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후안의 <Family 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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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무 표정인 남자의 얼굴에 서예체로 몇 개의 문장이 쓰여 있습니다. 이내 이 남자의 얼굴은 더 많은 문장들로 채워집니다. 점점 남자의 얼굴은 검게 물들어 가고 끝내 남자의 쌩얼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를 정도로 그의 얼굴과 목은 완전히 검은색으로 뒤덮입니다.
이 작품은 바로 중국의 행위예술가 '장 후안'의 작품 <Family Tree>입니다. 이 작품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주최한 '현재 같은 과거의 중국 현대 잉크 예술'이라는 전시회의 메인 작품으로 선정될 정도로 많은 인기를 끌었는데요
대체 장 후안은 왜 자신의 얼굴을 검게 물들였을까요?
장 후안은 1990년대 말 뉴욕에서 그리고, 현재는 상하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중국 현대 예술 1세대로 평가받는 예술가입니다. 그는 1966년 중국 허난성 안에 있는 안양이라고 하는 지방에서 태어났습니다.
장 후안은 중국 최고의 미술대학인 중앙미술학원에서 학위를 받고 동료 예술가들과 '베이징 이스트 빌리지'라는 그룹을 만들고 작품 활동을 했습니다. 그는 회화나 조각보다 자신의 몸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퍼포먼스 예술을 했는데요.
그 방법이 무엇보다도 직설적이면서 기억에 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죠.
"나는 세상에 대한 무력함을 나의 몸과 영혼으로 표현해야 했습니다"
“나의 몸을 통해 표현함으로 내 삶의 가치를 볼 수 있었다. 이것은 나를 내면의 세계로 이끈다"
장 후안은 자신이 속해 있던 중국의 모습을 공격적이며 직설적인 방법으로 표현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앤젤'이라는 퍼포먼스입니다. 이 작품에서 그는 나체인 채로 붉은색 액체를 뒤집어쓰고 나타납니다.
그의 손 위에는 마찬가지로 붉은색 액체를 뒤집어쓴 아기가 들려 있습니다. 이것은 당시 아이가 생겨도 키울 수 있는 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낙태를 해야 했던 가난한 노동자들의 현실을 나타낸 것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너무나도 공격적인 그의 작품들은 중국의 대중들에게도, 예술가들에게도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정부로부터 규제와 검열을 받고, 교육된 대중과 예술가들은 전통적 예술과 사상에서 벗어난 그의 퍼포먼스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장 후안을 그저 그림을 못 그리는 매니악이자 이슈를 만들어 갤러리를 띄우는 사람 정도로 여겼죠. 이에 실망한 장 후안은 1999년 뉴욕행을 결정합니다.
이 즈음에 등장한 퍼포먼스가 바로 <Family tree>입니다. 그는 3명의 서예가들을 통해 자신의 얼굴에 속담, 가족의 이름, 명언 등의 문장들을 적게 합니다. 처음에는 몇몇 문장들이 보이던 그의 얼굴이 어느덧 문장들로 가득 차고 마침내 얼굴은 보이지 않고 검은색으로 뒤덮입니다.
이 작품은 사회, 문화, 교육 등에 의해 개인이라는 존재가 사라지는 과정을 표현한 것입니다. 화장을 하는 사람들은 메이크업되지 않은 쌩얼이 자신이라 믿지 않습니다.
그들은 풀 메이크업을 한 상태가 자신들의 진정한 모습이라 믿고 있죠. 마치 화장을 하듯이 사회, 문화, 교육은 개인이라는 우리의 쌩얼을 뒤덮습니다.
어느 순간 우리는 사회, 문화, 교육으로 뒤덮인 검은색의 모습이 나의 진정한 모습이라고 믿고 있죠. 장 후안은 이 점을 풍자한 것입니다. 그리고 전통이라고 하는 그 메이크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인간은 절대로 선을 넘지 않는다. 그러나 예술은 선을 넘는다. 예술가는 항상 전통과 싸우고 있다”
'인스타그래머블'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뜻인데요. SNS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계정에 안 좋은 모습은 올리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연출된 모습이고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위한 것들이죠.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세상이 마치 그렇게 돌아가야만 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그들도 인스타그래머블한 장면들로 자신의 삶을 꾸밉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SNS에 올라가 있는 삶이 나의 삶이라 착각하고 살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교육되는 것에 의해 우리는 삶의 목표가 정해집니다.
좋은 대학을 가고, 돈 많이 벌고, 복지가 좋은 회사에 들어가 비슷한 수준의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는 것이 이 시대의 인간이 가져야 할 덕목 이리고 믿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를 잃어갑니다. 사회, 문화, 교육에 의해 개인은 편향되고 정의됩니다. 이러한 사회에서 개인은 인스타그래머블로 메이크업되지 않은 쌩얼을 드러내는 것이 두렵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은 꼭 인스타그래머블하지만은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고난과 고통이 존재합니다. 이것을 부정할 수는 없죠. 그러니 언젠가는 나의 쌩얼과 반드시 마주해야만 합니다.
장 후안이 <Family Tree> 퍼포먼스를 펼친 이후에 어떤 행동을 했을까요? 아마도 바로 세수를 했을 겁니다. 자신의 얼굴을 뒤덮고 있던 검은색 문장들을 지우고 마침내 자신의 쌩얼을 맞이했겠죠.
진정으로 주체적인 자신과 마주하고 싶다면 우리의 얼굴을 뒤덮고 있는 사회, 문화, 교육 등의 메이크업을 지워야 합니다. 지우는 과정은 쉽지 않을 겁니다. 어쩌면 화장을 지울 때처럼 클렌징 오일 같은 도구가 필요할 수도 있죠.
그 도구 중 하나는 예술이 될 수 있습니다.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바로 예술의 역할 중 하나니까요. 그렇게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치고 사회, 문화, 교육 등의 메이크업에서 벗어나는 순간 그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의 쌩얼을 마주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들이 반복되면 결국 내 쌩얼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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