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종료 회식. 우리는 언제나 유종의 미를 바란다. 그렇기에 종료 회식은 늘 훈훈하다. 프로젝트가 더러웠든 치사했든 화목했든 보람찼든 막 굴렀든.... 다행히 이번 프로젝트는 고난이나 역경, 충돌이나 격무 없이 평화롭게 흘러왔다. 그러니 자칫하면 고해성사나 고발의 자리가 되고 마는 불편한 회식자리와는 달리 그저 웃고 떠들 수 있었다.
와르르륵 웃다가도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일동 침묵의 시간, 이 질문이 정적을 깨고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
너희들은... 회사에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이 있니?
어떤 의미였을까. 견제되는 시니어 동료가 있으신가. 아니면 요즘 주니어들의 욕망을 탐구하고 싶으셨나. 그저 단순한 궁금증일까.
잘 보이고 싶은 게 아니라, 잘 드러내고 싶은 것
회사에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은, 가까워지고 싶은 동료가 있느냐는 질문으로 들린다. 나는 어떤 동료와 가깝게 지내고 싶은가?
나는 최종적으로는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 원래 하던 일이 국제 원조 사업이어서 그런지 내게 세상은 여전히 불평등이 만연하고 비효율이 넘치는 곳이다. 그리고 정보기술은 격차를 해소하고 생활편의성을 줄 수 있는 강력한 도구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커리어 방향을 선회해서 지금은 데이터 설계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조직에 들어와 있다. 언젠가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수행 리딩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쌓고서 다시 국제 개발 협력 사업으로 회귀하면 좋겠다는 막연한 꿈과 함께.
할 수 있을까? 이 꿈을 우리 조직 안에서 이룰 수 있으면 더없이 좋겠지만 우리 조직은 해외 사업도 활발하지 않고, 주 고객으로 국내 대기업에 집중하고 있다. 가장 가까운 곳의 가장 거대한 고객으로 잘 살아온 조직이기에 때문에 내 장기 목표와는 접점이 크지 않다. 그래서 현 조직 내에서 내 개인적 업무 조람을 성취할 수 있으려면 국제 협력이나 B2G, ESG 분야의 사업성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걸 혼자 할 수 있나? 아니오. 같은 걸 원하는 사람이 있나? 글쎄. 그건 아직 모르겠다.
결국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이 있느냐 하면, 없다. 내가 원하는 건 잘 보이고 싶은 게 아니라 잘 드러내고 싶은 것이다.내가 원하는 방향성과 맞는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서로를 발견하고 같은 길 헤쳐갈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