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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 에이치 Feb 08. 2024

여의도에서의 아침 6시, 내가 하는 일들

일찍 일어나는 새는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또...

여의도에서의 아침 6시


끝이 보이는 여의도 생활

아침 6시 서여의도

여의도에서의 생활이 끝나간다. 지난 8월 말부터 서여의도의 모 기업의 데이터 거버넌스 수립과 데이터 표준화 업무를 수행했다.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는 블로그에 남겼다.) 이제 프로젝트 막바지. 우리 팀은 프로젝트 초반에 분주했던 덕인지 마무리 단계에서는 오히려 여유를 찾았다. 오늘 글에서는 바쁨과 여유로움 그 어느 지점에 있든 내가 항상 지켜온 아침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출근 말고 다른 이유


나는 일찍 일어난다. 일찍 일어나는 생활을 한지도 벌써 9년 차. 이제 기상은 수월하다. 어려운 건 일찍 자는 것. 언제나 일찍 잠드는 데엔 실패하고 일찍 일어나기만 해서 항상 잠이 부족하다. 그래도 일찍 일어난다. 일찍 일어나서 최대한 빨리 집을 나선다. 비몽사몽 간에 씻고 최소한의 단장을 하고 뛰쳐나와서 버스에 몸을 싣는다. 그리고 잠시 다시 잠든다. 화들짝, 하차 지점에 맞추어 울리는 알람에 놀라듯 깬다. 허겁지겁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로 환승한다. 요즘은 국회의사당역에서 내린다. 그리고 느적느적 걸어 한 카페 구석에 자리를 잡고 노트북을 연다.


잠이 아직도 눈꺼풀에 붙어있다. 이토록 피곤하게 시작하는 하루. 하지만 바탕화면을 마주하는 순간 흥이 난다.


'왜' 사는지 이유를 아는 사람은 '어떠한' 것도 견딜 수 있다.
_프리드리히 니체


오늘은 뭘 할까? 읽고 싶은 책도 있고, 하고 싶은 공부도 있고, 쓰고 싶은 글도 있다. 무엇부터 하면 좋을까 기분 좋은 고민에 빠진다. 이 재미에 일찍 일어나지.


출근 말고 내가 일어나야 할 이유를 갖을 것, 내게는 그 이유가 필요하다. 출근만을 위해서 일어나는 삶을 나는 견딜 수 없다.


여의도 24시간 카페에서

24시간 OPEN

고객과 근무시간을 조정 협의하면서 8 to 5로 한 시간을 앞당겨 일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기상시간을 그대로 하고 카페에서 머무는 시간을 줄였는데, 1시간 남짓한 시간으로는 무엇도 할 수가 없었다. 이제 좀 집중이 된다 싶을 때면 출근을 해야 했다.


자연스럽게 기상 시간을 한 시간 더 당기고, 6시부터 있을 수 있는 공간을 찾게 되었다. 다행히 사무실 근처에 24시간 운영하는 카페가 있었다(드롭탑 서여의도점). 6시의 카페는 한적하다. 밤샘 공부를 한 것 같은 사람, 무언가 기다리다 나가는 사람, 아니면 나 같은 직장인. 아, 한 번 카페가 북적거린 적이 있었다. 십 대로 보이는 사람들로 가득해 앉을자리를 겨우 구했다. 7시 무렵 다 함께 사라졌다. KBS에서 아침 일찍 어떤 행사가 있는 모양이었다. 


24시간 카페에서 나는 그날 그날 하고 싶은 일들을 한다. 오늘은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




여의도에서의 아침 성취


성취라기에는 소박하고 개인적이지만, 6개월 간 여의도의 아침에 어떤 일들을 했는지 남겨본다. 물론 오직 아침시간만으로 이룬 성취들은 아니다. 퇴근 이후에도 계속하거나 주말에 시간을 더 내서 하기도 했다. 그래서 아침 성취라는 말은 과장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아침에 따로 시간을 가지지 않았다면 이 중 절반도 하지 못했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아침은 내게 무언가를 시작하고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시간이다.


여유로움


여유로움은 특별히 눈에 띄는 가치는 아니지만, 아침 생활을 하면서 얻게 된 것 중 가장 귀하다. 아침의 시간을 활용하게 된 뒤로 하고 싶은 게 생기더라도 큰 고민 없이 바로 시작해 본다. 시간이 있으니 하면 된다는 여유로움이 생겼다. 조바심도 들지 않는다. 오랜 기간이 걸리더라도 결국 끝마칠 수 있고 완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텅텅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통근하며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도 덤으로 딸려온다. 아침 일찍 생활하면서 체력적인 소모나 정신적 스트레스가 오히려 줄었다. 


독서는 나의 힘

여의도에서도 부지런히 읽었다. 북클럽 사람들과 읽는 책도 있고, 기술적으로 궁금해서 읽는 책도 있고, 그저 좋아서 혹은 좋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사 읽은 책도 있다. 1년에 50~70권 정도의 책을 읽는데, 이렇게까지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는 건 독서가 주는 힘을 믿고 일정 시간을 할애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내게는 독서 그 자체도 큰 기쁨이지만 북클럽을 통해서 사람들과의 교류하는 즐거움도 크다. 오랜 지인들과 책을 빙자해 만나 수다를 떠는 <취미는 독서> 클럽, 회사 동료들과 하는 독서 동호회, 그리고 제3세계 문학을 읽는 모임 <보이지 않는 세계들>까지 총 3개의 북클럽에 참여하고 있다. 독서는 글쓰기로도 이어진다. 


