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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모다 Jan 24. 2023

음식은 사랑

어느 할머니의 사랑법 

      

허리통증과 함께 freedom from the kitchen 즉, 부엌을 멀리하고 있는 내게 질문이 생겼다.   

   

왜 할머니들은 아프신데도 저리 음식을 하셔서 바리바리 싸주시는 걸까? freedom from the kitchen의 대척점인 enjoying the kitchen life를 살고 있는 분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명절 아침 넉넉하게 음식을 먹고 나섰는데도 한 시간 정도 차로 이동하여 친정 어르신들 댁을 방문했다. 친정 엄마가 일찍 돌아가셨기에 내가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아이들을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 우리 집을 오고 가며 아이들을 키우신 친척분이 계신다. 그래서 꼭 명절이면 아이들과 함께 찾아뵙고 인사를 한다. 넉넉지 않은 형편인에도 꼭 음식을 직접 장만하셔서 우리가 집에 돌아갈 때면 이것저것 싸서 챙겨주셔서 친정엄마의 정이 그리운 내게 엄마 같은 역할을 해주셨다.  

     

작년에 홀로 되셔서 심적으로 많이 힘드시고 몸도 좋지 않으신데도 여지없이 올해도 음식을 준비해 놓으셨다. 우리는 아침을 넉넉하게 먹고 나갔는데도 점심이 되니 허기가 졌다. 아이들도 배고프다고 아우성이다.      


"너거들 온다 해서 밥을 많이 했다. 좀 기다려봐. 얼른 점심 먹자. "

  

우리 아이들은 시댁의 전라도 음식에 익숙해져 있지만 명절 때마다 찾아뵙는 외가친척들의 경상도 음식맛에도 길들여졌다. 경상도의 제사 음식 중의 하나는 고기와 온갖 해물을 넣어 진하게 끓인 탕국이다. 커다란 양푼에 밥을 넣고 온갖 나물과 함께 탕국을 넣어 비빈 비빔밥을 꼭 명절이면 먹는다. 서울에서는 낯선 탕국을 아이들이 어릴 때는 손을 대지 않았고 그렇게 비빈 비빔밥에도 별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아이들의 입맛도 성숙하는 건지 탕국을 넣은 비빔밥을 정신없이 먹는 아이들이 낯설어 보일 지경이다. 며칠 굶은 사람처럼 손수 만든 음식 앞에 황홀한 우리였다. 

      

“ 와!  맛있어요. 할머니!”

" 정말 맛있어요! "        

“ 맛있나? 마이 묵어라.  너희가 맛있게 묵으니 나도 너무 기분이 좋다. ”    

  

후식으로 나온 식혜는 별미다. 시중에 파는 식혜 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식혜를 잘 만드셔서 남편을 비롯하여 아이들 조차 만드는 방법을 궁금해한다. 그런데 나는 안 궁금. 갈 때마다 꼭 페트병에 담아 몇 병씩 챙겨주신다.   

   

"아이고 내년부터는 전을 안 부쳐야겠다. 허리도 아프도 못하겠다.  "

"사서 드세요. 저희도 이번에 다 사서 먹었어요. "

"여긴 사러 가려면 너무 멀다. 시장에 갔다 오려면 택시비가 3만 원이 넘게 나오는기라."  

"담에 올 때 저희가 사가지고 올게요. "

"그랄래? "     


이제 어르신의 직접 만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있을까? 남편이 돌아가시고 혼자 계시는 적적한 생활에, 우리가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는 것을 너무 기다리시고 반가워하시기에 우리를 위해 음식을 준비하시는 손길도 기쁘시긴 하신 것 같다만 점점 음식을 만드시는 게 힘드신 것 같다. 원래 집안일을 하는 것을 즐기셨다. 숙명처럼 하는 일인 양 음식을 평생을 해오셔서 거의 습관이 되다시피 한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힘들게 하신 음식... 그걸 먹는 우리는 너무 좋다. 엄마 손맛 점점 그리워져가는 우리 아이들은 할머니에게서 대리만족을 하니 다행이다. 이제 외숙모에게도 부엌을 멀리하라고 하고 싶지만 적어도 외숙모에게는 부엌이 그분의 놀이터가 되었다. 더 이상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되기 전까지 그분에게는 삶의 현장이요 놀이터라 멀리하라고 할 수가 없다. 여전히 부엌이 당신 자신의 일이라고 여기시는 그분은 설거지 조차 하게 내버려 두지 않으신다. 완강하여 결국 우린 어쩔 수 없이 고스란히 대접을 받고 만다. 먹고 정리를 끝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혼자 계시니 어떠세요? "     

"....... 외롭다....... "     


주신 음식들을 차에 싣고 가려는데 눈물을 보이신다.      


"아이고 내가 주책이다. 늙어가지고 눈물이 나오네... "


놀란 아이들이 차에서 우르르 내려 외숙모님을 안아드렸다.      


"자주 올게요...  "    


숙명처럼 알고 음식 하는 것을 즐기신 분. 음식을 먹으며 함께 사랑을 먹는 기쁨. 

부엌을 멀리하는 나에게 숙제가 생겼다. 내가 그런 음식을 점점 하기 힘들어지니 마음이 불편해졌다.      

수학시간에 배운 필요충분조건 공식이 생각난다. 음식은 사랑이다는 참, 그러나 사랑은 음식이다는 참이 아니다. 음식이 사랑이긴 하나, 사랑이 음식만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 


어느 할머니의 사랑은 음식으로 표현되었다. 내가 사랑을 음식으로 표현할 수 없다고 해서 죄스러워할 필요는 없다. 사람마다 사랑법은 다양할 테이니까.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사랑은 어떤 방법이 있을까? 내가 표현하고 있는 사랑은 어떤 것이 있을까? 돌아오는 길의 나의 유쾌한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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