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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모다 Mar 26. 2023

우린 너무 달라

유일한 나, 존귀한 너  


바이올린의 핑거링      


바이올린이 어려운 많은 이유 중의 하나는 음에 해당하는 정확한 소리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예컨대 피아노는 각 음의 경계가 분명하여 음에 해당하는 건반을 누르면 정해진 음의 소리가 난다. 흰색 건반 검은색 건반 각각 자기 음의 값을 가진 소리를 낸다. 반면 바이올린을 포함한 현악기 (첼로, 비올라, 콘트라베이스)는 정확한 자리가 따로 구분되어 있지 않고 단지 연주자가 그 자리를 찾아내야 한다. 해서 초기에는 특정 음에 해당하는 자리에 테이프를 붙여 손쉽게 자리를 찾도록 도와주다 어느 정도 자리의 위치를 익히면 테이프를 떼고 스스로 자리를 도록 유도한다.      


바이올린의 네 줄은 각각 G(솔), D(레), A(라), E(미)의 소리를 내며 아무 손가락도 짚지 않은 상태에서 나는 소리를 개방현이라고 한다. 거기에 손가락을 어디에 짚느냐에 따라 G 선에서는 솔에 이어 라 시 도 레 미... 의 소리가 나고 D 선에서는 레에 이어 미 파 솔 라 시.. 의 소리가 난다.    

  

문제는 곡의 흐름에 따라 각각의 소리를 낼 때 어느 손가락으로 짚느냐의 문제이다. 악보에는 도움을 주기 위해 중요하거나 어려운 부분에 손가락 번호를 표기해 놓기도 하지만 사람마다 어느 손가락으로 짚는 것이 좋은지는 다른 경우가 많다. 숙달의 정도에 따라, 개인의 기호에 따라, 곡의 주법에 따라, 손가락의 길이에 따라 방법은 다양해질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손가락 번호로 연주를 해서 무난한 경우도 있지만 개개인이 다르게 느낄 때가 많다.      


바이올린을 가르치는 사람은 학생의 상태에 맞게 가장 적확한 손가락 번호를 찾아내 준다. 이 과정을 핑거링(fingering)이라고 한다. 숙달된 연주자는 스스로 핑거링을 찾아내지만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핑거링을 위해 숙련된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악보에 기록되어 있는 손가락 번호대로 연주를 하는데도 연주가 제대로 되지 않자 바이올린을 가르쳐 주는 선생님이 여러 가지로 고민을 하시며 내게 어떤 게 편하지 해보라고 하신다. 고쳐준 핑거링으로 연주를 해보니 훨씬 쉽게 연주가 되었다. 당연히 연습 부족이라고만 생각하고 많이 연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핑거링만 바꾸어도 훨씬 쉽게 연주를 할 수 있었다.


스승과 제자가 함께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겪으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대일 훈련이 중요하구나. 악기뿐 아니라 다른 과목의 수업도 사실은 개개인이 접근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 여러 명에게 한꺼번에 한 가지 방법을 교육하는 것의 위험성을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여건이 되지 않아 아쉬운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가능하기만 하다면 무엇이든 개인의 취향, 능력, 특성등을 고려하여 가르친다면 훨씬 효율적으로 가르치고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경우는 다른 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일대일 처방


내가 자주 가는 약국의 약사님은 상담에 거의 한 시간을 할애하신다. 이 병에는 이 약 하는 공식이 있을 텐데 결코 같은 처방을 내리지 않는다. 아주 고심을 하며 개인에게 맞게 처방하시려 애쓰신다. 약 한 알도 허투루 처방하지 않는다. 그만큼 약사에게는 에너지와 시간이 많이 소모되지만 획일적인 처방을 스스로는 도저히 못하시겠단다. 환자 입장에서는 너무 고맙지만 약사 입장에서는 밑지는 장사다. 워낙 스스로 많은 공부를 하며 자신만의 치료책을 찾아내시려 애쓰시는 모습에 감동한다. 경험상 약사님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고, 그런 모습이 보기 좋아 책을 쓰시라고, 방송에 나가보시라고, 유튜브 방송을 해보라고 자주 권유해 보았다. 방송이라도 타면 훨씬 유명해지고 경제적인 수입을 훨씬 많이 얻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취향이 아니라고 고사하신다.


사람이 다 다른데 어떻게 같게 처방을 해요? 전 그렇게 못해요.      


바이올린 선생님과 약사님을 보며 존경심을 표하게 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다르다. 학교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나는 아이들을 한 사람 한 사람 다 다르게 보고 있는가? 한꺼번에 많은 학생들을 대해야 하고 많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과내용을 전달하는 입장에서 딜레마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바이올린 선생님과 약사님을 보며 느낀 바를 꼭 잊지 않기로 다짐한다.   

   

Twnikle twinkle little star

How I wonder what you are!

반짝반짝 작은 별

네가 누구인지 정말 궁금하구나!  

    

별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이 경이로움 그 자체인데

물건 다루듯, 공식 속에 집어넣지 않았을까?


내가 경이롭듯

너도 경이로우니

세상은 경이로움으로 가득하다.

지금 이 순간의 너는

더 이상 어제 그 순간의 네가 아니고

너A와 너B는 결코 같지 않으니

삶은 얼마나 다채로운가?      


벚꽃 개나리 진달래에 이어 이번주에 드디어 목련이 꽃망울을 터뜨렸다.

꽃 들도 하나하나 다 다르다.      


How wonderful!

How different!

How amaz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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