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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술호근미학 Apr 17. 2020

도전에 대한 공포를 느끼는 이를 위한 등산 이야기

등반과 도전의 유비 관계

북한산을 갔다. 항산 오르던 등산로가 익숙해져서 새로운 등산로를 올라보고 싶었다. 이번에 택한 봉우리는 이전의 봉우리보다  높은 곳이었다. 밑에서 정상을 올려다보니 까마득했다. 게다가 암벽들이 많아 보였다.

'어휴 저걸 어떻게 오르지. 올라갈 수는 있는 건가?'


멀리서 바라본 산은  거대하고 오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시간도 오래 걸릴 것 같고, 괜히 험한 산을 올다 다치는 건 아닌가 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 거 그냥 돌아갈 수 없다는 마음에 등반을 하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험해 보이던 산에 막상 가까이 가보니, 멀리 서는 보이지 않던  등산로가 보였다. 지레 겁을 먹고 돌아갔다면 시작부터 못했을 텐데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안내 푯말을 확인하고 첫걸음을 뗐다. 한걸음 한걸음 눈 앞에 보이는 계단과 바위를 올랐다. 나무들에 둘러싸여 제대로 가고 있는지도 잘 구별이 안 됐다. 어찌 되었든 위로 오르다 보면 결국엔 정상 다다를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삼십여분을 쉬었다 올랐다를 반복했다. 나무숲을 벗어나 암벽 구간에 도착했다. 목이 말라 잠깐 쉬려고 바위에 앉았다. 뒤를 돌아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얼마 오르지 않은 줄 알았는데 벌써 이렇게 많이 올라왔네.'


눈 앞에 보이는 정상이 아직 한참 남아 얼마 오르지 못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미 나는 생각보다 많은 거리를 올랐다. 나는 그저 눈 앞에 계단과 바위를 묵묵히 올랐을 뿐인데 그것이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니 꽤나 대단해 보였다. 이미 이뤄낸 성과를 보니 더욱 힘이 났다.


그렇게 이십 분쯤 더 올라가니 이미 다른 봉우리보다도 높은 곳에 위치했다. 이제 정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상에 다다를수록 경사는 가팔라졌고, 어떻게 올라야 하는지를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누군가는 이 길을 지났을 거라 생각하니 못 오를 방법은 없겠다고 생각했다. 자세히 보니 누군가 밟은 자국들이 보였고, 이를 따라가니 불가능할 것 같던 바위를 오를 수 있었다. 창의적인 방법으로 산을 오를 수도 있지만 가끔은 다른 이의 지혜와 경험을 빌려야 할 때가 온다.

정상에 올랐다. 밑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정상에서 먹는 컵라면은 꿀맛이었다. 지레 겁을 먹고 포기했더라면 이 광경을 보지 못했을 것이고 이 맛을 즐기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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