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Calm_지금 이 순간을 살기
오늘의 명상을 들으면서, 김영민 작가의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를 처음 읽었을 때가 떠올랐어요.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침부터 왜 죽음을 생각해야 하지?”, “너무 무겁고 우울해지는 거 아닌가?”
그런데 책을 읽어갈수록, 작가가 말하는 ‘죽음을 생각한다’는 말의 뜻이 조금씩 다르게 다가왔어요.
그리하여 나는 어려운 시절이 오면, 어느 한적한 곳에 가서 문을 닫아걸고 죽음에 대해 생각하곤 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불안하던 삶이 오히려 견고해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도 삶의 기반이 되어주는 것은 바로 그 감각이다.
모든 이야기에 끝이 있듯이, 인생에도 끝이 있다. 모든 이야기들이 결말에 의해 그 의미가 좌우되듯이, 인생의 의미도 죽음의 방식에 의해 의미가 좌우된다. 결말이 어떠하냐에 따라 그동안 진행되어 온 사태의 의미가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모든 인간은 제대로 죽기 위해서 산다’는 말의 의미다.
—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중
이 글들을 읽으면서 제가 정리하게 된 건, “마지막이 있다고 생각하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식의 의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마지막이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을 더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는 의미였어요. ‘죽음을 떠올리며 마음대로 살라’가 아니라, ‘끝이 있기 때문에 지금을 더 소중히 바라보라’는 것을요.
하지만 이 깨달음을 실제 삶에 적용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였어요. 저에겐 ‘죽음’을 깊이 떠올릴만한 경험이 거의 없었거든요. 그러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아주 조금은 몸으로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는 산티아고 대성당이라는 분명한 종착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길을 막 시작했을 때, 저는 그 끝이 너무 멀게만 느껴졌어요. 걸으면서 멋진 풍경을 만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즐겁기도 했지만 하루 종일 걷는 날들이 이어지다 보면, 어느 순간 이 길이 지루하고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길 위에서 마주치는 700km, 600km 같은 숫자들은 현실감 없이 멀게만 느껴졌고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비석에 새겨진 숫자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아, 진짜 끝이 다가오고 있구나.' 그 사실을 몸으로 느끼는 순간, 마음이 조금 달라졌어요. ‘이 길에서 느끼는 충만한 경험들을 언젠가는 더 이상 할 수 없겠구나.’ 이 생각이 들자, 길 위의 순간순간이 훨씬 더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조금 다른 태도로 걷기 시작했어요. 하고 싶었던 것들을, 눈치 보지 않고 해 보기 시작했어요.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 이 길 위에서”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지금 이 순간'에 충실했던 순간]
피곤해도, 아침에 일어나 일출 시간에 맞춰 출발해 보기
들어갈 수 있는 성당이 보이면 잠시 멈춰 기도하기
내가 걸어온 길을 한 번씩 돌아보며 새로운 풍경 즐기기
멋진 하늘이 펼쳐질 때는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잠깐 쉬어 타임랩스를 찍어보기
시간이 어떻든 맥주가 마시고 싶으면 마셔보기
원하면 연박하며 휴식과 관광하기
날씨에 상관없이 일몰 시간에는 좋은 포인트를 찾아가서 천천히 기다려보기
이런 경험 덕분에 저는 끝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살아가게 해주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제가 매 순간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방황하고, 흔들리고, 무기력해질 때도 많아요. 그럼에도 가끔 산티아고 순례길의 그 감각, 그리고 내 인생에도 언젠가 끝이 있다는 생각을 떠올리면 다시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오는 데 도움이 됩니다.
과거에 하지 못한 일들에 대한 후회,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들 때문에 지금 이 시간이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죠. 그럴 때,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면 어떨까요?
과거와 미래에서 잠시 벗어난다면,
지금 이 순간의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
지금 이 순간을 조금 더 충실하게 살아간다면,
내 과거와 미래는 지금과 어떻게 다르게 보일까?
이 질문들을 곁에 두고, 가끔은 아주 잠깐이라도 “지금, 여기”로 돌아와 보는 연습을 함께 해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