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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모다 Aug 23. 2023

인간의 행복에 가장 중요한 것

쇼펜하우어 행복론 1장

 

 실존 철학은 물론 프로이트와 융의 심리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독일의 철학자이자 사상가인 쇼펜하우어(1788-1860)는 당시에는 세상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에세이 형식의 『행복론』을 통해 지식인뿐 아니라 일반대중으로부터 갈채를 받기 시작하며 뒤늦게 그의 주된 저서인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도 주목을 끌게 되었다. 그의 『행복론』은 인간의 자산을 중심으로 무엇이 인간의 행복에 기여하는 지를 저자의 예리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서술되어 있다. 모두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기본분류

2장 인간을 이루는 것에 대하여 

3장 인간이 지닌 것에 대하여 

4장 인간이 남에게 드러내 보이는 것에 대하여 

5장 훈화와 격언

6장 나이의 차이에 대하여    

  

1장 기본분류에서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에 따른 인생의 자산 세 부류를 소개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분류에 따르면 인생의 자산 첫째는 인간을 이루는 것으로 넓은 의미에서 인격이라 칭하는 것이다. 건강, 힘, 아름다움, 기질, 도덕성, 예지와 예지의 함양이 여기에 포함된다. 둘째는 인간이 가진 것으로 재산과 소유물이 해당된다. 그리고 세 번째는 남에게 드러내 보이는 것으로 명예, 지위, 명성이 이에 해당한다.     

 


인격, 재산, 명성 이 세 가지 중 제일은 인격      


쇼펜하우어는 인격(인간을 이루는 것), 재산(인간이 가진 것), 명성(남에게 드러내 보이는 것) 이 셋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첫 번째 범주 인격을 꼽는다. 두 번째 범주인 재산의 가치는 너무나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고, 세 번째 범주인 명성 또한 행복감에 영향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명성은 국가에 봉사하는 자와 같은 극소수의 사람에게 한정된다. 그리고 재산, 명성 이 둘은 서로 상호보완적이며 객관적 성격을 띠므로 획득 가능하여, 누구나 소유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인간을 이루는 인격은 주관적이고 고유의 것이다.    

  

누구나 명예, 즉 좋은 평판을 얻으려고 노력해야겠지만, 지위를 얻는 사람은 국가에 봉사하는 자에게만 한정된다. 명성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행복론』쇼펜하우어
에피쿠로스의 수제자인 메트로도로스는 일찍이 ‘우리 내부에 있는 행복의 원인이 사물에서 유래하는 행복의 원인보다 크다’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인간의 행복, 인간의 전체 생존 방식에서 중요한 것은 인간의 내부에 존재하거나 거기서 일어나는 것임이 분명하다. 인간의 느낌, 의욕, 사고의 결과라고 할 수 있는 내적인 유쾌함이나 불쾌함은 말하자면 인간의 마음속에 고스란히 들어 있기 때문이다.      

『행복론』쇼펜하우어
평민이든 노예든 정복자든 
저마다 고백한다. 시대를 막론하고
덧없는 존재인 인간의 최고 행복은 
인격에 좌우될 뿐이라고

『서동시집』 8,7 괴테 



세계관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세계


저자는 괴테와 바이런의 시를 예를 들어 설명한다. 그들이 위대한 시를 썼다고 해서 그들의 특별한 체험을 부러워할 일이 아니다. 그들이 멋진 시를 썼던 것은 체험의 특별함이 아니라 평범한 사건을 위대한 시로 만들어낸 왕성한 상상력이다. 바로 외부의 것이 아니라 그들 내면에 있는 정신의 힘이었다. 또한 같은 사건도 다혈질, 점액질, 우울질의 사람들에게는 각각 다른 장면으로 이해가 된다. 그러니 자신의 세계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 있다.      


인간에게 있고 인간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언제가 그의 의식 속에 있고 이 의식에서 일어나는 것이므로 분명 의식 자체의 성질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대부분의 경우 의식 속에 나타난 형상보다 이러한 성질이 더욱 중요하다. 온갖 호사와 향락도 멍청한 자의 둔한 의식 속에서 벌어지는 경우 불편한 감옥에서 『돈키호테』를 썼을 때의 세르반테스의 의식에 비하면 빈약하기 짝이 없다. 

『행복론』쇼펜하우어



주관적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     

 

재산과 명성은 변한다. 반면 각 개인의 개성과 관련한 주관적인 것 즉 내면과 관련한 인격은 그 본질이 변하지 않는다. 자신의 개성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개성에 따라 각 개인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의 한도도 정해져 있다. 정신력의 한계에 따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 최종적으로 확정된다.      


