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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모다 Apr 19. 2022

너 자신에게서 도망치지 못한다

탄생일에 바치는 발라드

       

너를 이 세상에 준 그날에 
태양이 행성들의 인사를 받으러 멈추어 섰고
너는 곧바로 무럭무럭 자랐지,
네가 속한 그 법칙에 따라. 
그렇게 너는 존재해야 한다.
너는 너 자신에게서 도망치지 못한다, 
시빌레들도, 예언자들도 이미 그렇게 말했어.
그 어느 시대 그 어떤 권력도
살아서 발전하는 주조된 형식을
갈가리 찢지는 못하는 것이니 

괴테. 1749-1872 독일의 작가, 철학자         



삶의 진흙탕에서 온통 질척거리다 

역시 사상가와 철학자들의 언어 앞에 

무릎을 친다.  

   

니체의 언어를 빌려오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인간 변화의 단계를 세 단계로 설명했어.      


낙타. 주인이 끄는 대로 가는 낙타 

사자. 자기가 주인이 되는 사자 

어린아이. 온전히 자기 삶을 즐기는 어린아이      






낙타    


나는 지금 낙타와 사자의 중간에 있고, 아주 가끔 어린아이가 된다. 

삶의 대부분은 낙타였어. 

커다란 눈만 꿈뻑이며 주인이 이끄는 대로 사막을 배회했지. 

짐이 무거워도 가끔씩 주는 주인의 물과 양식에 고마워하며

절대 주인을 실망시키지 않기로 마음먹었지. 

그게 내 삶이라고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더 짐을 많이 싣고, 

더 많이 걷고, 

주인의 마음을 편하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지. 

다른 낙타와 비교하며 내가 좀 더 버티면 우쭐대고, 

다른 낙타보다 뒤처지면 굴욕감에 나를 비난했지.      



사자     


그러다 언젠가부터 눈을 뜨기 시작했어. 

내 속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지. 

그래서 한번 두 번 연습하기 시작했어. 


no, no, no, no, nO, No, NO!!!!      


사자가 동물의 왕인 이유는 

명령을 들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야. 

감히 대들다가 사자의 밥이 되지. 

사자는 늘 으르렁대고 

자기가 주인이 되어 살아가.      


질문하기 시작했고, 

no라고 말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많은 생채기가 생겼어. 

주변의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갔고, 

나를 기분 좋게 하던 달콤한 칭찬도 거두어졌어. 

그래도 사자는 포기하지 않아. 

절대 명령을 듣지 않지.      



어린아이      


적으로 둘러싸인 사자와 달리 

어린아이는 적이 없어. 


모두 무장해제시켜 

싸움이 필요 없어.    

  

어린아이 앞에서 인상 쓰는 사람을 본 적이 있나? 

그럴 수 없는 거지.     

그는 온전히 몰입하여 

삶을 즐기고 있지. 


 




위에서 인용한 

괴테의 표현을 들여다보고 싶구나. 


네가 이 세상에 오는 날에 

태양이 행성들의 인사를 받으러 멈추어 섰다. 

네가 속한 법칙에 따라 

무럭무럭 자랐다. 

너 자신에게서 도망치지 않으며.      


맞아! 

너는 무럭무럭 자라며 

너 자신으로 자랐지 

그러다 조금씩 낙타가 되어갔어. 

그러다 조금씩 사자가 되기도 하고. 


네가 낙타가 되게 하는데, 

부모인 내가 큰 역할을 했지. 슬프게도....      

네가 으르렁거릴 때마다 

나도 같이 으르렁거리며 

피를 엄청 흘렸지


이러다가 우리(집)가 다 박살이 날 것 같기도 했지.      

낙타처럼 커다란 눈만 꿈뻑인다면 

적어도 이 우리만큼은 안전하겠지. 


그러나, 

으르렁거림으로 우리가 깨어지고, 

피가 나더라도, 

자신을 도망치지 않기 위한 과정이라면 

지나가야 할 것이야.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모든 사람을 무장해제시키는 

온전히 자기를 즐길 수 있는

어린아이로  

거듭날 수 있을까?       


너도.

나도.     


아직도 부족한 

사랑을 보낸다. 


이 행성에 태어나 주어 

고맙다.      



너 자신에게서 도망치지 못한다      

너 자신에게서 도망치지 못한다



봄꽃들이 눈부시게 황홀한 4월에 

탄생한 

나의 딸, 

나의 아들, 

너희들 태어난 날을 기념하며     


친구인 엄마가   

미역국 대신 글을 짓다.  


어린아이에 더 가까웠던 시절의 너희들 모습 


         



4월에 며칠 간격으로 태어난 

나를 엄마로 둔 두 아이들의 생일을 기념하며 

미역국 대신 

글을 끓여보았습니다. 


아이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 

너 자신에게서 도망치지 마라. 

이 말은 동일하게 

나 자신에게도 하는 말입니다. 


부족한 부모를 만나 

살아내는 아이들을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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