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연봉 지킬 수 있을까?
인정 경력 연차 시나리오
- 7년 (국제협력 인턴 1년 + 해외 프로젝트 사업관리 3년 + 해외 프로젝트 IT 컨설팅 3년)
- 6년 (국제협력 인턴 1년 + 해외 프로젝트 사업관리 3년 + 해외 프로젝트 IT 컨설팅 3년)
- 3년 (국제협력 인턴 1년 + 해외 프로젝트 사업관리 3년 + 해외 프로젝트 IT 컨설팅 3년)
내가 생각하기에 국제협력 분야의 인턴 경력은 인정되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이건 내가 보기에도 그다지 경력으로 인정할 만큼의 연관성이 없었다. 무리하게 경력을 할인당하지 않는다면 6년의 근무 경력은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6년의 경력을 인정받아 입사하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이기도 했다. 프로젝트의 사업관리 경력이 3년이나 되어서 이 경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연봉이 현재보다 더 낮아질 확률도 있었다. 때문에 사업관리 경험이 새로 입사할 회사의 업무와 얼마나 유사하며, 어떤 도움이 될 것인지, 미래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 경험들인지를 정리해 답변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연봉협상을 위해 이직처 본사를 찾았다. 여태까지 연봉 '협상'이랄만 한 걸 해본 적이 없어서 조금 긴장이 되었다. 이직처에서는 이전 직장의 급여 증빙만 준비해오면 된다고 안내해주었지만, 나는 'SW기술자 경력확인서'도 별도로 챙겨갔다. 든든한 나의 지원군.
연봉협상은 경영을 담당하는 임원과 하게 될 것이라며 한 회의실로 안내받았다. 앉아서 준비해온 서류와 오거나이저를 꺼내 두었다. 오거나이저는 사회 초년생 때 스스로에게 선물했던 업무 일정 기록용 링 바인더인데, 업무에 익숙해진 이후로 잘 쓰지 않던 것을 새 기분을 낼 겸 다시 꺼내왔다. 메모할 일이 분명 생길 텐데, 스마트폰을 두드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기도 했고.
멀뚱멀뚱 파란 벽을 바라보며 앉아 기다렸다. 15분 정도를 혼자 앉아 기다렸던 것 같다. 훤칠한 모습의 임원이 등장해 회의 때문에 기다리게 만들었다 미안하다며 자리에 앉았다. 나는 해외 출장 때문에 원래 제안 주신 기간에 찾아뵙지 못했던 점에 대해 사과말을 올리고, 준비한 서류를 담은 봉투를 건네드렸다. 자연히 임원분이 서류를 꺼내 확인하면서 현 직장의 급여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올해 1월 1일 자로 승진하여 3월에 연봉 인상을 받았다고 답변했다. (관련 글: 입사 9개월 만에 승진할 수 있었던 이유 세 가지) 현 직장의 직급 체계도 물으셨는데, 아마 연차에 비해 높은 나의 직급(책임)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간단한 질의응답 이후로는 임원분이 조직 직급 체계와 연봉 체계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결론적으로 나는 6년의 경력을 인정받았다. 경력 산정에 대해서는 내가 예감했던 시나리오로 그대로 진행되어서 추가적인 질문이나 요청을 할 것이 없었다. 다만 직급체계가 현 직장과 달라, 직급이 오히려 내려가게 되었다. 직급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아쉽기는 했다. 책임 달고 1년이 다 되어가는데 다시 선임이라니. 첫 직장에서부터 얼레벌레 선임이라는 직책을 달고 일했던지라 만년 선임인듯한 기분. 하지만 막상 책임 직급을 주신다고 했어도 너무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 낯선 분야에서는 책임질 수 없는 책임의 무게... 가장 중요한 연봉액에 대해서는, 내년부터 7년 차 연봉이 지급될 예정이며 이는 현 연봉 대비 10% 정도 인상된 금액이었다. 내가 걱정했던 것과 달리 오히려 연봉이 인상되어 기분이 몹시 좋았다. 만족합니다!
연봉은 물처럼 정해졌다지만 나는 물어볼 게 있었다. 이전 신규 입사자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를 여쭈었다. 잘 지내고 있는 사람도 있고, 교육 이후에 대기업으로 환승 이직을 한 사람도 있다고 하셨다. 이로 인한 상실감이 엿보였다. 예의 바른 사람이었다면 여기서 더 캐묻지 않고 주제를 환기했겠으나, 나는 예의 바르지 않지.
"퇴사한 입사자들이 왜 그만두었는지 여쭤봐도 되나요?"
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오해를 살 수도 있는 질문이었다. 이 회사를 흠 잡기 위해서라거나 나쁜 점을 미리 알고자 했던 질문은 아니었다. 나는 사실 이 회사를 오래도록 다니면서 데이터 아키텍처 분야에서 전문성을 제대로 키워내고 싶었기에 조기 퇴사 선례를 듣고 나니 그 위험을 hedge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떤 점이 그들에게 악재였는지, 나는 피해갈 수 있을지 궁금해서 하게 된 질문이었다. 다행히도 임원분은 내 의도를 달리 해석하시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차근히 이전 사례들과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해 주셨고, 내 판단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결론적으로 내가 위험이라 판단할 사항은 아니었고, 오히려 확신이 생겼다. 잘 다녀보자.
마지막으로 신규 입사자가 준비해야 할 서류들을 알려주셨다. 의외의 서류들이 몇 가지 눈에 띄었다. 미리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어 눈여겨보았다. 합격 문자나 연봉협상 안내 메일 보다도 확실히 이직을 실감 나게 했다.
임원분은 마지막으로 덧붙이는 말로 신규 입사자가 나까지 총 다섯 명이라고 알려주셨다. 그런데 그중에서 내가 경력 연차가 가장 높단다. 으악. 고작 6년 경력이... 그래서 혼자서만 직급도 다르다고... 그런데 또 나이로는 중간쯤이라고 하셨다. 여러 생각이 머릿속으로 한 번에 들어왔다.
아이고. 잘해야겠네. 그런데 뭘 어떻게 잘해야 하나. 일단 퇴사부터 잘해야지. 인수인계 준비를 하러 현직장으로 바로 복귀부터 해야 했다. 분주한 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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