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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민 Mar 24. 2023

퇴사한 지 1년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퇴사하고 나서 달라진 것들

2022년 3월 25일 금요일,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 그날은 바로 마지막 출근날이었다. 


매일 아침 알람소리에 힘겹게 몸을 일으켜 샤워를 하고, 꾸역꾸역 만원 전철에 몸을 밀어 넣은 채 1시간이 걸려 간신히 도착하던 사무실.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8시간짜리 성과 전쟁.


마지막 출근날은 이 모든 게 아름답게만 느껴졌다. 출근길 전철밖 풍경,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주변 사람들의 섬세한 표정의 변화까지도 어찌나 그렇게 생생하게 다가오던지!


그리고 2023년 3월 24일 금요일 오전 11시. 책상에 앉아 모니터를 바라보며 이 글을 적고 있다. 1년이란 시간은 그렇게 쏜살 같이 흘러갔다. 



퇴사하고 달라진 점


이직을 위한 퇴사가 아닌, 퇴사를 위한 퇴사라면 가장 먼저 월급이라는 녀석이 모습을 감추어 버린다. 통장(정확히는 입금)에 매월 찍히던 그 숫자가 사라진다는 것은 굉장히 충격적인 일이다. 코로나보더 더 무섭다.


저축해 둔 돈이 있다면 덜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심각한 문제다. 심지어 일본에서는 아직 퇴직금 제도가 의무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퇴사와 동시에 돈이 들어올 수 있는 일을 만들어야 했다. 다행히도 지인을 통해 업무 의뢰를 받았기 때문에 '수입 0원' 신세는 모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적어도 회사 다닐 때 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경제적 자유를 누려야 비로소 퇴사의 진가가 나타나니까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 월급을 넘어서야 한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이게 참 어렵다. 어느 달은 정말로 월급을 넘어서는 금액이 들어왔다. 그러다 또 어느 달은 그 수준에 한참 못 미쳤다. 마치 주식차트가 오르락내리락하듯이 말이다. 느낌상 코인판보다 시세등락이 더욱 크다. 


이런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겨 낼 수 있는 기초 체력이 없다면 퇴사는 잠시 미루어 두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퇴사하고 좋았던 점


양날의 검 같은 것인데, 바로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회사에 묶여 있을 필요가 없다. 유연근무제 같은 것도 비교가 안된다.


철저히 자기 주도하에 하루 24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비록 내 생활패턴이 (재택근무로 습관화되었던 탓인지) 회사 다닐 때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필요에 따라서 하루 중 어느 때나 외출을 해도 되고 지인과 통화를 해도 되며 멀리 갈 수도 있다. 


만약 퇴사를 하지 않았었다면 두 차례나 오키나와를 가지 못했을 것이고 연말 가족여행 또한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올해 1월에 연이어 방콕과 발리를 다녀왔는데 만약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면 유급휴가가 이미 소진되었거나 또는 회사(팀) 눈치 보느라 이 중 어느 것은 포기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지금처럼 브런치에 글을 올리거나 미루어 두었던 영어공부를 (집중해서) 하는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전에는 하루종일 회사일에 좇기고 주말에는 밀렸던 잠을 자느라 바뻤었다. 핑계라면 핑계일 수 있지만 나 또한 그렇게 초인적인 체력과 정신력을 갖지 못한, 일반 사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퇴사하는 순간부터 24시간은 순전히 내 의도에 따라 그 모습이 자유자재로 변하게 된다.



앞으로의 목표


'왜 퇴사를 했을까?'에 대한 물음으로 되돌아가보면 '나답게 살고 싶어서'라는 이유가 가장 크다. 회사에 다닐 때는 사내 외 이해관계에 얽히고설켜서 원치 않는 방향으로 나를 맞추어 가지 않으며 안되었다. 


그러는 사이 나도 성장이 멈추고 그냥 그저 그렇게 늙어 갈 것 같은 두려움이 생겨 독립을 결심한 끝에 퇴사에 대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 이후 작게나마 1인 법인을 설립했고 몇 건의 프로젝트들을 수행하면서 다행히 매출 0원의 굴욕은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연히 이게 목표는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갈고닦은 능력들을 발전시켜 나가면서 비즈니스를 일으키고, 매출을 올려가면서 뜻이 맞는 사람들을 영입하며 조직을 키워 나가는 것. 그것이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다.


하지만 아직 이에 필요한 '핵심 아이템'을 찾지 못했다. 지난 1년이라는 시간이 부족했을 수도 내가 부족했을 수도 있다. 다만, 글로벌 기업 소프트뱅크를 일으킨 손정의 회장조차도 사업아이템(소프트웨어 유통)을 찾는데만 꼬박 2년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그러니 아직 조바심 내기에는 이르다.


퇴사 2년 차. 이제 다시 모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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