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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열무호두 Feb 28. 2020

면역력을 높이는 채식 집밥

겨울의 채식 집밥

작년 하반기는 갑자기 큰 프로젝트를 맡게 되어 사무실에 계속 출근을 했기 때문에 아침을 제외하고는 집밥을 거의 못먹었다. 프로젝트가 막판으로 갈 때는 아침 먹을 시간도 없었다. 바깥에서 외식으로 채식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왠만하면 한식으로 먹으려고 노력했고, 해산물 육수 까지는 허용했다. 비건이라기 보다는 비건 지향이 되었달까. 하지만 중국집에 갈 때는 잡채밥에 고기를 빼달라고 하고, 쌀국수 집에 갈 때는 볶음 쌀국수에 나온 해산물은 같이 밥을 먹는 사람에게 다 주었다. 어쨌든 아직도 회사에 출근하는 사람들이 도시락을 싸지 않는 한 채식을 유지하기란 어렵다는 것을 몸소 체감했던 순간이었다. 

몰아치던 일들은 작년 연말에 어느 정도 정리되었고, 내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클린한 식사가 그리웠다. 클린하다고 해봤자, 현미밥에 된장찌개, 그리고 약간의 야채 정도지만.

게다가 스트레스를 받으니 초콜렛을 너무 많이 먹게 되었다. 살도 찌고 피부도 나빠졌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식습관을 재정비해서 다시 예전으로 돌아왔다. 

내가 하는 일은 잘 되면 외부에 나가서 정말 몰아치듯 일을 해야 하고, 그 전까지는 집에서 글을 쓰는 그런 종류의 일이다. 어쨌든 불안정한 프리랜서의 삶이다. 그래서 집에 있을 때는 스스로 습관을 다잡아야 한다. 가공식품에 길들여지면, 계속 먹고 싶어지고, 또 자연식물식을 하다보면 가공식품의 맛이 거북하게 느껴진다 

 평소에는 도서관에 가거나 카페에서 일을 하는데. 요새는 나가지 못하다보니 집에서 음식을 하는 횟수가 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나의 생활 패턴을 많이 바꾸어 놓았다. 

어쨌든 이 바이러스는 전세계로 퍼져나가고 있고, 새로운 전염병은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다. 스스로 위생에 신경을 써야 하고, 면역력도 일단 높여 놔야 한다. 과일과 야채는 면역력을 높여주는데 아주 좋은 식품이다. 


국산 블루베리가 세일을 하길래 한 박스 사왔다. 딸기도 먹음직스럽다. 이 때는 딸기 한 박스에 육천원을 넘어가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자잘한 것 한 박스에 삼천원 정도로 가격이 내렸지만, 그래도 딸기는 비싸다. 하지만 딸기의 시원한 단맛은 정말 거부하기 힘들다. 블루베리와 딸기를 먹으면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비싸서 그런 것일까?


바나나 블루베리 오트밀 

요새는 특히 오트밀에 빠져있다. 간편하고 든든하다. 오트밀에 두유를 붓고 바나나 조금과 함께 끓이거나, 그냥 두유를 넣은 오트밀을 전자렌지에 1분만 돌리면 오트밀 포리지가 완성된다. 그 위에 좋아하는 과일과 견과류를 얹으면 한 끼 식사 완성!


오트밀은 도시락을 싸기에도 편리하다. 식감이 좋은 올드패션드 오트밀을 넣고 두유를 붓고, 호박씨, 아몬드, 건포도. 그리고 그 위에 바나나를 숭덩 숭덩 썰어 넣으면 끝이다. 아, 그리고 오트밀에는 꼭 소금을 넣어주어야 한다. 우리의 밥이나 마찬가지로 아무 맛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고소한 맛은 있지만. 

소금 한 꼬집과 시나몬 반 스푼 정도 넣어서 전자렌지에 돌리면 아침으로도 든든하게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옵션으로 땅콩 버터까지 넣으면 고소한 맛이 배가 되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단 맛을 좋아한다면 메이플 시럽을 살짝 넣어도 되는데, 나는 메이플 시럽 까지는 넣지 않았다. 건포도가 상당히 달기 때문에 건포도랑 섞어먹으면 된다. 

용기는 아무거나 괜찮은데, 예전에 세일을 할 때 사둔 메이슨 자가 있어서 거기에 차곡차곡 넣었더니 한 끼 분량으로 딱 좋다.



느타리 버섯 감자 뇨끼


쿠팡 직구로 감자 뇨끼를 샀다. 예전에 직접 생감자를 갈아서 뇨끼를 만든 적이 있었는데, 맛은 그럭저럭 있었지만 만드는데 너무 시간이 걸려 다시 해먹을 엄두를 못냈다. 그런데 쿠팡에서 파스타처럼 삶기만 하면 되는 감자 뇨끼를 발견했다. 가격도 나쁘지 않길래 얼른 샀다. 일요일날 왠지 기분내고 싶을 때 끓는 물에 삶아서 뇨끼가 물 위로 떠오르면 건져내어 올리브 오일에 살짝 노릇하게 구워준다. 재료준비까지 10분이면  완성되는 꽤나 간편한 요리인데, 감자의 고소한 맛이랑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다. 400g 정도에 4천원 정도라 파스타랑 그다지 가격차이도 나지 않는다. 앞으로 뇨끼는 반죽 말고 그냥 사먹는 걸로. 


 

토마토 소스 형제들.

