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까짓 자두 때문에
빈정이 상했다
직접 농사한 귀한 물건이라
아는 사람 몇몇에게만 판매한다는
친절한 소식에
장 보러 갈 때마다 비싼 가격 대비
맛이 보장되지 않는 자두 녀석
제대로 맛본 기억이 오래라
귀하면 더 기대되어
하루 이틀 목이 빠져라 기다린 자두
함께 주문한 혜택 받은 친구들은
이미 자두 냠냠 중인데
나만
나만
소식이 없는 자두
그까짓 자두의
무소식에
전쟁이 발발하다
내 마음속에서
온갖 병정들이 다 튀어나와
전투를 벌인다
외면했다고
차별한다고
급기야 내가 나와 싸운다
버림받았다고
무가치하다고
아편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고
튤립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고
내 세상에서는
자두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다
피비린내
“죄송합니다. 착오였어요.
마지막 남은 물건 끌어모아 보내었어요.
죄송해서 한 박스는 물건 가치 떨어지나
드시라고 덤으로 보냅니다 “
이미 병사들은 지쳤는데
종전 깃발이 휘날린다
모처럼 비싼 자두
맛나기는 하다
씁쓸함과 함께
도대체 전쟁은 왜 일어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