서도 먹고 살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도록 '창업'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답게 법인설립을 인터넷을 통해서 간단히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엄연한 법인 대표가 되었다.


법인설립 이후 스마트스토어를 개설해서 위탁판매를 하고 있고 지인들의 소개를 통해 일본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 페이지 제작 등 업무를 하면서 조금씩 매출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정말 다행이다.)


하지만 매월 잘했든 못했든 들어오던 월급이 없으니 마음이 불안하다. 다들 연말에는 곳간 문을 닫는 것인지 신규 의뢰나 문의도 뜸해졌다. 영업활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네이버 블로그를 개설했다. 요즘은 일본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글을 올리고 있다.



어떻게든 살아진다


매일 아침에 눈을 뜰때면 마음이 무겁다. 언제쯤 이런 불안정한 생활을 끝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 스위치도 함께 ON이 되기 때문이다. 퇴사 초반의 패기는 가을 낙엽처럼 떨어져 버렸다.


그래도 신기한 것이 어떻게든 살아갈 길은 생긴다는 점이다. 이야기를 거슬러 올라가서 나는 온라인 관련 분야로 먹고 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홈페이지를 만들거나 글을 쓰거나 모든건 오로지 취미 영역으로 가지고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온라인 셀러'가 나의 경력이 되었고 퇴사 이후로도 관련한 일들로 먹고 살아가고 있다. 얼마전에는 한 월간잡지사에서 기고 의뢰를 받아 소정의 원고료도 받게 되었다. 글과 돈이 이어지게 된 첫 경험이다.


안정적인 직업도 고정적인 소득도 없는 퇴사 이후의 생활이지만 그래도 살아진다는걸 지난 시간을 통해 깨달았다. 그래서 퇴사 이후 생활이 너무 불안해서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을 가지라고 전해주고 싶다.


어떻게든 살아진다.
살아가다보면 내가 꿈꾸어 왔던 일상이 눈 앞에 펼쳐지기 시작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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