냉동실이 음식 재료들로 꽉 차 있어서 냉장고 파먹기용으로 만든 토마토 소스다. 작년 여름에 손질해서 얼려둔 생토마토와, 먹고 남긴 홀토마토 통조림을 잘게 썰어 양파, 마늘, 바질과 같이 끓였다. 사실은 두유 제조기에 왕창 때려넣고 두유 버튼만 눌렀는데 이렇게 색깔이 고운 토마토 소스가 만들어졌다.  물을 살짝 많이 넣은 느낌이라서 토마토 소스라기보다는 토마토 주스 같이 되었지만, 사먹는 것보다 훨씬 담백하고 감칠맛도 있다. 

당근을 넣은 토마토소스 현미 파스타

토마토 소스로 만든 파스타는 색깔이 시판 것보다는 연하다. 겨울은 토마토가 특히 비싼 계절이다. 토마토를 박스 째 살 수 있는 여름이 기다려진다. 그 때도 토마토를 손질해서 냉동실에 얼려 놓으면 겨울에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무말랭이 무침

엄마가 무를 직접 말려서 만든 무말랭이를 한 봉지 그득 주었다. 집에 가지고 와서 뜨거운 물에 살짝 불린 다음 고춧잎과 같이 무쳤다. 밖에서 먹을 수 있는 양념이 아주 진한 것은 아니지만, 밥먹을 때 마다 조금씩 먹으면 꼬득한 식감이 마음에 든다. 식당에서 먹을 수 있는 약간 질척한 느낌의 무말랭이가 되려면 찹쌀풀을 쑤어야 한다고 해서, 초보 살림러는 포기했다. 하지만 다음에 무말랭이를 무칠 때는 한번 시도해보려고 한다. 

밥이 좀 적어보이지만, 나중에 더 퍼먹었다

무말랭이 무침과 함께 한 평소의 소박한 밥상. 고수와 시금치, 그리고 브로콜리, 양배추. 일요일날 장을 봐서 한번에 손질해놓으면 평일 내내 꺼내서 접시에 올리기만 하면 된다. 감자 샐러드는 감자를 삶고 당근을 썰어서 소이 마요네즈를 넣고 팍팍 비볐다. 그리고 봄동이 한 포기에 천원 하길래 업어와서 된장국을 끓였다. 나는 된장국을 원래 좋아한다. 시장에서 봄동을 사면 봄동을 잔뜩 넣고 끓이고, 냉이를 사면 냉이를 넣고 끓인다. 

냉이와 봄동의 콜라보

소화가 안되거나 몸이 무거울 때 된장국을 끓여먹으면 위가 쫙 풀리는 것이 느껴진다. 육식을 하던 시절, 술을 많이 마시고 난 후에 해장국을 먹으러 가면 머릿속이 소용돌이치는 것이 느껴지면서 땀이 쫙 흐르는 것이 같이 들어간 소 내장 때문인줄 알았다. 그런데 얼갈이나 봄동을 많이 넣고 된장국을 끓여 해장을 했는데 똑같은 느낌을 받았다. 해장국에 왕창 들어간 채소 덕분이었던 것이다!! 채소를 잔뜩 넣고 된장국을 끓여먹으면 뱃속이 뜨듯해지고 손발에도 피가 돈다. 

남편이 끓인 채식 콩비지 찌개

두유를 만들어 먹고 나면 비지가 많이 남는다. 그걸로 비지 찌개를 끓이면 맛이 꽤 괜찮다. 고기대신 목이 버섯을 넣고 끓이면 씹는 맛도 있고 먹을만 하다. 


항상 비슷한 나의 밥상이다. 쌀은 시골에서 친척분이 보내주셨는데, 현미로 도정을 부탁드렸는데 생각보다 많이 깎아 오분도미 비슷하게 되었다. 쌀눈만 남겼달까. 그 쌀에 귀리와 서리태 콩을 섞어 먹는다. 이 날은 아몬드와 호박씨도 같이 접시에 올렸다. 

들깨 미역국

몸이 좀 으슬으슬하게 춥다 싶으면 나는 미역국을 끓인다. 미역을 불려 간장에 달달 볶은 후 물을 붓고 끓이다가 말린 표고를 불려 넣고, 감자를 숭덩숭덩 썰어 넣는다. 마지막에 통들깨를 씻어 갈아 넣으면 완성이다. 채식 하기 전에는 미역국은 꼭 소고기나 굴, 바지락을 넣지 않으면 맛이 나지 않는 줄 알았는데, 감자나 표고 버섯을 넣고 끓여도 감칠맛이 난다. 통들깨를 갈아서 넣으면 고소하고 진한 국물 맛을 볼 수 있다. 


남편이 요새 피곤한지 안구 건조증이 생겼다기에 여름에 사놓고 냉동실에 얼려둔 아로니아와 바나나를 갈아서 아침마다 주고 있다.

아로니아는 블루베리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항산화 기능이 훨씬 더 좋다고 한다. 하지만 블루베리와는 달리 떫은 맛이 있어서 바나나를 꼭 섞어서 갈아야 한다. 

오븐에 구운 단호박

단호박도 전자렌지에 한 5분 돌려서 오븐에 구워먹으면 말그대로 꿀맛이다. 단호박이 어찌나 달콤한지, 한 통을 남편과 둘이 한번에 해치웠다. 

일요일 저녁. 시금치 통밀 파스타와 컬리 플라워 오븐 구이. 그리고 오트밀 쿠키에 와인을 살짝 곁들였다. 


요새는 뉴스를 보거나 인터넷으로 기사를 검색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공포와 혐오를 부추기는 기사들이 넘쳐나고, 집에만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자칫하면 너무 우울한 마음이 들 것 같아서다. 의식적으로라도 먹으면 기분 좋아지고, 몸도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중이다. 초보 채식러의 험블한 솜씨지만, 내 손으로 나에게 음식을 잘 먹이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도 없다. 모두들 건강하길 빈다. 요새 처럼 건강이 중요한 때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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