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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곤 별다방 May 20. 2024

스타벅스에서 컵 깨뜨리기

ep05. 원하는 한 가지에 집중하는 원씽이 가능한 아들

집 가는 길에 스타벅스에 텀블러를 사러 갔다. 삼촌이 보내준 스타벅스 쿠폰과 그동안 모아두었던 쿠폰을 합치니 4만 원이 넘었다. 여긴 어떤 텀블러가 있나 살피며 고민하는 중이었다. 딸아이와 진열된 텀블러들을 살펴보며 아장거리던 아들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때는 2021년 가을이었다. 돌 지난 아들은 21개월 무렵에도 손잡고 걷기를 좋아했다. '여기에 손대면 안 돼, 여긴 눈으로 보는 거야'라고 말해주고 아들은 멀찌감치 두고 텀블러를 살폈다.


스타벅스 텀블러 진열대는 어른 눈높이에 가장 많은 텀블러가 있었다. 아들 손을 잡고 하나 둘 살피고 있는데 쨍그랑! 소리가 났다. 살펴보니 우리 아들의 다른 손이 거기에 있었다. 무심한 눈빛으로 바닥에 떨어진 사기컵 조각을 보던 볼살이 통통한 아들이 보였다. 아차차, 가장 낮은 곳에 진열된 사기로 만든 컵이 바닥에 떨어져 깨지는 소리였다. 소주잔만 한 컵이었다. 아직 손가락이 제 손가락인지 아닌지, 제 몸 탐색도 제대로 안 되는 21개월 아들이 사고를 쳤다.


쨍그랑 소리에 스타벅스 직원이 바로 진열대로 나왔다. 아이는 다친데 없는지, 괜찮냐며 묻고 직원들이 여기를 치울 테니 자리로 가시라고 했다. 텀블러를 고르지도 못했다. 깨진 컵가격이 어떻게 되느냐고 묻자 직원은 괜찮다며 다치지 않으셨으면 되었다고 웃으며 그냥 가셔도 된다고 했다. 감사했다. 더 이상 사고를 치면 안 될 것 같아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


다시는 아이를 데리고 스타벅스 텀블러를 보러 가지 않았다.



P.S. 오늘 장 보러 가서 요맘때 우리 아들만 한 녀석을 만났다. 기저귀 찬 뒤태가 아름답다. 쓰레기통인지 뭔지 모르고 다 만지고 다니는 시기이다. 뉘 집 삼 남매 막내아들인지 귀엽고 반갑다. 사고 치지 말고 잘 자라렴. 이 집 엄마는 7살로 보이는 형과 5살로 보이는 누나와 남편 없이 넷이 장 보러 왔나 보다. 푸드코트에서 아이들 먹인 테이블 정리하느라 바쁘신 중이다.


요맘때 우리 아들과 비슷한 또래, 이놈~ 쓰레기통 만지지 마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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