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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술호근미학 Jun 16. 2017

뇌라는 기계의 버그 「인간을 읽어내는 과학」

김대식, 뇌과학

과학이 바라보는 현상

알쓸신잡의 한 장면

얼마 전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을 시청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유희열, 유시민, 김영하를 좋아한다. 그 세 사람이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다고 하니 안 챙겨볼 수 있겠나. 프로그램에는 내가 좋아하는 세 사람 말고도 황교익이라는 맛 칼럼니스트와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의 저자 정재승 교수가 출연한다. 이 중에 뇌과학자인 정재승 교수의 생각하는 방식이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모든 문제를 과학적으로 인식하는 것처럼 보였다. 예를 들어 풀만 먹는 판다나 코끼리의 똥은 식이섬유가 많아 물에 뜨니, 채식을 하는 사람의 똥도 물에 뜨는지가 궁금하다는 식이었다.

똥에 관심이 많은 정재승 교수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구나 싶으면서도 과학을 전공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이렇게 느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검색하던 중에 「인간을 읽어내는 과학」이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뇌과학자가 바라보는 인간이란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들어 그 책을 집었다.


패턴이 같은 책


김대식 교수

저자인 김대식은 카이스트의 교수이자 건명원의 과학분야 운영위원이다. 그를 알게 된 것은 네이버캐스트의 지식인의 서재에서이다. 그가 이렇게 유명한 사람인 줄은 몰랐는데 알고 보니 뇌과학 부야에서는 상당히 인정받는 학자였다.  「인간을 읽어내는 과학」은 인간을 과학으로 풀이한다기보다는 뇌로 풀이한 책이다. 책은 '뇌와 인간', '뇌와 정신', '뇌와 의미', '뇌와 영생', 그리고 '뇌과학자가 철학의 물음에 답하다'의 챕터로 구성된다. 


뇌세포

그의 주장에 의하면 나를 나이게 만드는 것은 뇌세포 때문이라 한다. 우리의 피부는 매일마다 소멸되고 다시 생겨난다. 세포들은 죽고 살아나기를 반복한다. 우리의 몸은 1년이 지나면 이전의 몸과 완전히 다른 몸이다. 신체적 존재가 완벽히 바뀌었음에도 나를 여전히 나로 인식하는 이유는 뇌세포는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이 뇌세포가 나를 나라고 인식하게 해준다. 그만큼 뇌는 인간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절대적이다. 


저자는 각 책터에서 문제를 나열하고 이를 철학, 예술, 영화 등에서 어떻게 다루는지를 소개한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하여 뇌 과학자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알려준다. 같은 패턴이기에 다소 지루한 면이 있지만, 어려운 주제를 쉽게 설명하는 편이라 즐겁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결국엔 뇌구나 라는 간단한 결론에 이르기에 조금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지적 욕구를 충족하기에 충분하다.


뇌라는 기계의 버그


김대식 교수의 의하면 뇌는 기계와 같다. 뇌에는 각각의 기능을 하는 파트들이 있고, 이 파트들의 기능을 하나로 통합하여 처리하는 클라우스트룸이 있다. 이 클라우스트룸을 저자는 마에스트로라고 부른다. 이 클라우스트룸을 끄면 인간은 어떻게 될까? 기절하지는 않지만 좀비나 인형 같은 또는 식물인간이 되어 버린다. 신경세포에 의하여 전달된 정보를 '내가 보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는 이른바 '퀄리어'가 클라우스트룸이 제 기능을 못하면 전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스위치가 달린 뇌

이것은 마치 컴퓨터의 cpu를 끄면 아무 기능을 못하는 것과 같다. 분명 모니터는 화면을 송출하고, 메모리는 정보를 저장하고 있으나, cpu가 없기에 아무것도 볼 수 없고 아무것도 불러올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 말이다. 이러한 과정들을 살펴보면 뇌는 철저히 기계처럼 느껴진다. 

이 기계의 버그가 인간의 각기 다른 인식과 의식 그리고 행동 습관을 만든다. 우리는 존재하는 것을 정확히 존재한다고 말할 수 없다. 신경세포에 의한 감각적 인지와 뇌에 행해지는 전기 자극들을 통해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모든 상황에서 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는 것은 뇌의 버그이기 때문이다.


뇌는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이 책에 의하면 뇌는 철저히 기계적이다. 스위치를 끄면 제 역할을 할 수 없고, 스위치를 켜면 제 역할을 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기계적 뇌를 알게 되면서 뇌는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 하는 궁금점을 갖게 되었다. 책의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인간의 뇌는 점점 발전해왔다. 하지만 그 뇌가 어느 시점부터 기계적인 역할을 해내었는지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다. 원래는 물고기의 뇌였으나, 수많은 진화 과정에 의하여 사람의 뇌가 만들어졌다기에는 증거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이렇게 복잡하고 수많은 역할을 하지만 굉장히 체계적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질서 있는 뇌를 만들어 낸 것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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