정신력의 한계가 협소하면 그의 행복을 위해 외부에서 아무리 노력해고, 그는 평범하고 반쯤은 동물적인 행복과 즐거움 이상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그는 언제까지나 관능적인 향유, 단란하고 명랑한 가정생활, 저급한 사교나 저속한 소일거리에 의존한다. 심지어 교양조차 대체로 그런 한계를 넓히는 데 약간의 도움은 될지언정 그다지 커다란 기여는 하지 못한다.     

『행복론』쇼펜하우어


완벽한 건강과 조화로운 신체에서 비롯되는 차분하고 명랑한 기질, 분명하고 생기 있으며 통찰력 있고 올바르게 파악할 줄 아는 분별력, 온건하고 부드러운 의지, 그에 따른 한 점 부끄럼 없는 양심, 이런 것은 지위나 부로 대신할 수 없는 장점이다. 어떤 인간 자신을 이루는 것, 홀로 있을 때에도 그를 따라다니는 것, 아무도 그에게 주거나 빼앗을 수 없는 것이야말로 그가 소유할 수 있는 모든 것이나 남의 시선에 비친 그의 모습보다 분명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행복론』쇼펜하우어

  


행복을 위해 외부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사고와 상상력으로 스스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고통스러운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여 사교, 오락등 외부에서 즐거움을 찾을 필요가 없다. 선한 인격을 지닌 사람은 궁핍한 상황에서도 만족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아무리 부유해도 만족하지 못한다.      


상아, 대리석, 장신구, 티레니아의 조각상, 그림들, 
은제품, 게투리산 보라색 염료로 물들인 의복, 
그런 것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지만, 원치 않는 사람도 더러 있다. 
『서간집』2.2  호라티우스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난 날 
태양은 혹성을 맞이하러 떠 있었고
너는 그때부터 무럭무럭 자랐지,
네가 태어났을 때의 규칙에 따라서. 
넌 그럴 수밖에 없고, 달리 피할 수도 없어. 
남녀 예언자들이 벌써 그렇게 말했지. 
살아서 발전해 가는 독특한 형태를 
시간도 힘도 토막 낼 수 없다고 

『고금의 명언, 오르페우스적인』 괴테



내적 풍요를 위한 노력 

    

명성과 부가 중요하고 삶을 위해 필요한 만큼 획득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첫 번째 범주가 두 번째, 세 번째 범주보다 중요하기에 부를 얻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건강을 유지하고 정신적 능력을 키우는 것이 더 현명하다. 실제로 필요한 것 이상의 부는 행복감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지적 교양보다 부를 얻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들에게 경고한다. 정신력의 범위가 좁을 때는 정신이 주는 기쁨을 제대로 누릴 수 없다. 내면의 공허, 의식의 빈약, 정신의 빈곤 때문에 여흥과 오락을 추구하고 관능적 향락과 각종 즐거움을 맛보려고 하다가 결국 방탕한 생활을 추구한다.     

 

그런 청년은 부자로 태어났지만 내면은 빈곤하며, 무엇이든 외부로부터 받아들이려고 하면서 외적인 부를 통해 내적인 부를 대신하려고 노력하지만 아무 소용없다. 이것은 소녀가 발산하는 정기로 젊음을 되찾으려는 노인의 경우와 유사하다. 내적 빈곤이 결국 외적 빈곤을 초래하는 것이다.   

『행복론』쇼펜하우어


인간의 세 가지 자산은 모두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그중에 제일은 인격이다. 왜냐면 그것은 각 인간에게 내재한 고유의 것이기 때문에 대체될 수 없다. 인격의 발현을 위해 적절한 재산과 명성도 도움이 되지만 어디까지나 수단으로서의 중요성으로 인식해야 한다. 각 사람에게 다른 개성을 적절하고 유리하게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각 사람에게 맞는 일, 생활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행복의 방향을 수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쇼펜하우어의 관점은 그 시대의 정황을 고려해서 생각해야 하는 점이 있다. 그러나 보편적으로 지금 우리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행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외부의 것이 아니라 고유한 개인을 이루는 것 즉 인격이라는 점에 동의가 된다. 그리고 그것은 각자가 다르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취하여 행복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원래 자체적으로 지닌 것이 인간의 행복에 가장 중요하다      

『행복론』쇼펜하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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