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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열무호두 Mar 23. 2020

코로나 시대의 채식 집밥

feat. 강원도 감자

요새 그 핫하다는 포켓팅에 운이 좋게도 성공했다. 감자 10킬로에 오천 원. 

첫 번째 시도에 다행히도 구매를 할 수 있었는데, 그 감자가 며칠 전에 도착했다. 


감자 상자 안에는 농민들을 도와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저장감자라서 상태가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글귀가 적혀 있었다. 

감자는 몇 개는 싹이 나 있었고, 몇 개는 습기 때문이지 살짝 젖어 있었다. 하지만 뭉개지거나 하지 않았고, 

깎아 놓으니 그런대로 먹을만했다. 그리고 감자 상자를 하루 정도 열어 놓으니 습기는 다행히도 다 말랐다. 

그래서 저 감자들은 지금은 상태가 더 좋아졌다. 사진 상으로는 마치 썩은 것 같이 나왔지만, 그런 것은 거의 없었다. 어쨌든 마트나 시장보다는 훨씬 싼 가격이고 농민들을 돕는다는 좋은 의미도 있으니. 

첫 번째 포켓팅을 성공한 후, 친정 엄마에게도 한 박스 보내려고 아침 열 시가 될 때마다 마음을 경건하게 가다듬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새로 고침을 눌렀지만, 초심자의 운이었을까. 며칠 째 두 번째 박스는 쉽지 않다. 

엄마가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라서 아침 요가를 끝내고 씻지도 못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광클을 해댔는데도 성공하기 어려운 거 보면 내가 첫방에 성공한 것은 정말 운이 좋았던 거였나 보다. 1인당 2박스 한정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사는 모양이다. 


어쨌든, 요새는 마트나 시장에도 잘 안 가고 있었던 터라 감자를 받고 며칠간 해 먹었던 감자 요리 사진을 올려본다. 

감자를 채칼에 갈아서 감자전을 만들었다. 원래 하고 싶었던 것은 스위스식 감자전인 뢰스티였지만... 

감자를 너무 얇게 써는 바람에 감자채 전이되었다. 두툼하고 바삭한 뢰스티를 원했는데 이것도 나름 나쁘지 않다. 희고 부드러운 감자는 채칼에서 아주 부드럽게 갈렸다. 소금 약간과 감자 전분을 한 스푼 정도 넣어서 구운 것. 

끄트머리는 바삭바삭하고 안쪽은 부드러웠다. 맛이 나름 나쁘지 않아서 몇 번 더 해 먹었다. 


그다음 요리는 비건 감자 샐러드. 감자를 압력솥에 삶아서 캐슈 마요네즈와 당근, 건포도를 섞어서 만들었다. 

캐슈 마요네즈는 집에서 만든 것이다. 캐슈넛과 두유, 레몬즙, 소금을 넣고 블렌더에 갈면 금방 완성된다. 

오일 한 방울 들어가지 않은 캐슈 마요네즈. 맛이 담백하니 꽤 괜찮다. 

양배추와 고수를 곁들여 같이 먹기도 했다. 시판 마요네즈를 쓰지 않아 조금 덜 부드러워 보이지만, 식감은 나쁘지 않다. 마요네즈를 만들기 귀찮으신 분들은, 시판 소이 마요네즈를 사서 쓰면 된다. 요새는 마트에서도 자주 보이는 듯하다. 오뚜기에서 나왔는데, 나도 캐슈 마요네즈를 만들기 전에는 자주 사 먹었다. 맛도 일반 마요네즈와 별반 다르지 않다. 집에 캐슈넛이 없는데, 소이 마요네즈를 만들고 싶은 분들은 두유와 식물성 오일, 그리고 레몬즙, 소금을 넣고 핸드블렌더로 갈면 질감이 훨씬 더 시판 마요네즈에 가까워진다. 하지만 나는 마요네즈에 들어가는 오일의 양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앞으로도 캐슈넛을 넣고 만들 예정이다. 아가베 시럽을 첨가하면 더 맛있어진다. 단맛을 즐기는 분들은 아가베나 메이플 시럽을 넣고 만들어도 될 듯하다. 


이건 주말에 만들어 먹은 비건 감자 수프다. 

프라이팬에 마늘과 양파를 갈색빛이 나도록 볶다가 감자 몇 개를 숭덩숭덩 넣어서 같이 볶는다. 그리고 그걸 두유제조기에 몽땅 넣고, 두유와 캐슈넛, 소금을 넣으면 완성. 뉴트리셔널 이스트가 있으면 같이 넣으면 더 좋다. 나는 있는데도 넣는 것을 까먹었다. 하지만 캐슈넛이 들어가서 버터와 우유 생크림의 역할을 대신해준다. 

두유제조기가 없는 분들은 감자가 익으면 다른 재료들을 넣고 핸드 블렌더로 갈아주면 된다. 

통밀빵 위에 올리브 오일과 마늘, 파슬리 약간을 갈아 올려 오븐에 구웠다. 여러 가지 요리를 하다 보니 살짝 탔다. 초보 채식러의 첫 번째 마늘빵이라 비주얼이 좀 그렇다. 마늘 가루가 있으신 분들은 마늘 가루와 올리브 오일을 살짝 뿌려 노릇해질 때까지만 구워도 괜찮을 것 같다. 아가베 시럽을 뿌려주면 더 맛있다. 사진은 살짝 그런데, 바삭바삭한 것이 먹기는 괜찮았다. 다음 번에는 한식 감자조림을 해볼까 생각 중이다. 한참 동안 감자는 원 없이 먹을 것 같다. 


코로나로 일상이 사라진 요즘이다. 게다가 경제도 어렵고 모두가 힘든 날들을 다 같이 겪어 내고 있다. 하지만 옛말에 다 같이 겪는 난리는 난리도 아니라고 했다. 물론 난리가 아닐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포켓팅을 하고 감자를 깎아 요리를 해 먹는 것이 소소하게 즐거움을 준다. 모두들 몸도 마음도 건강하시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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