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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술호근미학 Oct 20. 2022

사르트르 미학으로 예술 보기

나 자신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방법

01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아이스박스였다


호근님은 오늘 본 작품 중에 어떤 게 가장 기억에 남았어요?
저는... 아이스 박스요


얼마 , 15명의 예술 애호가들과 5개의 갤러리를 같이 방문하고 토론하는 아트투어를  적이 있다. 갤러리 방문을 마치고 5명씩 그룹을 짓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번째 질문이 바로 '오늘  작품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저런 작품을 꼽았고,  차례가 됐다. 나는 아이스박스라고 말했다. 다들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들의 표정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했다.


아이스 박스요...? 그런 작품은 없었는데




상업화랑의 박진영 작가 사진 전시회 '혹성에서' 갔을 때였다. 좁은 공간에 15명은 너무 붐벼서 2 전시 공간으로 바로 이동했다. 2 전시 공간 한쪽에는 계곡의 모습, 한쪽에는 금붕어들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전시공간 한쪽에는 테이블과 캠핑 의자가 있었고, 공간 한가운데에는 쉬는 벤치형 의자와 아이스박스가 있었다.


전시 제목이 '혹성에서'인데, 캠핑의자와 아이스박스? 무슨 의미일까? 궁금했다. 전시작품을 만지면  되지만 아무도 없어서 몰래 아이스박스를 열었다.  안에는 탄산수 3병이 들어있었다.


'혹성에서 탄산수는 무슨 의미일까? 작가는 이것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을까?' 이런저런 가능성을 추측해보며 1층으로 내려왔다. 1층에서는 갤러리 스태프님이 나머지 투어 인원들에게 전시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었다. 박진영 작가의 활동, 아날로그 사진을 사용하는 이유 등등. 그리고 오늘이 전시 둘째 날이라 마실 것, 과자, 사탕들 준비했으니 마음껏 가져가라 했다.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2층의 아이스박스가 무슨 의미인지 너무 궁금해서 스태프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혹시 2층에 있는 아이스 박스 안에 있는 탄산수는 무슨 의...'

'아, 그것도 마셔도 돼요~ ^^'



그러고 보니 준비했다는 음료가 위에 있던 탄산수 그것이었다. 그렇다. 그것은 오브제가 아니었다. 그냥 전시회 측에서 관람객들을 위해 준비한 탄산수를 넣어놓은 말 그대로 '아이스 박스'였다.


만약 내가 전시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아이스박스를 발견했다면 어땠을까? 나는 당연히 그것을 음료를 담아놓은 통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전시장에 있었고, 나는 그것을 오브제(초현실주의 미술에서 작품으로 여겨지지 않는 사물에 작가가 재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한 미술 작품)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일반적인 아이스박스의 역할에서 벗어나 그 사물이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 것이다.



이 경험에서 나는 프랑스의 행동하는 지성인인 장 폴 사르트르가 생각났다. 그가 이야기하는 '자유로운 인간은 전시장에서 가능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02

인간의 자유는

실존에 있다




사르트르는 인간의 자유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미래를 향해 자신만의 상상을 할 수 있는 것이라 말한다.


사물들은 본질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연필은 쓰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고, 그릇은 담기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인간은 본질이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선택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만들어가는 존재다. 이것을 사르트르는 실존이라 부른다. 그래서 사르트르는 실존이 본질보다 앞선다고 말한다. 실존이 있어야 인간이 비로소 본질을 완성할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사물이나 사건, 인물,  자신의 본질 또한 실존을 통해 내가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본질을 결정할  있다. 이것이 사르트르가 말하는 실존적 자유다.



인간에게 이러한 실존적 자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활용하지 못할 때가 많다. 오히려 모든 것에는 본질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정해진 본질에서 벗어나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는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 남자/여자는 이래야 ,  나이 때는 이런 일을 해야지, 이런 전공을 가진 사람은 이런 일을 해야지 등의 갇힌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


실존적 자유가 없는 사람들은  사물, 사건, 인물에 하나의 역할을 부여한다. 그것에는 가능성이 없다. 예를 들어, 아이스박스를 보자. 실존적 자유가 없는 사람에게 이것은 '음료나 음식을 차갑게 유지하는 장치'라는 하나의 역할만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실존적 자유가 있는 사람들은 이것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둔다. 어린이에게는 이것이 의자일 수도 있고, 캠퍼들에게는 자랑할만한 거리, 바퀴가 달린 아이스박스는 물건을 옮기는 캐리어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03

실존적 자유가

가능한 공간

전시장




이러한 실존적 자유가 발휘되는 공간이 바로 전시장이다. 전시장 안에서는 모든 것에 본질을 0으로 만든 후, 가능성을 부여한다. 나는 사진 전시장에서 아이스박스를 '아이스박스'라는 본질로서 생각하지 않고, '그 물체'라고 인식했다. 그 물체는 이 자리에 왜 있을까? 를 고민했다. 내가 아이스박스를 그 물체라고 인식하는 순간 본질은 비어진다. 0이 되는 것이다. 그 빈 공간은 내가 자유롭게 상상하고 채울 수 있다. 더 이상 아이스박스는 '음료나 음식을 차갑게 유지하는 장치'가 아니다. 나는 그것의 가능성을 찾아내고 본질을 스스로 만들어낸다.



만약 다른 사물이나, 사건, 인물, 나아가 나 자신을 전시장 안에 존재하는 예술품이나 오브제라고 생각한다면 어떨까? 먼저 우리는 사회나, 다른 사람들, 나 자신 스스로가 만든 본질에서 완전리 벗어나 0의 상태를 먼저 만들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아래와 같이 우리를 제한하던 사회적 통념이나 자의 한계에 묶이지 않는다.  


    그건 여자들, 남자들이 하는 일이 아니야  

    지금 시작하기엔 너무 나이가 많은 것 같아  

    나는 전공자가 아니기에 그 일을 할 수 없어  

    특별한 커리어가 없는데 내가 그 일을 어떻게 해  


그리고 내가 아이스박스에 새로운 가능성을 부여했던 것처럼 스스로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부여하고 자유로운 본질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당신은 어떠한가? 당신은 스스로를 하나의 역할이나 본질로 제한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당신을 전시장 안에 있는 예술품으로 생각해보자. 그럴 때 당신의 본질은 0이 되고, 수많은 가능성이 있는 존재가 될 것이다.


04

당신을

전시장에 있는

예술품이라 생각하라



정리를 한 번 해보자.


사르트르는 인간의 자유는 어떠한 역할이나 정해진 본질이 아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직접 본질을 만들어가는 실존에 있다고 말한다. 이 실존의 자유는 마치 전시장 안에서 일상적인 사물이나 한눈에 알아볼 수 없는 예술품을 만났을 때, 그 본질을 0으로 만들고 가능성을 찾는 과정과 같다.



당신이 겪는 문제,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당신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것들을 전시장 안에 넣어보자. 그리고 당신이 가지고 있던 문제들을 0으로 비워보자. 그다음 자유롭게 그 빈 공간을 채워나가 보자. 공중화장실 변기가 샘이 되고, 자전거 핸들과 안장이 황소가 된 것처럼 당신이 가진 문제들은 새로운 가능성을 품고 예술적 창조가 될 것이다.





https://brunch.co.kr/@hogeunyum/331


https://youtu.be/pRtEZbl0Sc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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