내일의 나를 위한 글쓰기

글쓰기를 좋아한다. 브런치에 일상이나 책에 대한 이야기도 남기고 싶고, 공부한 기술 이야기를 블로그에 쓰고 싶다. 하지만 글쓰기는 정말 많은 시간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어떤 글을 어떤 구조로 쓸지도 궁리해야 하고, 좀 더 유익한 글이 되도록 자료 조사도 해야 한다. 생각을 글로 옮기고 다듬는 과정도 지난하다. 모든 단계에서 많은 시간이 든다. 이 길고 긴 과정을 알기에 글쓰기를 마음 먹기 쉽지 않다.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에 노트북을 열었다가도 커서 하나만 외롭게 깜빡이는 빈 화면을 마주하면 도망치고 싶어질 때가 많다. 그래서 글쓰기를 하려면 많은 시간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쓰기 시작하는 게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나는 항상 아침에 글쓰기를 시작한다. 아침 한두 시간이면 도입부 정도는 쓸 수 있다. 일단 몇 문단을 써두고 나면 생활하면서 다음에 쓸 이야기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어떻게 풀어나가면 좋을지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고 난 이후부터는 글쓰기가 쉬워진다. 그냥 앉아서 쓰면 된다. 퇴근 후 카페에서나, 주말 식탁에서 이어 쓴다. 여의도에 있는 기간 동안에는 브런치에 연말 회고도 하고, <보이지 않는 세계들> 이야기도 남기고, 글또(글쓰는 개발자 모임)에 제출할 기술 블로그 글도 썼다. 이렇게 많은 시간을 들여 글쓰기를 하는 이유는, 나중에 내가 보고 자긍심을 가지거나 추억할 수 있는 글들을 쌓고 싶기 때문이다. 


프로페셔널 직업인이 되기 위한 학습

아침 시간에 100% 개인적인 일만 하는 건 아니다. 업무와 관련된 공부를 할 때도 많다. 기술서를 읽는다거나 프로젝트 진행하면서 궁금했던 걸 더 찾아보기도 한다. 회사 동기들과 입사 때부터 매주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어서, 발제할 주제를 공부하고 발표자료를 만들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요즘은 <친절한 SQL 튜닝>을 읽고 핵심 내용을 요약하고 있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늘 학습하며 지냈던 것 같다. 이직 전까지는 아침에 자격증 공부를 했었다. 단순 사무직 이상의 직업인으로 변모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준비했던 자격증도 취득했고 원하던 대로 데이터 아키텍트 직무로 전환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공부에는 끝이 없는 게, 공부한 만큼 업무 범위가 확장되고 아는 만큼 확신을 가지고 확실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걸 느끼고 있다. 멋진 동료들과 일하다 보면 나도 신뢰할 수 있는 동료가 되고 싶단 생각이 들어 절로 공부하게 된다.


지금은 AI 시대, 파이썬

글또 스터디 멤버분들과 공유하는 깃헙 저장소와 Auditorium 미션 현황

급격한 AI의 발전으로  온 세상이 들썩이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우리 조직에서는 AI의 중요성이 크게 강조되고 있다. 내 경우 현재 관심 분야는 데이터 아키텍처이지만, 앞으로 AI를 업무에 활용하거나 AI 관련된 컨설팅 업무를 맡게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AI 관련된 공부가 필요하겠단 판단을 내렸다. 그래서 항상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만 했던 파이썬 공부를 시작했다. 컴퓨터 언어라고는 SQL 밖에 할 줄 모르기 때문에 절차적 사고도 익히고, 회사 AI TF팀의 여러 실험에서 사용된 파이썬 코드들을 이해하고 싶었다.


아침 시간에 유데미(Udemy)에서 파이썬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Python 부트캠프 : 100개의 프로젝트로 Python 개발 완전 정복"이라는 강의인데, 지금 15일 차까지 들었다. 하루치 강의가 총 1시간 정도의 분량인데 5~10개 미니 강의로 나누어져 있어서 조각시간에 짬짬이 듣기 좋다. 초급 파트는 Replit, Auditorium 같은 웹 서비스를 사용해서 파이썬 설치 없이 간단히 진행할 수 있었다. 중급 파트로 넘어오면서부터는 파이참을 사용하고 과제가 어려워지기 시작해서 아침 짬 시간에 강의를 듣고, 주말에 과제를 풀어보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글또 커뮤니티에서 매주 진행한 과제 코드를 인증하는 스터디에 참여해서 깃헙도 처음으로 사용해 보았다. 




평화로운 억척 생활


오늘 이렇게 여의도에서 지낸 아침 시간들을 돌이켜 정리해 보면서 놀랐다. 아침 시간은 나에게 평온을 주는 시간들이었는데, 해낸 일들을 쌓아두고 보니 악바리의 삶이다. 평온한 마음으로 분주하게도 살았다. 


다음 프로젝트 사이트에서도 평화롭게 억척 생활 할 수 있기를. 그리고 이 글을 보신 분들도 자기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며 이 평온을 누려보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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