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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술호근미학 Apr 30. 2018

소멸, 그리고 살인 『살인자의 기억법』

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소설, 소멸되어가는, 오이디푸스

소개되지 않았던 맛집


사실 이 책을 읽을 생각은 없었다. 김영하의 신작을 읽으려 했다. (이미 몇 달이 지나 신작이라 하긴 어렵지만...) 그러던 중 도서관 책꽂이에 꽂혀있는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김영하 작가의 소설 중에 가장 수익을 많이 올린 책 중에 하나이다.

이 책이 인기를 끌었던 건 아마도 영화화가 되고, 때마침 김영하 작가가 알쓸신잡에 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책은 정말 잘 팔렸다. 그런데 나는 구입을 망설였다. 맛있지만 아직 매스컴에는 소개되지 않아 아는 사람들만, 꽤나 많은 사람들이, 찾는 그런 맛집이 '생활의 달인'에 나온듯한 기분이었다.


평소엔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다들 찾는 걸 보고 괜스레 특별해지고 싶은 자존심에 읽지 않았다. 그런데 사실 나는 그 책을 꼭 읽고 싶었다.


왜 알츠하이머와 살인자였을까?


『살인자의 기억법』 속 주인공은 70대의 살인자이다. 그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과거의 기억을 점차 잊어간다. 작가는 왜 굳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살인자라는 상황을 소설로 썼을까? 하는 궁금점이 생겼다. 살인자는 다른 누군가를 소멸시킨다. 소설 속 살인자에게는 이유가 없다. 그저 그것이 자신을 자신 이도록 만드는 어떠한 알지 못하는 힘이었다. 그러던 중 어떠한 연유로 살인을 그만둔다. 아마 그는 이때부터 기억을 잃었을 것이다.

이 살인자가 어떠한 때에 자신이 알츠하이머 병에 걸렸다는 것을 인식한다. 동시에 자신이 소멸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 어쩌면 이전부터 소멸은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다른 이를 소멸하던 살인자는 본인의 소멸을 두려워한다. 기억을 되찾기 위해 애쓰고 사라져 가는 자신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러던 중 정말 오랜만에 살인을 계획한다. 그 살인에 대한 준비는 자신을 돌아보고, 되찾는 계기가 된다.


알츠하이머병은 기억을 잃게 한다. 그 기억 중에는 미래 기억도 포함되어 있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지 계획한 것을 잊게 만드는 것이다.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어지는 병이 알츠 하이머이다. 주인공은 최근의 자신의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고, 오이디푸스 왕처럼 결국 내가 누구를 죽였는지도 모르게 되어버린다. 그는 점차 소멸되어가는 자신을 어떻게든 되찾으려 한다. 소멸되어 가는 자신 또한 ‘자신’이지만 그것을 거부하려 든다.

누군가를 소멸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세워가던 이가 스스로의 소멸을 두려워하는 모습을 본다. 소설 속에서는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도덕적 악이기에 공감은 되지 않지만, 소멸이라는 것으로 확장하면 나에게도 해당된다. 나 또한 다른 사람의 것을 소멸하여 내 정체성을 찾곤 한다. 그가 소멸하지 않는 직업이었다면 그의 말년과 노년이 달라졌을까?


빨리 읽히는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은 빠르게 읽히는 소설이다. 속도감은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재미있다. 게다가 반전도 있어서 충분히 재미있다고 느낄만한 소설이다. 왜 이 책이 그리도 많이 읽혔고, 영화화가 되었는지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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