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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곤 별다방 May 15. 2024

누나의 학원시간에 좌우되는 어린이집 하원시간

part 15 둘째의 숙명과 아들TV 최민준 소장의 역사

자라면서 듣던 말 중에서 제일 듣기 싫은 소리가 있었다. "첫째가 돼가지고", "다 큰 게 말이야"였다. 이 말로 내가 첫째, 집안의 맏이로 태어났음을 짐작할 것이다. 첫째의 시각에서는 인생이 모두 시행착오인데 둘째, 셋째로 태어난 내 동생 들은 "언니는 첫째라서 옷도 새것만 입고, 뭐든 새 거잖아"라고 장점만을 말했다.


자라고 보니 이 말은 엄마의 행동이 큰 영향을 끼쳤을 거라고 생각되었다. 엄마의 말 한마디가 동생에게 그런 뉘앙스를 남긴 것이다. 첫째는 첫째로 태어난 죄밖에 없었다. 둘째도 원하는 것이 많지만 첫째가 이미 치고 들어왔기에 둘째가 설 자리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것을 중재하지 못한 엄마는 첫째에게 혹은 둘째, 셋째에게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결핍은 또 다른 성장 동력이다. 아들만을 교육하며 유명해진 유튜브채널 '최민준의 아들 TV'를 운영하는 최민준소장이 있다. 그가 왜 남자아이들만 가르치게 되었는가 하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었다. 10년째 이 일을 하게 된 첫 번째 이유는 처음 유아미술교육에 지원했지만 여자교사의 비율이 90%가 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결국 '자라다남아미술연구소'를 설립하게 되었다.


두 번째 이유로 그는 태어나면서 엄마만 있고 아빠는 없었던 한부모가정에서 태어났다. 띠동갑 여동생을 키우면서 자랐던 가정환경이 인생을 고달프게 했다고 생각했다. 어느 순간 남자애들만 가르치기로 마음먹고 아이의 엄마들과 상담을 하는데, 엄마들의 고민이 그 아이들 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본인의 이야기라고 생각되며 지금의 일이 행복하고 재미있게 되었다고 전했다.


우리 집의 첫째는 현재 초등학생인 누나이다. 누나의 학원시간에 따라서 어린이집에 다니는 둘째의 하원시간이 좌우됐다. 평소에는 퇴근 후 둘째를 먼저 하원시켜 누나가 학원에서 올 시간보다 미리 집에 와서 엄마는 저녁을 준비했다. 학원이 끝나고 집에 오는 첫째와 둘째가 만나면 저녁을 먹이고 씻고 재우는 저녁일과가 시작됐다. 업무과다로 야근이 일상인 아빠는 빨라야 아이들을 재우려고 하는 10시 혹은 11시가 되면 귀가했다.


엄마의 퇴근시간이 애매한 날이면 둘째는 어린이집에서 저녁을 먹게 했다. 엄마는 누나가 학원에서 돌아올 시간에 맞춰 집에서 저녁을 준비하고, 누나의 저녁을 먹인 다음 둘째를 픽업하러 갔다. 누나가 조금 더 자라서 전자레인지를 혼자 돌릴 수 있게 되는 4학년부터는 학원에서 다녀와 집에 아무도 없을 때는 직접 냉동실에서 냉동밥을 꺼내 데워먹게 했다. 그럴 때는 해가 긴 여름날이었다. 둘째와 하원하면서 갑자기 놀이터에서 놀고 싶다거나 아이가 공원에서 천천히 걸어도 엄마에게 여유가 생겼다.


둘째가 일찍 하원하는 날은 누나의 학원수업이 없는 날이었다. 둘째가 어린이집 현장학습을 하거나, 무슨 일정이 있어도 누나가 늦게 끝나는 날이면 둘째도 덩달아 늦게 하원하게 되었다. 이런 것이 둘째의 숙명일까. 어쩔 수 없는 집안 2순위, 늦게 태어난 게 죄라면 죄일 것이다.


둘째는 생활 속에서 자신의 일정과 관련 없이 무언가 더 큰 힘에 의해 본인의 일정이 변경되는 경험을 반복하며 사회생활을 일찍 배우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반면 첫째는 그런 경험보다 집안에서도 1순위에 놓이게 되는 경험이 많아진다. 그 결과 대부분 사회생활은 첫째보다 둘째가 더 잘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 짧은 내 소견이다.


