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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술호근미학 May 04. 2020

브런치의 주제를 잡는 방법

일단 뭐가 됐든 간에 써봐라

"형 저 브런치 작가 신청하려고요. 근데 뭘 써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뭘 쓰는 게 좋을까요?"

"네가 쓰고 싶은 주제가 뭔데??"

"음.. 그것도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그냥 글을 쓰고 싶어서 시작하는 거라"

"그래? 그럼 뭐가 됐든 간에 일단 써봐"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앞으로 어떤 글을 쓸 것인지, 그리고 이에 대한 샘플 글 한편을 써서 제출해야 한다. (이것이 브런치가 양질의 글들을 소개할 수 있는 하나의 이유인 듯하다) 물론 누군가는 정말 쓰고 싶은 글들이 있어서 브런치를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단순하게 '쓰는 행위'가 즐거워서 브런치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어떤 주제로 글을 써야 하는지 모른다. 또한 '앞으로 이런 글을 써야지' 하고 큰 주제는 잡았지만 막상 특정한 하나의 이야기들은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뭐가 됐든 간에 일단 한 번 써보라고 조언한다. 그게 말이 쉽지, 그럼 어떻게 쓸 수 있을까? 내가 썼던 방법들을 소개한다.


한 문장씩 써보고, 관찰해라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자리에 앉아서 일단 펜을 잡든, 키보드에 손을 얹든 간에 글쓰기를 시작하면 어떻게든 글은 써진다. 그럼 무엇을 써야 하냐고?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들, 오늘 내가 한 일, 읽은 것들, 본 것들, 들은 것들 등등을 한 문장이라도 좋으니 한 번 써본다. 그 이야기들을 서로 연결하거나 자세히 관찰하면 분명히 이야기는 나온다. 중요한 것은 관찰이다.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는 일들도 자세히 관찰해보면 내가 알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 시절 나무를 그릴 때 우리는 갈색으로 나무줄기를 그리고, 초록색으로 이파리를 칠한다. 나무를 자세히 한번 관찰해보자. 나무가 정말 갈색인가? 이파리들은 초록색인가? 어떤 나무의 줄기들은 흰색을 띠기도 하고 어떤 나무의 이파리는 빨간색이기도 하다. 내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넘어갔던 어떠한 사건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당신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나 또한 일상의 사건들을 관찰하다가 쓴 몇 개의 글들이 있다. 예전 여자 친구와 헤어진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눈에 커다란 다래끼가 난 적이 있다. 병원에서 다래끼를 째는데, 고통이 너무 컸다. 가만히 놔뒀으면 자연적으로 치유되었을 것을 왜 괜히 째서 이런 고통을 당하나 싶었다. 그 생각을 하다 보니, '나의 이별도 다래끼 같은 거였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쓴 글이 바로 '눈 다래끼를 째기로 마음먹었다. (부제:이별 후에)'(https://brunch.co.kr/@hogeunyum/54)이다. 사진 하나 들어가지 않고 그냥 쓴 글인데, 내 브런치에서 가장 많은 조횟수를 가진 글들 중에 하나이다. 그러니 무엇이 되었든 상관없다. 일단 써보고 그것들을 관찰해서 당신의 이야기로 만들어라.


구독자가 늘지 않더라도 내가 즐거워하며 쓸 수 있는 주제를 발견하라

브런치에서 '구독'이라는 것은 앞으로 특정 작가의 글이 발행되면 그 글을 읽겠다는 약속이다. 구독자들은 '이 작가는 글을 계속해서 발행할 것이다'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에 구독하는 것이다. 그 기대감은 이전에 작가가 써놓은 글들을 통해 생성된다. 그러니 구독자 수를 늘리고 싶다면, 어느 정도 글들을 쌓아야 한다. 그전까지는 구독자들이 무엇을 근거로 당신의 브런치를 구독하겠는가? 그렇기에 일정 기간 동안은 구독자가 늘지 않더라도 글들을 꾸준히 써 나가야 한다. 그렇기에 구독자가 늘지 않더라도 스스로 즐거워하며 쓸 수 있는 주제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 주제가 있어야 긴 호흡을 가지고 브런치에 글을 지속해서 올릴 수 있다. 그렇다면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주제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나의 브런치의 주된 주제는 미술이다. 하지만 내가 처음 페이스북에 글을 쓸 때부터 미술에 대한 글들만을 쓴 것은 아니다. 내가 읽은 책들,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들, 오늘 했던 일들에서 새롭게 발견한 것들, 신앙에 대한 이야기 등등 여러 이야기를 썼다. 그중에서 나는 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즐거웠다. 미술과 그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내 생각을 대신 증명해 보이고, 은폐함으로써 지적인 허영심을 부리는 행위에 나는 쾌를 느꼈다. 그래서 나는 미술을 브런치의 주된 주제로 잡았다. 이것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이전에 많은 글들을 썼기 때문이다. 내가 정말 즐거워하고 긴 호흡을 갖고 쓸 수 있는 주제는 여러 가지 잡다한 글들을 써봐야 알 수 있다.


브런치 주제를 잡는 법

브런치에 주제를 잡는 법은 사람마다 다양하다. 누군가는 '내가 관심 갖고 있는 주제는 이미 있어요'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관심이 있는 것과, 그것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은 다르다. 예를 들어 tv 드라마 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는 'tv 드라마 보는 것'을 좋아하는 거지, tv 드라마에 대한 비평이나 이를 통한 글쓰기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평소에는 내가 관심 갖는 일이 아닌데, 막상 글로 써보니 술술 써지고 계속 쓰고 싶어 지는 일들도 있다. 그러니 일단 여러 가지 글들을 한 번 써보라. 그 안에서 관찰을 통해 자신이 정말 즐길 수 있는 주제를 당신의 브런치 주제로 잡아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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