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두시간 사십오분 동안 달렸다. 어제 모임 때문에 집에 늦게 돌아온 때문인지 아침에 살짝 늦잠을 잤기에 뒷산 트랙에 도착하니 9시였다. 이미 해는 떠있었지만 공기는 여전히 차가웠다.
간단히 몸을 풀고 달리기 시작하니 십분 쯤 지나자 손이 따뜻해졌다. 두꺼운 장갑과 귀돌이모자를 쓰고 달리기 때문에 그닥 춥지 않다.
몸이 적응이 되서인지 저번주에는 한 시간 반 정도 지났을 때부터 살짝 근육이 피로했는데. 오늘은 두시간 이십분 정도 뛰었을 때부터야 하체 후면 근육이 좀 당기는 기분이었다. 어제 모임에서 저녁을 많이 먹어놔서 그런지 달리는 동안 목도 마르지 않았고 배도 고프지 않았다. 두시간 이상 달리면 에너지젤을 보급해줘야 한다는데 나는 아직은 그닥 필요가 없는 것 같다.
두 시간이 훌쩍 넘은 시간을 스마트폰 없이, 음악도 없이 달리면 어디에 숨을 곳도 없이 내 머릿속 생각과 마주치게 된다. 이런 저런 생각들이 흘러다니고, 어떨 때는 왔던 놈이 또 오고, 또 온다. 그러면 그냥 내버려두는데, 한 시간 반 정도 지나면 그 놈들도 사라져버린다. 달리는 동안 머릿속에서 물고 뜯을 생각이 필요해서 지금 하는 일을 꺼내와서 굴렸다. 머릿속에서 이렇게 저렇게 끼워맞춰보다가 또 풍경에 눈을 빼앗기다가, 나중에는 그냥 멍때리기로. 가끔은 지루하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다. 어쨋든 전반적으로 달리기는 즐거운 편이다.
올해가 가기전에 세 시간 정도 달려보기로 한 두달 전에 내적 목표를 세웠었다. 솔직히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는데, 일요일마다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다보니 그닥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 오늘도 워낙 천천히 뛰어서 그런지 몸상태가 나쁘지 않아 십 오분 정도 더 달릴 수 있었지만 그냥 두시간 사십 오분 정도에 멈췄다. 그리고 꼭 올해 안에 세 시간을 달려야 하는 것도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