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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모다 Apr 02. 2023

주저하지 말아요

셰익스피어 소네트 1 


가장 아름다운 사람에게서 번식을 바람은, 

미美의 장미를 죽이지 않게 하려 함이라.

세월이 가면 장년壯年은 죽나니, 

고운 자손이 그의 모습을 계승할지라. 

그러나 그대는 자신의 찬란한 눈과 약혼하여, 

자신을 연료로 태워 그 불꽃을 불붙게 하고 있도다. 

풍요가 있는 곳에 기근饑饉을 만들고, 

적敵인 양 자신에게 너무도 가혹하여라. 

이 세상의 싱싱한 장식품이요, 

찬란한 봄의 유일한 전령傳令인 그대는, 

가진 전부를 자신의 꽃봉오리 속에 묻어 버리고, 

아낀다는 그것이 낭비를 함이로다. 아, 마음 고운 인색한

이여. 

    세상을 동정하라 안 하려거든 걸귀가 되어, 

    모든 것을 무덤과 함께 먹어 버리라.     

      

From fairest creatures we desire increase, 

That thereby beauty's rose might never die, 

But as the riper should by time decease, 

His tender heir might bear his memory:

But thou, contracted to thine own bright eyes, 

Feed'st thy light's flame with self-substantial fuel, 

Making a famine where abundance lies, 

Thyself thy foe, to they sweet self too cruel:

Thou that art now the world's fresh ornament,

And only herald to the guady spring, 

Within thine own bud buriest thy content, 

And tender churl mak'st waste in niggarding: 

    Pity the world, or else this glutton be,

    To eat the world's due, by the grave and thee.       


    



꽃을 피우라. 

   

풍요가 있는 곳에 기근을 만들고 

적인 양 자신에게 너무 가혹한 자를 일컬어 

셰익스피어는 

마음 고운 인색한 이라고 질책한다.      


찬란한 봄의 유일한 전령으로 

가진 전부를 자신의 꽃봉오리 속에 묻어버리는 

인색한 낭비! 

      

누굴 보고 이리 마음이 달아올랐을까? 

소네트가 쓰인 배경은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 누군가 그 꽃을 피우고 있지 않고 

인색한 마녀처럼 

자신의 전부를 봉오리 속에 묻어버리고 있다는 점이다. 


봄이다. 

3월과 4월이 무슨 차이라고 

조심스레 눈치보던 꽃들이 망울을 터뜨리기에 주저함이 없다. 

꽃들은 주저함이 없는데 


사람은, 

이것 저것 재느라 

꽁꽁 감추고 있지 않는가? 


그러니, 

주저하지 마세요. 

그것이 무엇이든.





주말 저녁 시간이 기울고 있습니다. 

일주일 중에 가장 우울한 시간이기도 하지요. 

지나가는 휴일은 늘 너무 아쉽습니다. 


잔나비의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를 들으며 

꽃피우지 못하는 인색함에 빠지지 않기를 기도해봅니다 


나는 읽기 쉬운 마음이야 

당신도 스윽 훑고 가셔요 

달랠 길 없는 외로운 마음 있지 

머물다 가셔요 음 

내겐 긴 여운을 남겨져요 

사랑을 사랑을 해줘요 

할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새하얀 빛으로 그댈 비춰 줄게요 

그러다 밤이 찾아오면 

우리 둘만의 비밀을 새겨요

추억할 그 밤 위에 갈피를 꽂고 선 

남몰래 펼쳐보아요 


나의 자라나는 마음을 

못 본채 꺽어 버릴 수는 없네 

미련 남길바엔 그리워 아픈 게 나아 

서둘러 안겨본 그 품은 따스할 테니 

그러다 밤이 찾아오면 

우리 둘만의 비밀을 새겨요 

추억할 그 밤 위에 갈피를 꽂고 선 

남몰래 펼쳐 보아요 

언젠가 또 그날이 온대도 

우린 서둘러 뒤돌지 말아요 

마주보던 그대로 뒷걸음치면서 

서로의 안녕을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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