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동네책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술호근미학 Apr 19. 2017

그래도 인생은 계속 된다.「내 인생, 니가 알아?」

가독성 갑 오쿠다 히데오


도서관 카드를 재발급했다. 한동안 새 책을 사서 낙서하며 읽었는데 요즘은 돈이 없어서이다. 어쩔 수 없다. 도서관을 이용하면 좋은 점들이 많이 있다. 그중에 하나는 바로 옛날 책들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서점에서는 신간들로 매대를 교체하지만 도서관에는 누렇게 변한 책들도 여전히 잘 보관하고 있다.

나는 도서관 검색대에서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들을 검색해 보았다. 서점에서는 볼 수 없었던 책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 나는 항상 가벼운 문체와 우스꽝스러운 상황으로 가독성 갑 중의 갑 오쿠다 히데오의 책을 일기로 마음먹고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라라피포 그리고 인생은 계속되는 것


「내 인생, 니가 알아?」는 서로 얽혀있는 주인공 7명의 이야기를 액자식 구성으로 담고 있다. 주인공들은 사회 부적응 히키코모리, 성인소설 작가, 창녀, 노래방 아르바이트, 성인배우, 창녀 스카우터, 성인소설 대필 작가 등 사회 밑바닥 계층의 사람들이다. 주인공들은 공통적으로 사회에서의 실패, 관계의 갈등을 경험했다. 주인공들은 섹스, 폭식, 명예 등의 일차적인 행동으로 그 결핍을 충족시키며 살아간다.

이러한 삶들은 일반 사회적 도덕의 기준으로 판단할 때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삶이다. 하지만 그런 삶은 분명 이 사회에 존재하고 그런 사람들도 그들만의 인생을 살아간다. 작가는 작품 속 사유리의 대사를 통해 이를 말한다.

"시부야 거리를 걸어간다. 길가는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본다. 모두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 걸까. 다들 행복할까? 생각해도 소용이 없다. 사유리는 코로 숨을 내뿜었다. 울건 웃건 어차피 인생은 계속되는 것. 내일도 모레도..."(p.343)   


소설 속 묘사된 주인공들의 삶은 목적이 없어 보인다. 그들은 어떻게든 주어진 삶을 꾸역꾸역 살아갈 뿐이다. 그 모습 또한 삶이기에 충분히 인정하라는 것이 작가의 의도인 듯하다. 이것은 현실이다. 소설이 발매되고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많은 사람들은 목표와 희망 없이 오늘을 어떻게든 아등바등 버티며 산다. 작가는 마치 삶에 목표가 희망이 있어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사니?라고 물었을 때 이유가 있어야 사는 걸까 하는 고민이 들게 한다.


내 인생에는 목적이 있을 것만 같아


인생에 있어서 목표가 과연 있어야 할까? 있다면 그 기준은 무엇일까? 그렇다면 나는 왜 존재할까? 왜 이 삶을 영위해야 하지? 왜 죽는 것이 두렵지? 살아 있는 것 자체로 가치 있는 것 아닌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과 질문들이다. 굳이 인생에 목표는 없어도 될지 모른다. 그 목표는 채워지고 나면 다시 또 다른 목표에 굶주리게 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인생이 나에게 주어졌다면 목적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삶을 아무 방향 없이 그럭저럭 아등바등 살아가고만 있다면....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신이 나를 창조해냈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은 분명 내 삶의 목적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치 야구공을 만든 자의 목적은 공이 야구 경기에 쓰이길 바라는 것처럼 말이다. 만약 야구공이 폭력의 도구로 사용된다면 야구공을 만든 자는 내 창조물이 목적에 쓰이지 않는다고 한탄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만약 내 삶이 누군가에 의해 창조된 것이라면 분명한 목적이 있을 것이다. 그 목적을 찾고 목적대로 살아가는 것이 창조자가 원하는 삶이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위대한 리더들이 생각하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