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을 달리다

by 김열무호두


오랜만에 한강에 달리러 나갔다. 전날 비가 왔기 때문에 길이 미끄러울까 싶어 살짝 고민이 되었지만, 산보다는 낫겠지 싶어서 그냥 나갔다. 전날 밤에는 고민되던 것을 아침이 되면 그냥 하게 된다.

강바람이 꽤 세어서 뒷산에서 달릴 때보다 더 춥게 느껴졌다. 손도 시려웠고. 하지만 삼십분 정도 지나자 몸이 따뜻해지면서 달릴 맛이 났다.


여름에는 그렇게 많던 사람들이 겨울이 되니 별로 많지 않다. 게다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아서 한적하게 달릴 수 있었다. 방화대교를 찍고 돌아왔다. 시간 위주로 달리기 때문에 어디에서 턴을 해서 돌아와야 할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조금 더 가볼까 하다가 오늘은 여기까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그나마 해가 좀 떠서 강물에 햇살이 부딪히는 모습을 실컷 구경할 수 있었다. 눈이 녹지 않은 길에서는 멍하니 강을 바라보기가 어렵지만, 눈이 녹아서 달리기 편한 구간에서는 마음껏 멍을 때릴 수가 있다. 구름에 가려진 태양에서 햇빛이 마치 미켈란젤로의 그림처럼 쏟아져내렸다. 화살 같기도 하고, 레이저 같기도 한 빛이 강물에 떨어지자 강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름다웠다. 이 맛에 겨울에 한강을 달리는 것 같다. 고즈넉하고 소리라고는 내 발걸음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조용한 아침.


빙판에서 넘어지지 않으려고 근육들이 긴장을 하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할일은 힘을 빼는 것 뿐이다. 힘을 빼자라고 생각해서 되는 일도 아니다. 그저 힘이 들어갔다는 것을 알아차릴 뿐. 그러면 힘은 자연히 빠진다. 힘을 빼고 뛰면 몸은 제 할일을 한다. 요즘은 달릴 때 골반이 회전을 하는지를 주로 생각하면서 뛰고 있다. 오랜 팔자걸음 탓에 종아리로 달리는 버릇이 있어서 골반이 잘 회전되지 않는다. 하지만 골반을 회전시키면서 뛰면 힘도 덜 들고, 훨씬 효율적이다. 하지만 일부러 골반을 회전시키려고 하면 뒤뚱대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골반에 힘을 빼고 외줄타기하듯 발걸음을 내디디면 골반이 회전되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하니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던 골반 통증이 많이 나아졌다. 몸쓰는 방법을 이제야 배우는 느낌이다.


한강에서 벗어나 뒷산을 통과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뒷산 트랙에는 아직 눈이 많이 쌓여 있었다. 사람들이 흰 눈길을 꽤 많이 뛰고 있었다. 오늘 같은 날은 한강을 뛴 것이 더 나았던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다음번에는 좀 더 멀리가볼까. 하지만 다음주에는 다시 뒷산으로 돌아갈 것 같다. 조금 더 오랜 시간 달리게 된 후에 한강 달리기를 다시 시작할 생각이다.


돌아와서 남편이 끓인 매콤하고 든든한 고추장 찌개와 밥을 먹고, 낮잠을 잤다. 그리고 일어나서 냉동해둔 사워도우 빵을 구워 사과를 올려먹었다. 사과에 후추를 갈아뿌리고, 올리브 오일을 올려먹으니 아주 맛이 있었다. 영화를 보러 나가려고 했지만, 오늘은 빈둥대고 싶은 마음에 취소했다. 그리고 토마토를 숭덩숭덩 썰어 파스타를 해먹었다. 이렇게 일요일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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