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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경호 Nov 17. 2019

엘리자와 아누자

그래, 주인공은 너야





딸의 얼굴이 담긴 책을 바라보는 포르니의 얼굴이 환합니다. 잊을 수 없는 2년 전 환한 밤처럼, 온기 가득한 식사 초대를 받고 그녀가 차려줄 저녁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녀의 남편, 깔루다이는 서랍을 열어 몇 장의 사진을 꺼냅니다. 지난 여행 후 그에게 보내줬던 두 딸, 엘리자와 아누자의 사진입니다. 자주 꺼내지고 만져지길 거듭했던 사진을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사진 속에 있던 소녀는 자신의 얼굴이 담긴 책을 펼치고 그 안에 오래 머물러 있습니다. 읽지 못할 글을 한참 읽어도 보았습니다. 평생 품을 추억을 선물 받았던 내가 이제 이들에게 추억을 선물한 거겠죠? 지금 이 시간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 두었던 추억이 다시 손을 맞잡는 순간입니다. 둥글게 모여 앉아 못다 한 그간의 이야기를 나눌 시간입니다. 당신의 평범했던 하루도 나의 추억으로 삼고 싶습니다. 한 톨도 남기지 않으려 합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두 권의 잡지를 받아 들고 몇몇 지인에게 자랑처럼 건네기도 했다지만, 가장 자랑하고 싶은 건 역시 그들이었습니다. 너무 자주 그들을 말해 온 게 아닐까, 다른 이야기를 꺼내 볼까 고민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죠. 결국, 가장 말하고 싶은 건 그들이었으니까. 나는 여기를 말하고 또 말하지 않으면 무엇도 펼쳐낼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눈 앞의 이들을 말하지 않는다면 벙어리가 되어버릴지도 모릅니다. 나의 주인공이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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