아들 TV를 운영하는 최민준 소장은 인생의 결핍이 커서 남들보다 인생이 늦어졌다고 생각할 때 죄책감이나 자책감을 느낀다면 지금 아이에게 주는 결핍은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을 주자고 말했다. 사실 모든 결핍이 인생의 성장동력이 되지는 않는다. 그 결핍이 인생의 성장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엄마가 '너는 이거 때문에 잘 될 수 있다'는 말을 꼭 해주라고 전했다. 최민준 소장은 전국에서 아들을 키우고 있는, 자녀를 양육하는 혹은 결핍을 갖고 있는 모든 여러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갖고 있는 결핍은 또 다른 성장 동력이다.'


갑자기 최민준 소장의 육아팁 하나를 주자면 남자아이는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미술학원이라 처음 만난 아이들에게 종이에 그림을 그려보자고 하면 6세 아이 여자들은 대부분 블링블링하고 6가지 이상의 색을 사용해 그렸다. 반면 6세 남자아이들은 자동차와 총알이 날아가고 사람은 모두 졸라맨으로 표현했다. 남자들은 사람 그리기는 잘 못하지만 자동차와 공룡 그리기는 잘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건 아들이 비교적 사람에 대한 관심보다 자동차와 공룡에 관심이 많다는 뜻이었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 소파에서 뛰어내리는 것이 기본인 무적파워레인저인 아들을 우리는 조용히 키우려고 하는데, 그들의 성향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민준 소장은 기차 차단기를 아이의 반평생인 3년간 만들었던 7살 남자아이를 가르친 적이 있었다. 그 아이 엄마의 고민은 아이가 차단기만 만들어서 그만 만들게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3개월간 미술학원에 오기만 하면 차단기를 종류별로 만들기 시작했다. 어느 날 아이가 차단기 만들기를 그만두자고 했고 그 뒤로 인터폰, 전자레인지 등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 결과 이 아이는 차단기가 아닌 소리가 나는 모든 전자제품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탐구력이 강한 아이는 본인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만났을 때 끈질기게 탐구하는 능력을 개발시켜 주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었다. 자기가 생각하는 모든 것을 만드는 미술학원에 오자 아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 노하우를 묻는 학부모에게 최민준 소장은 말했다. "남자아이를 변화시키는 기적의 노하우는 남자아이를 변화시키지 않으려는 마음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아이의 어떤 성향을 발견했을 때, 안 좋은 점을 발견했을 때, 그 아이의 성향과 그 행동의 이유를 이해하면서 그것부터 교육을 시작했다. 그 아이의 성향을 이해하면서 교육을 시작했다.


감점제와 가점제라는 교육방식의 차이가 있다. 감점제는 아이에게 100점이라는 점수를 주고 나서 아이가 뭔가 실수하고 잘못할 때 점수를 깎아내려가면서 아이를 교정해 나가는 교육방식이다. 가점제는 아이에게 0점을 부여하고 무언가 잘할 때, 시도할 때마다 거기에 감동하고 점수를 부여하고 격려하는 방식이다. 단언컨대 남자아이들의 경우에는 감점제보다 가점제 교육방식에서 훨씬 더 성장한다고 최민준 소장은 말했다.


이것은 비단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문제만이 아니라 그런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 모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박노해 시인의 '걷는 독서'에서 나온 말을 덧붙이며 글을 마친다.


자기밖에 모르는 삶은 흔한 비극이다.
자기마저 모르는 삶은 더한 비극이다
'걷는 독서, 박노해'


민들레, 2024, 씽씽이, 어린이집에서 그렸어


https://youtu.be/AEEnOz4pblU?si=Nv5ibGwCpR-XdLZ4

최민준의 아들TV,  2019년 5월


https://youtu.be/82UZKKaO1qc?si=Ij3C3_WIyOOrCw_W

세바시 최민준, 2013년 9월

                    


https://youtu.be/F7qeGkNhvF0?si=4YSOQKHPs7gcUR6w

세바시 최민준,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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