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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곤 별다방 May 30. 2024

맞벌이를 멈추고 맞육아를 시작할 때

part20 삶은 계속됩니다. Life goes on.

스스로가 자신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지 않으면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인생 경험, 메시지, 의견)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메신저로서 자신감을 가지고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스스로도 자신의 이야기를 높이 평가하지 않는데

누가 높이 평가해 주겠는가?


[p193. 백만장자메신저, 브렌든 버처드 지음, 위선주 옮김, 웅진씽크빅, 2012년 6월 15일 초판 1쇄 발행]




삶은 계속됩니다. (Life goes on.)

어린이집에 다니는 둘째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첫째는 어찌 보면 손이 안 가고 어찌 보면 손이 많이 가는 나이이다. 어떤 날은 아침 일찍 잘 일어나서 순조롭게 진행된다. 다른 날은 엇박자가 나서 잘 풀리지 않고 서로의 감정도 뒤엉키고 회사에서도 일이 잘 안 되는 날이 있다. 그런 게 인생이려니 지나가고 싶지만 누군가 태클을 걸고 남편도 내 편이 아닌 날은 정말 살기 싫어지는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계속된다.


야근을 밥먹듯이 하고 주말근무도 6개월 이상 이어졌던 남편 회사에서도 남편 혼자만 일하지 않았다. 초과근무가 불만인 다른 직원의 목소리가 커지고, 견디다 못한 직원들은 퇴사하며 많은 일이 벌어졌지만 회사는 계속 운영되고 있다. 급여도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다. 퇴사하겠다는 남편을 달래서 육아휴직을 사용하게 했다. 어차피 그만두는 것보다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그만두는 편이 금전적으로 이익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남편은 회사에서 최초로 육아휴직을 사용한 직원이 되었다. 육아휴직 급여는 최대 150만 원만 인정되어 한 달에 100만 원 남짓의 육아휴직 수당이 들어오지만 어쨌든 시간을 벌었기에 달콤한 휴식이었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 남편의 육아휴직이 종료되었다. 달콤했던 육아휴직을 마치고 다시 복직을 한다. 또다시 같은 일상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공포가 밀려온다.


나라에서는 '일 가정 양립 근로환경'을 위해 법제처에서 육아지원을 위한 조치라는 법령을 만들어두었다. 그 법령이 과연 직장에서 제대로 지켜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중간관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육아를 하는 직원들의 불편사항을 들어주고 윗선으로 보고를 제대로 해야 그 목소리가 저 하늘 끝까지 닿지 않을까. 팀원들의 불편을 묵살하고 중간관리자가 참으라고만 하면 아무리 윗선에서 좋은 정책을 낸들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역으로 육아를 하는 직원들이 하늘 위의 아름다운 법령을 지켜달라고 요청을 한들 중간관리자가 막아버리면 힘없는 육아직원들은 하나둘 퇴사를 하게 되고, 결국 회사에서는 일할 사람이 남아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다른 직원들은 결혼을 하면 안 되고,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는 없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그래서 출산율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펼쳐진다.


결혼 전, 9살 터울이 나는 남동생의 만행(학교 간 사이 누나 책 찢어놓기, 저녁에 숙제하는데 시끄럽게 뛰어다니기 등)을 지켜보며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집안의 첫째로 태어나 자식 결혼에 목마른 부모님의 등 떠 밀림에 의해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게 되었다. 어쩌다 보니 아이를 둘이나 낳고 다시 직장에 다니게 되었다. 어린이집이 있고 회사 근무시간도 짧은 편이라 육아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남편 회사의 근무시간이 계약한 8시간에서 자꾸 늘어나 하루 20 시간 같은 근무시간에 주말도 없이 일하게 되면서 육아에 대한 압박이 심해졌다.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이 없는 삶은 피곤하다.


돌봄을 받는 자와 돌봄을 제공하는 자

남편의 짧은 육아휴직 기간은 참으로 달콤했다. 아침마다 어린이집에 가네마네 실랑이를 해야 하는 둘째는 아빠 몫이 되었고, 초등학교에 가는 첫째는 아빠가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하는 아침식사를 먹고 등교했다. 평소에 요리를 좋아해 초등아이의 간식까지 담당했다. 아이가 둘이나 되는 엄마는 육아휴직하는 아빠가 있어 참으로 오랜만에 내 몸 하나만 건사하고 출근하면 되었다. 마치 결혼 전 엄마집에서 회사를 다니는 기분이었다.(아, 우리 엄마가 첫째 딸을 결혼시키려고 안간힘을 쓰셨던 이유가 이제야 짐작이 간다.) 결혼 후 10년간 남편과 아이를 돌보며 돌봄 노동을 제공만 하다가 남편의 육아휴직으로 하루아침에 돌봄을 받는 입장이 되어보니 정말 달콤했다.


