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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민 Nov 29. 2022

차라리 재취업 하는게 나을까?

그러지 않으려고 이 글을 쓴다. 

어느덧 2022년도 한달이 남았다. 지난 봄 퇴사 이후, 매달 적게라도 꾸준히 수입을 만들어 온 내가 대견스러움과 동시에 어떻게 하면 나의 그릇을 늘릴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머릿속에 마구 뒤섞인다.



돈이라는 핵심 키워드


매일 아침 일과를 시작하며 습관처럼 아이패드를 켜고 오늘 하루와 앞으로 살아갈 (살아 남을) 방법에 대해서 적어보고 있다. 그냥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 보다 메모로 기록해두는 것이 시각적이기도 하고 어떤 생각들을 해왔었는지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한가지 공통적으로 보이는 키워드가 있었다. 바로 '돈'이었다. 무자본창업도 대세인 와중에 왠 돈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역시나 인풋이 중요한 것이 창업인 것 같다. 


특히나 나의 경우는 온라인 셀링(인터넷 상품판매)이 메인이다 보니 적어도 어도비와 MS OFFICE 소프트웨어 정기구독 요금이 매월 나간다. 여기에 물건을 판매하는데 필요한 초기자금도 필요하다. 위탁판매라고 해도 정산 받기전에 내 돈이 먼저 지출되어야 하기 때문에 온전한 무자본이라고는 할 수 없다.


사실 이정도로만 끝난다면 크게 고민할게 없다. 하지만 우리는 먹고 살아야 한다. 위에 말한 사업에 필요한 자금 외에도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비용도 필요하다. 아직 매월수입이 이전의 평균적인 급여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보니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허리띠를 졸라 매는 생활을 하고 있다.


위드코로나로 접어들면서 한국, (내가 살고 있는) 일본 할 것 없이 '여행'과 '쇼핑'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이 늘고 있다. 매일 뉴스 등 미디어에서도 이와 관련된 주제들이 다루어진다. 아쉽게도 나에게는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매일 아침의 루틴. 아이패드에 메모를 한다. 



현실과 이상의 차이


신박한 아이템이 있어서 창업(독립)을 했다고 한들 이상, 즉 꿈에 투자하는 것이다. 걔 중에는 정말 '미친'추진력으로 아이템도 뚝딱, 영업도 뚝딱, 투자도 뚝딱 하거나 받아내는 경우들이 있다. 내가 존경하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이다.


나도 미친까지는 아니어도 '평균 이상'의 추진력이나 아이디어는 있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창업에 대한 용기로 이어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성적표는 간신히 낙제점을 모면한 수준. 


회사에 다닐 땐 회사가 투자한 또는 사입한 아이템을 가지고 온라인에 판매를 했다. 그 중에는 처음부터 잘나가는 상품도 있었고 재고로 방치된 것들도 있었다. 창고의 절반을 장악하던 악성재고를 아마존(재팬)을 통해서 전량 소진시켰던 경험도 몇차례 있다보니 자신감이 치솟아 올랐다.


그러다 이제는 내 손으로 사랑 받는 아이템을 만들어서 한국, 일본 그리고 더 나아가서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하리라!라는 포부가 생겼고 그것이 창업으로 이어졌다. (사실 회사에서는 안나가는 재고들을 인터넷으로 팔기를 원했다. 나는 잘나가는 상품을 더 잘 팔아보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내 일을 시작하고 보니 어떤 '아이템'을 팔아야 할지 구색은 어떻게 갖추어야 할지 모든게 낯설고 어려웠다. 아이템 한개를 개발해도 적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수천만원 투입이 필요하고 아직 대출을 받아서까지 투자하고 싶은 (사입하고 싶은) 아이템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게 제일 어렵다.)


그나마 최근까지 주요 수입원이었던 일본 크라우드펀딩 대행도 요즘은 의뢰가 줄었고 프로젝트 중 3할은 흥행에 참패하면서 후속 진행이 불투명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꿈을 이루기 위해 회사 밖으로 나왔는데 마주한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재취업이라는 선택지


현실이라는 거대한 벽을 맞닥뜨리니 하루 하루의 기분도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변한다. 금방이라도 젊고 개성있는 CEO가 된 것 같다가도 내일은 일거리가 있을까 걱정하는 신세가 되고 만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좋은 선물이나 맛있는 음식도 사주고 싶고. 그리고 마음 편히 여행도 다니고 싶다. 회사 다닐 때는 크게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상황이 180도 바뀌어 버린 것 같다.


아직은 창업, 사업을 하기에는 미숙한 것일까? 내 꿈을 좇기 위해서 가족의 행복도 담보로 걸어야만 하는 것을까...그럴바에는 재취업을 해서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 수백번 머릿속을 맴돈다. 


재취업을 한다고 창업이라는 꿈을 아에 포기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점점 보수적으로 변해가는 내 모습을 느끼니, 아마 지금과는 또 다른 '내'가 되어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정말 손에 단돈 1원마저 없을 때까지는 현재의 선택을 유지하려고 다짐 중이다.


직선으로 가는 길과 돌아서 가는 길이 있다면, 당연히 전자를 택하고 싶다. 그래 아직은 노선이 틀리지 않았어. 속도가 조금 늦는 것 뿐일수도 있어. 도로가 완전히 봉쇄되기 전이라면 조금만 더 나아가 보자. 지금까지의 여러 경험들을 보면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했던 순간에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재취업이라는 선택지는 그때가서 해도 늦지 않아. 그래 그렇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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