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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민 Nov 24. 2022

이건 일본에서도 무조건 먹히는 아이템이야!

Ep15. 한국인의 자부심과 일본시장의 반응

"미국에서도 잘나갔는데 일본에서 안나가는게 말이 안되잖아?"


한국상품을 일본에 알린다는 일에 꽤나 자부심을 느끼며 지냈었다. 겨울연가 이후로 한류붐이 꺽이는 듯 했지만 트와이스 TT가 일본 10대사이에서 유행하고 치즈 닭갈비가 전국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등 다시 그 입지를 다져가고 있기도 했다.


그렇다고해서 'From Korea'가 모두 일본에서 사랑을 받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한국산 김치가 일본마트에 이렇게까지 (일반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한지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일본에서 안팔리는건 말이 안된다고 우격다짐하는 한국기업 거래처가 생각보다 많았다.



삼성 로고를 땐 갤럭시


도쿄에 처음왔던 2013년도만해도 롯뽄기(六本木)에 있는 갤럭시 삼성직영매장 위에는 '삼성'로고가 밖힌 커다란 광고판이 걸려있었다. 대한민국 대표기업 로고가 도쿄의 번화가인 롯뽄기에 큼직하게 그 자태를 뽐내고 있는 모습에 왠지 모를 국뽕이 차올랐다.


하지만 일본내 스마트폰 점유율은 애플의 아이폰이 압도적이었고 그 뒤를 일본 자국기업인 소니, 샤프 등이 차지하고 있었다. 삼성은 저 멀리 그 존재감만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유독 삼성이 일본에서 부진했던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었겠지만 추측컨대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가지는 내셔널리티가 있었으리라고 본다. 당시 갤럭시 단말기 뒤에는 삼성 로고가 인쇄되어 있었는데 일본사람들은 국민 브랜드인 소니의 자리에 한국의 삼성이 도전하는 것을 그다지 반기지 않았던 것 같다.


아마  삼성(재팬)에서도 비슷한 인식을 했었는지 지난 2015년경부터는 갤럭시 단말기에서 삼성이라는 로고를 지우고 'Galaxy'만을 남겼다. 그리고 롯뽄기 광고판에도 삼성로고는 사라지고 Galaxy로 대체되었다. (대신 TV 등 일반가전에는 삼성로고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왜 일본에서 한국제품이 잘 팔려야 하지?


자본력과 기술력으로 무장한 한국 대기업도 일본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도 일본 진출을 하고 싶다며 업무를 의뢰해 온 회사들 중 절반은 일본에서 안 팔릴 이유가 없다는 논리를 펼쳤다.


"당신네가 영업 활동 제대로 못해서 안팔리는거 아냐?"


일본 바이어와 한국 기업을 매칭시켜 주는 일과 온라인을 통해 테스트 마케팅을 하는 일이 주요 업무였지만 성공사례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다 만족할만한 성과가 보이지 않으면 위와 같은 클레임을 걸어오는 업체들이 있었다.


이에 대해 100% 부정은 못한다. 당시 가지고 있던 바이어 풀이나 (B2B)마케팅 능력이 부족했었을 수도 있다. 내가 온라인 쇼핑몰 부분을 전담하면서 부터는 기술적 부족함을 보완하기 위해서 매일 같이 공부하고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해 보았다.


하지만 처음부터 한국이나 영미권을 타깃으로 개발 된 제품이 일본에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 쉬울리 없었다.  간혹 일본화를 한다고 급하게 패키지에 일본어를 넣기는 했지만 문장이 어색하거나 일본에서는 쓰이지 않는 중국식 서체로 된 경우가 많았다.


기억에 남는 실패사례가 몇가지 있다. 먼저 화장품. 강한 향에 거부감을 느끼는 일본 소비자들이 많아 최대한 향료를 줄인 무취에 가까운 제품이 보다 선호 되었다. 그런데 우리에게 의뢰가 온 제품은 뚜껑을 열자마자 강한 향이 느껴졌다.


또 한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독도'마케팅을 하는 생활용품이었다.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인 것은 변함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일본 사람들은 독도를 시마네현에 속한 다케시마(竹島)이며 한국이 점령하고 있는 상태라고 교육받고 자라왔다. 그런 일본에 독도 마케팅을 한다는 것은 제품 이전에 역사, 외교 등과 관련된 예민한 이슈가 자리잡고 있었다.


최근 일본에서 K-POP은 물론 K-BEAUTY, K-FOOD가 덩달아 인기를 얻고 있어서 기분 좋은 것은 사실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너무도 자랑스럽다!


하지만 이곳에서 살아남고 사랑 받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절대 안된다. '일본 소비자'라는 소비자를 이해해야만 한다.


2016년경의 도쿄 한인타운인 신오쿠보 모습. 사람 미워 터지는 지금과는 달리 한산한 모습이다.



※일본 거주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에세이입니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쓰려고 했으나 일부 편협하거나 주관적인 부분이 있을 수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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