남편의 육아휴직이 끝나가는 무렵 우울해졌다. 이렇게 행복하고 내 시간이 많았던 생활이 종료될 것을 예상하니 예전의 끔찍한 전쟁터 같은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아침마다 졸리다 어쩌다 하며 갖은 핑계를 대며 어린이집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둘째를 갖은 회유와 폭력(등짝스매싱)을 동반해 정해진 시간에 어린이집에 데려다주어야 했다. 손이 덜 가는 것 같은 초등학생 첫째는 학원에 계속 다녀야 하느냐고 물으며 하루하루를 보낼 것이다. 출근 전, 학교에서 돌아와 첫째 아이가 먹을 간식을 미리 준비해 놓고 출근해야 했다. 돌봄 노동은 티가 나지 않지만 하루라도 빠지면 불편함이 드러났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신청

슬며시 팀장님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신청'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난색을 표했다. 차라리 육아휴직을 1년을 했으면 대체인력이라도 뽑았을 텐데 3개월만 써서 그동안 회사 실적도 좋지 않았다는 불만도 표시했다. 거기에 지금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하게 되면 대체인력을 뽑을 수도 없고 회사입장에서는 왜 생각하지 않느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왜 우리 팀장은 내 입장에서는 생각하지 않을까. 우리 회사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사용한 사람이 없었다. 신임 팀장님도 모르고 나도 모른다. 처음 시작하려는 사람은 여러 난관에 부딪힌다.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 전임 팀장님은 달랐다. 정년퇴직이 6개월 정도 남았던 전임 팀장은 육아하는 직원에 대한 배려가 남달랐다. 첫째 아이의 일정으로 5주간 매주 화요일마다 오후 반차를 써야 하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을 때 해결책을 알려주셨다. 앞으로 월차가 있는데 그 부분을 요리조리 붙여서 설명해 주셨다. 남는 부분은 떼어서 부족한 부분에 이어 붙여 주셨다.


전임 팀장님의 아들과 딸을 키워서 결혼시켜 본 노하우, 전임 팀장님의 딸이 결혼해 육아를 하며 직장생활을 하기 힘든 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손주를 지켜보며 회사 직원들이 육아하며 일가정 양립에 대한 어려움을 들어 양쪽 사정을 모두 느껴보신 분이었다. 덕분에 전임 팀장은 육아하는 직원들에 대한 배려가 남달랐다. 특히 월차, 연차, 보건휴가, 결근 등으로 인한 직원들의 급여에 대한 변화를 눈치채신 분이었다. 그 문화가 남아있는 덕분에 아이가 둘인 나는 이 회사에 오래 다닐 수 있었다.


월차, 보건휴가, 1년이 지난 직원은 연차가 있지만 모두 사용하고 결근을 하게 되면 주휴수당이 빠지게 된다. 거의 하루치 급여가 빠진다. 결근이 한 주에 모두 이어지면 1번의 주휴수당이 빠진다. 하지만 1주일에 한 번씩 간격을 두고 3번 결근을 하게 되었다면 주휴수당도 3번이 빠진다. 결론적으로 3번 결근으로 6일분의 급여가 빠지게 된다. 이런 부분을 세세하게 계산해서 적용해 주는 전임 팀장과 다르게 신임 팀장은 정석대로 적용했다. 육아지원을 위한 조치는 팀장님의 손에 달려있다. 팀장님의 결정은 윗선의 결정에 달려있다. 모든 일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한 사람의 불편이 하늘까지 전달되는 데에는 여러 사람의 노고가 필요하다. 제대로 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한 사람의 불편이 정말로 제대로 전달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어린이집, 직장, 가정이 모두 웃으며 하루를 보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수고가 필요한지 짐작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하루를 시작해야 한다. 모두들 굿모닝, 우리 회사도 굿모닝, 대한민국도 굿모닝, 우주도 굿모닝, 우리 아들, 딸, 남편도 굿모닝, 나도 굿모닝


Life goes on.


육아지원을 위한 조치

사업주는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입양한 자녀를 포함)를 양육하는 근로자의 육아를 지원하기 위해 다음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조치를 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9조의 5 제1항).

-업무를 시작하고 마치는 시간 조정

-연장근로의 제한

-근로시간의 단축, 탄력적 운영 등 근로시간 조정

-그 밖에 소속 근로자의 육아를 지원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




무제, 2023, 어린이집에서 그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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