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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곤 별다방 May 16. 2024

어린이집 야간보육은 오후 9시 30분까지입니다

part 16 해빙(海氷)을 뚫고 지나는 쇄빙선 같은 육아가정

어느 가정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맞벌이 가정에는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조금 더 많을 수 있다. 아이 엄마의 회사일정도 있고, 개인일정도 있다. 아이 아빠 역시 회사일정도 있고 개인일정도 있다. 누나의 학교일정도 있고 개인일정도 생긴다. 둘째 역시 어린이집의 일정도 생긴다. 미안하지만 첫째에 비해 둘째는 친구를 만들어줄 새도 없이 시간이 지났다. 대부분 첫째의 개인일정에 둘째 역시 포함된다. 거기에 각자의 성향과 취향의 케미까지 더해진다면 여러 가지 변수는 매일 변덕스럽게 생기고 만다. 2022년은 우리 집 가장인 아빠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업무를 쉰 지 3년째 되는 해였다. 2022년은 우리 집 엄마가 경단녀 생활을 지우고 사회생활에 뛰어들어 구직활동을 하며 5번 직장을 옮기던 해이기도 하다.


https://brunch.co.kr/@hogon/369


부잣집 아이일수록 자녀에게 가난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한다. 결핍을 통해 배우는 점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루소는 이렇게 말했다. "내게 부잣집 아이와 가난한 집 아이가 있다면 난 부잣집 아이를 가르치겠소. 가난한 집 아이는 이미 많은 걸 알고 있기 때문이요." 내 자녀가 평생을 풍요롭게 살기를 바란다면 가난도 알게 해 주는 게 좋다고 말한다. 이건 선택가능할 때의 일이다. 어쩔 수 없이 가난에 처하게 된 상황에서 선택지는 없다. 네이버 부동산스터디 카페에서 유명한 우주초고수 우석이란 분이 말한 자녀에게 가난을 가르쳐주는 게 좋다는 말에 부분적으로 공감한다.


어느 날 유튜브를 보다가 쇄빙선이 바다의 단단한 얼음인 해빙(海氷)을 깨며 앞으로 나아가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쇄빙선은 두꺼운 얼음인 해빙(海氷)을 뚫고 나아가는 배를 말한다. 결혼하고 육아를 하며 가정을 지키는 일은 이렇게 쇄빙선이 해빙을 뚫고 나가는 일이 아닐까 생각됐다. 이때 육아를 하는 사람은 쇄빙선이요, 해빙(海氷)은 온갖 사건사고를 말한다. 얼음을 만난 쇄빙선은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 외에는 답이 없다. 뒤로 후퇴한들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에 막무가내 같아 보이지만 앞으로 전진하는 것이 살아남는 것이기 때문이다.


육아와 마찬가지로 해빙 사이를 달리는 쇄빙선 앞으로 닥치는 일에는 여러 가지 해법이 있지만, 당장 내가 밀치고 나가지 않는 이상 해결되지 않는다. 게다가 해빙(사건사고)을 뚫고 나간다고 그 기록이 비록 사라지는 눈길이나 흙길처럼 잠시나마 자국이 남는 것도 아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육아 또한 누구나 해왔지만 지금 시대에 너도 새롭고 나도 새로운 일이다.


거대한 해빙들을 순식간에 조각내는 쇄빙선의 항해가 가능한 이유는 이 강력한 배의 외형과 항해 원리에 있다. 우선적으로 단단한 얼음들을 뚫고 갈 수 있도록 이중으로 강화된 선체와 나아가는 힘에 박차를 가해줄 고출력 엔진을 갖추고 있어 얇은 얼음은 그냥 깨부수며 전진할 수 있지만, 두꺼운 얼음을 만났을 때는 그렇지 않다. 육아 역시 육아가정의 주변인물들이 강화된 선체라고 할 수 있다. 주로 조부모의 도움이 강화된 선체이다. 박차를 가해줄 고출력 엔진은 어린이집과 사회안전망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육아가정과 쇄빙선에게 강화된 선체와 고출력 엔진에 해당하는 조부모와 어린이집이 가까이 있어도 두꺼운 얼음을 만났을 때는 도리가 없다.


매월 감당해야 할 통신비, 생활비를 비롯해 머물러야 할 집의 대출금, 아이의 사교육비, 부모의 품위유지비 등은 육아가정이라는 쇄빙선이 만나는 두꺼운 거대 얼음에 해당한다. 쇄빙선은 이렇게 두꺼운 거대 얼음을 어떻게 뚫고 나아가는지 살펴보자.


쇄빙선의 바닥에는 서로 연결된 물탱크들이 있다. 뒤에 위치한 탱크 쪽으로 물을 보내면 선체의 앞이 가벼워져 뱃머리가 얼음 위로 올라타 육중한 배의 무게로 거대 얼음을 눌러 부수며 진행한다. 쇄빙선이 이렇게 두꺼운 얼음을 나아갈 때는 사람이 걷는 정도의 느린 속도로 전진한다. 거대 얼음을 만났다고 뜨거운 물을 부어 녹이거나 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는 않는다.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하거니와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쇄빙선은 물탱크를 이용해 배의 무게로 두꺼운 거대 얼음을 눌러 부수는데, 그때 속도가 느려진다.


쇄빙선을 육아가정이라고 다시 생각해 보자. 물탱크는 사회 전체의 시스템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온 사회가 모두 도와서 모두의 힘으로 두꺼운 거대 얼음을 눌러 부수어야 하지 않을까. 모두 한마음이 되어야 출렁이지 않고 두꺼운 거대 얼음을 바로 누를 수 있다. 혹시 한 순간 삐끗하기라도 하면 두꺼운 거대 얼음이 아닌 아무것도 없는 바닷물에 온 힘을 누르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생이 너무 허무하다. 그런 일이 반복되면 출산율이 감소하게 되는 것을 이해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렇게 해빙을 가로지르기에 적합한 쇄빙선이지만 무작정 얼음을 맞닥뜨려 뚫고 가기에는 많은 시간과 연료가 소비되어 대부분 인공위성사진을 확보해 얼음이 깨져있거나 상대적으로 얇은 지역을 통해 나아간다고 한다. 이것이 쇄빙선이 두꺼운 거대 얼음을 뚫을 수 있는 이유이다. 육아가정이 쇄빙선이라고 한다면 인공위성사진이 되어줄 지도는 누가 쥐고 있는 것일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전구, 2023, 씽씽이, 어린이집에서 그렸어




https://cafe.naver.com/jaegebal/3191875


https://youtube.com/shorts/wV2qdGsjgpI?si=YwfBiXsH1SyaLq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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