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이 이야기하는 것
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의하면 속담이란 교훈이나 풍자를 하기 위하여 어떤 사실을 비유의 방법으로 서술하는 간결한 관용어구이다. 우리나라에서 ‘속담’이란 말이 처음 쓰이기 시작한 것은 조선 중기 『어우야담 於于野譚』이나 『동문 유해 同文類解』 같은 책이지만 실제로 속담이 쓰인 사실은 『삼국유사』에도 예를 발견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아 이미 삼국시대에 상당수의 속담이 일반화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속담의 발생은 특정한 역사적 사례에 대한 묘사와, 일상에서 자주 발생하는 일반사례에 대한 묘사로부터 발생한다고 하는데, 여하튼 역사적으로 삶의 현장에서 경험한 이야기가 녹아 나오는 표현들이라고 볼 수 있다.
굳이, 속담의 기원, 발생의 근거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 삶의 면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삼국시대부터 일반화되어 쓰이고 있는 속담이, 21세기 현대사회에서도 회자된다면 세기를 너머 보편화할 수 있는 진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말에는 아주 오랜 기원을 이야기할 때, 호랑이 담배 피우는 시절이라고 표현하듯 동물이 자주 등장하고, 그중에 인기 종류가 바로 호랑이다. 호랑이 무서워 우는 아이에게 곶감 준다고 하면 울음을 그치고, 말 안 듣는 아이에게 호랑이가 잡아간다는 말을 하면 울음을 그친다. 이렇든 저렇든 가장 무서운 존재의 상징으로 호랑이는 자주 등장했다.
호랑이 한데 잡혀간다는 것은 삶의 가장 나락에 해당한다. 무기력한 인간으로 어찌할 수 없는, 마치 지옥행 같은 상황이다. 그 옛날에도 그 지옥 같은 상황을 빗댈 때 호랑이한테 잡혀간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21세기의 호랑이
시대와 상관없이 호랑이굴에 빠졌다고 가정해보자. 도저히 힘으로 대항할 수 없다. 지레 겁먹고 얼음 땡 되어 호랑이의 먹이가 될 수밖에 없다. 불가항력이다. 그런데 그 불가항력의 상황에서 비법을 제시한다. 정신을 차리는 것!
모두 아우성이다. 어느새 유리멘탈이라는 단어가 생길 정도로 정신이 문제가 된 시대이다. 그 이전에는 생존 즉 먹고사는 것에 급급했고, 그저 하루하루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먹고사는 숙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였다면, 세상이 발전하여 풍요의 시대로 향하며, 옛날 임금들보다 일부 사람들은 호사를 누리는 좋은(?) 시대를 살고 있긴 하다. 그런데 그 좋은 시대를 살면서 개인은 정신줄을 놓기 시작했고 마음의 아픔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다른 차원에서의 호랑이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차원에서의 불가항력적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랑이가 으르렁 거리는 데 정신을 어떻게 차린단 말인가?
호랑이굴에서 살아남는 법
사실은 나도 알고 싶다. 비법이라도 있다면 캐내고 싶다. 워낙 자동판매기에 익숙한 현대인은 버튼 하나 누르면 뿅 하고 튀어나오는 답을 구한다. 그러나 답은 1+1=2처럼 쉽게 나오지 않는다. 나도 모른다.
호랑이의 모습은 너무 다양하고, 예상 밖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여기저기서 으르렁거린다.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듯하다. 심약한 사람은 금방 질려버린다. 얼어붙고 마비된다. 아무 대응도 못하고 앓는다. 큰 일이다.
정신은 호랑이도 이길 수 있다는 말은, 우리의 정신이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를 갖는다. 뭔가 착각하고 있다는 말이다. 내 앞의 호랑이는 사실은 내 마음이 만들어낸 상像이고 그 상像에 대한 두려움이 나를 집어삼키고 있다는 말이다.
냉동창고에서 일하는 사람이 냉동창고에 갇혔다. 하루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냉동창고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사람은 냉동창고라는 생각을 철석같이 믿고 스스로 몸이 얼어붙었다. 다음날 문을 열어보니 꽁꽁 얼은 채로 죽어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냉동창고는 전원이 꺼져 있었다. 무엇이 이를 죽게 했는가? 냉동창고의 냉기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 때문에 죽었다.
생각이라는 괴물이 호랑이가 되기도 하고 더 큰 괴물이 되기도 하여, 사람을 꼼짝 못 하게 하고 심지어 죽게 까지 만든다. 호랑이굴에서 정신을 차리면 산다는 말은 그 옛날에만 적용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집어삼킬 듯 한 많은 호랑이들이 있지만, 사실은 호랑이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를 더욱 집어삼키고 있다. 정신을 차리면 산다는 것은 내 앞의 호랑이 같은 대상에 대한 두려움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와 상관이 있어 보인다.
그러고 보니, 쓸데없이 두려움에 떨었다. 그것은 형체도 없고, 힘도 없지만 내 안에 만들어놓은 호랑이에 대한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오히려 문제는 간단해질지도 모른다.
21세의 호랑이는 무엇이며, 당장 내 앞의 호랑이는 무엇이며, 호랑이라고 여기며 갖는 내 두려움은 무엇인지를 냉정하게 생각해본다면, 정신을 차린다는 것에 가까이 가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 호랑이는 종이호랑이일지도 모른다. 호랑이굴 자체가 허상일지도 모른다.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 정신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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