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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곤 별다방 May 13. 2024

비 오는 날 물웅덩이만 찾아 뛰어다니기

ep04. 물장구 점프의 신

비가 오는 하원길이었다. 비가 종일 온다는 일기예보를 침고해 아침에 우비를 입고 장화를 신겼다. 다행이었다. 버스를 타고 집에 가고 싶은데 비가 오는 날이니 우산을 쓰고 걸어서 하원하겠단다. 물웅덩이를 첨벙첨벙 뛰느라 신이 났다.


장화에 우비를 입었으니 안심하고 마음껏 뛰라고 했다. 정말 마음껏 뛰던 장화 속으로도 고인 빗물이 엄청나게 들어갔다. 대단한 믈장구 점프력을 소유한 아들이다. 엄지 척!


여기서 잠깐, 이게 ‘믈장구’가 맞나? 잠시 물장구의 뜻을 잠시 살펴보자. 물장구는 ‘헤엄칠 때 발등으로 물 위를 잇따라 치는 일’을 말한다. 비가 올 때 물웅덩이에서도 발등으로 물 위를 잇따라 치므로 얼추 비슷하다고 해두자.


2023년 11월 비예보가 있던 날/ 우비와 장화신고 등원하는 길


빗속에서 보도블록 사이의 물 웅덩이마다 빠짐없이 찾아다니며 물장구를 치더니 젠장할 감기는 그다음 타자이다.


엄마는 집에 가서 빗물범벅인 장화를 씻는데 나뭇가지와 흙이 엄청나게 나왔다. 다행인 건 그 뒤로 비가 와도 아들은 물웅덩이에서 물장구치고 첨벙첨벙 뛰는 일은 줄었다.

살포시 갔다가 첨벙 대지 않고 이제는 심지어 길 가다 물웅덩이가 보이면 피해 간다.

많이 컸다 우리 아들.


빗물 고인 물 웅덩이를 첨벙첨벙 뛰면서 옆에 가는 엄마옷도 다 젖으니 불편하다고 얘기해 줬더니 기억하는 모양이다. 이렇게 경험해 봐야 순순히 말을 잘 듣는 아들의 경험은 어디까지일까 엄마는 참으로 궁금하다.


네 살 어록

2020년생이 2023년에 말하다


1. 등원길 아침에 엄마 손을 잡고 어린이집 앞에서 나누는 대화

아들: 엄마 저녁 조금만 달라고 해줘.

엄마: 네가 어린이집 선생님한테 말해봐.

아들: 나는 못 말하겠어.


2. 하원길 저녁에 어린이집을 나서며 나누는 대화

아들: 아스크림 주세요.

엄마: 집에 가서 아이스크림 먹자.

아들: 응, 집에 가서 엄마하고 머그자.(먹자)


3. 주말 아침에 일어나 거실에서 나누는 대화

(놓아둔 곳에 아이패드가 안 보이자)

아들: 엄마 내 에이(A?)패드 어딨어?

엄마: (충전기에서 빼며) 아이(i)패드 여기 있네.


아들이 좋아하는 영화

+ 루이쯔(루이스 Louise가 주인공인 애니메이션으로 외계인이 지구로 와서 엉뚱한 일을 많이 벌이는 내용이다. 어린이집에서 보고는 집에서도 보여달라는데 다행히 집에서 검색해 보니 무료영화기간이라 10번 정도 봤다.)


https://youtube.com/shorts/wcXabkR8_Qo?feature=shared

2023년 12월 비오는 날 47개월 장화신은 아들의 우중점프력




https://youtube.com/shorts/_2J9PDBSpFc?feature=shared

2023년 9월 비오는 날 44개월 크록스 신은 아들의 빗물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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