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의 장애물을 마주하는 법

내가 원하는 나의 속도와 방식, 방향으로 나아가기

by Ho Cap
장애물은 길을 막지 않는다.
그 자체가 하나의 길이다.
– 선불교의 속담


이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저는 “그래, 결국 장애물은 반드시 넘어가야 한다”라는 생각을 떠올렸어요. 오늘 명상에서도 '장애물을 수행의 기회이자 성장의 발판으로 삼으세요.'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런데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저는 이 문장을 조금 다르게 이해하게 됐습니다.

“그 자체가 하나의 길”이라는 말은,

그 길을 갈지 말지, 또 어떻게 건널지는 결국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산티아고 순례길에서는 정말 많은 장애물들을 만났어요.

여름이 막 시작되던 시기에 순례길을 시작했지만, 이른 새벽에 출발해 고도가 높은 곳을 오르다 보면 하루 안에 사계절이 다 지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겨울 같은 새벽의 추위를 느꼈고, 비와 우박을 맞기도 했고, 초반에는 무리해서 걷는 바람에 정강이 통증을 안고 여러 날을 걸어야 했어요.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산을 올라야 했고, 어떤 날은 그늘 하나 없이 끝없이 이어지는 평지와 뜨거운 햇볕이 더 지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처음의 저는 ‘그래도 순례길인데, 고통도 이겨내야지’라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많은 순례자들이 몸 여기저기 통증을 안고도 계속 걷습니다.

하룻밤을 같은 방에서 묵었던 프랑스 친구 JB는 양쪽 발에 물집이 가득 잡혀서 고생하고 있었어요.

그럼에도 그는 다음 날 출발할 때 빠른 속도로 앞장서서 걸어가, 저와는 멀어졌습니다.


그 친구를 다시 만난 건, 사람들이 ‘세상의 끝’이라고 부르는 피스테라에서였어요.

그는 결국 끝까지 걷지 못하고, 중간에 버스를 탔다고 하더라고요.

웃으며 이야기했지만, 많이 아쉬워 보였습니다.

순례길의 중간과 마지막 즈음에 만난 미국인과 한국인 아주머니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몸이 너무 힘들어서 중간 구간을 버스를 타고 점프를 하셔서

“그래도 끝까지 다 걸었어야 했는데…” 하며 아쉬움을 계속 이야기하셨어요.


그때 저는 이렇게 말했어요.

“지금의 이 길도 당신의 길이에요. 당신의 방식으로 걷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해요.”


그 말은 사실, 그분들만을 위한 위로는 아니었어요.

중간중간 자주 쉬어가며, 남들보다 천천히, 제 속도로 걸어온 저 자신을 향한 말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순례길에서 장애물을 ‘정면으로, 빨리, 완벽하게’ 뛰어넘지 않았어요.

잠시 앉아 숨을 고르기도 했고, 아주 느린 속도로 조금씩 넘어가기도 했고,

때로는 아예 돌아서 가기도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맞닥뜨려야 하는 장애물도 있었지만,

그 앞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생각보다 다양하다는 걸 조금씩 알아차리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 선택들의 결과가 결코 나쁘지 않았다는 걸, 마지막에 알게 됐습니다.

저는 제가 원하는 속도와 방식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했고,

피스테라와 묵시아까지, 끝까지 걸어서 도착했어요.

산티아고 순례길의 종착지인 '산티아고 대성당'
세상의 끝, 피스테라
또 다른 세상의 끝, 묵시아


누구보다 빠르게 걷지도 않았고, 누구보다 강렬한 고통을 이겨낸 사람도 아니었지만,

저는 누구보다도 '나답게' 이 길을 완주할 수 있었어요.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제가 배운 건,

“모든 장애물을 꼭 인내하며, 성장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가 아니었어요.


오히려, 이런 태도에 가까웠습니다.

어떤 장애물은 잠시 멈춰 숨을 고르며 지나갈 수 있고

어떤 장애물은 돌아가거나 피해가도 괜찮고

어떤 장애물은 지금이 아니라, 내가 준비되었을 때 다시 마주해도 된다는 것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의 일상에서도, 장애물은 여전히 찾아옵니다.

일, 인간관계, 몸의 컨디션, 미래에 대한 불안 같은 이름으로요.

예전의 저는 그런 순간마다 “이걸 넘어야 성장하지”, “이 정도는 참고 견뎌야지”라며

스스로를 자꾸 좁은 코너로 몰고 갔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는 조금 다른 질문을 먼저 던져보려고 합니다.

“이 장애물을 지금 꼭 넘어서야 할까?”
“이건 정말 나를 위한 길일까,
아니면 누군가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선택한 길일까?”


우리는 종종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당장의 나를 너무 쉽게 희생시키곤 합니다.

더 강해져야 한다는 말, 버텨야 한다는 말,

“이 고비만 넘기면 뭐가 달라질 거야”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와서인지,

멈추거나 돌아가는 선택을 하면 스스로를 나약하다고 느끼기도 하죠.


하지만 저는 산티아고 순레길을 걸으면서 이렇게 배웠어요.

멈춘다고 해서, 돌아간다고 해서 길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장애물이 있건 없건, 내가 원하는 속도와 방향으로 걸을 때 나의 길이 된다


혹시 지금 당신 앞에도 선명한 장애물이 서 있나요?

주변에서는 그 장애물을 넘어서야 성장할 수 있다고,

“조금만 더 참고 견뎌보라”라고,

“그거 하나 못 넘으면 다음 단계로 못 간다”라고 말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모든 말들에 이미 조금 지쳐 있다면,

잠깐 그 자리에서 멈춰 서 보셔도 괜찮습니다.


지금 눈앞의 장애물을 꼭 온 힘을 다해 뛰어넘어야만 하는지,

다른 길은 정말 없는지,

조금 더 천천히 가도 되는지,

한 번쯤은 나에게 묻고 걸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장애물은 길을 막지 않습니다.

그 앞에서 어떤 속도와 방향을 선택할지를 우리에게 묻는, 또 하나의 길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이 글을 읽으신 당신이,

당신만의 속도와 방식, 방향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기를 바라며

몇 가지 셀프 코칭 질문을 남기고 싶습니다.


- 지금 내가 마주한 이 장애물은, 반드시 지금 넘어서야만 하는 걸까요?

- 이 길이 “정말 나를 위한 길”이라고 느껴지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지금도 그 느낌이 이어지고 있나요?

- 멈추거나 돌아가거나 늦춘다면, 나의 하루와 마음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 오늘의 나에게 맞는 속도와 방향을 위해, 아주 작게 바꿔볼 수 있는 한 가지는 무엇인가요?




혹시 혼자서 오래 붙잡고 있는 질문이 있으신가요?

“이걸 계속 버텨야 하는지, 멈춰야 하는지”

“돌아가도 되는지, 끝까지 가야 하는지” 같은 고민 말이에요.


그 질문을 함께 다루어 보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로 와서 저에게 말을 걸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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