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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곤 별다방 May 29. 2024

어린이집 체험학습은 9시까지 등원입니다

part19 늦으면 못 가는 체험학습

체험학습이 있는 날은 오전 9시 전에 어린이집에 도착해야 한다. 아이들 간식을 먹는지 안 먹는지는 일정에 따라 다를 것이다. 어린이집에서는 오전에 아이들이 준비되면 아이들을 버스에 태우고 목적지로 출발한다. 점심을 먹고 온다면 부모들에게 도시락(한국민속촌)을 싸 오라고 미리 알림을 준다. 어떨 때는 어린이집에서 아이들 꼬마김밥(피코아일랜드 키즈카페)을 준비하거나 목적지의 식당에서 돈가스 등(경기도어린이박물관)으로 해결하고 올 때도 있다. 보건소 등 체험학습 장소가 가까운 거리에 있다면 오전체험을 끝내고 점심은 원에 와서 먹기도 한다. 


아이가 가정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을 때

2024년 3월, 한국나이 5세 반에서 첫 체험학습을 가는 날이었다. 3월부터 아빠의 육아휴직으로 엄마는 회사업무에 매진하고 아빠가 아이를 케어하기로 했다. 그런데 오랜만에 엄마아빠가 함께 주말을 쉬게 되자 다 함께 밖으로 다니느라 어린이집의 알림장인 '키즈노트'를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금요일 오후에 보낸 공지에 월요일 오전 9시까지 등원해 달라는 내용이 있었다. 전체공지는 이상하게 담임선생님의 알람과 다르게 개별적으로 울리지 않았다. 어플을 켜고 종모양을 눌러야 접근이 가능했다. 아무래도 야간보육을 하다 보니 야간보육반과 담임반 사이에서 알람이 가끔 꺼지기도 했다. 담임선생님이 1:1로 메시지를 보내지 않는 이상 전체메시지는 알람을 놓칠 때가 많았다.


3월의 중간쯤 월요일 아침 출근길이었다. 오전 9시 30분, 어린이집 담임선생님께 전화를 받았다.


"어머님, 오늘 딸기체험하러 가는 날이에요. 9시까지 등원인데 씽씽이가 아직 도착을 안 해서요"

"네? 키즈노트에 알람이 있었나요?"


"네, 어머니 공지사항에 있어요."

"아, 제가 확인해 보고 연락드릴게요."


순간, 어린이집에서 딸기체험하러 출발하면 선생님께 장소를 물어 남편에게 운전해서 딸기체험장으로 아이를 픽업해 달라고 부탁해야 하나 생각했다. 아빠 성격에 안 가면 안 갔지 그렇게 까지 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지난주에 월요일 9시까지 일찍 와달라고 아무런 언질이 없었던 담임선생님에게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한 반에 아이들이 7명이었던 작년 4세 반 담임선생님은 다음 주에 체험학습이 있으면 금요일쯤 한 번 더 챙겨주시는 편이었다. 현재는 한 반에 14명 정도로 늘어나 5세 반 담임선생님의 케어가 부족했나 싶었다. 아무튼 둘째의 등원여부에 대해 빠른 결정을 내려야 했다.


아이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빠, 오늘 딸기체험 가는 날이라 9시까지 오라고 했대. 알고 있었어?"

"아니?"


"금요일 하원할 때 선생님이 월요일에 일찍 오라고 말씀 안 해주셨어?"

"아니?"


"9시까지 오라는데 지금 바로 출발할 수 있어?"

"지금 씽씽이 아직도 자고 있어. 못 일어나겠대."


"바로 깨워서 가면 어때?"

"글렀어. 딸기체험 못 간다고 해"


"알았어. 오늘 가정보육한다고 할게"

"그래."


다시 어린이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 씽씽이 오늘 체험은 힘들 것 같아요. 가정보육할게요."

"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작년에 딸기체험할 때 아이들이 스스로 딸기도 따고, 하원할 때는 한 바구니씩 들고 왔는데 올해는 딸기체험을 패스하게 되었다. 4세 반 담임선생님은 체험학습 일정을 함께 못할 때면 다른 아이들에게 나누어준 음식 등을 따로 챙겨서 보내주곤 했다. 


올해 5세 반 담임선생님은 딸기체험을 못한 아들이 다음날 등원했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어린이집도 담임선생님을 잘 만나야 했다. 새삼 4세 반 담임선생님께 돌봄을 받을 때는 몰랐던 세심함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 모든 건 지나고 나야 선명해지는 걸까. 모든 것에 당연한 것은 없다. 매사에 감사해야 한다. 엄마와 어린이집 교사와 돌봄 하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아이가 가정에서 돌봄을 받을 수 없을 때

아이 아빠가 회사일로 바빠 오전 6시 30분이면 이미 출근하고 집에 없을 때, 저녁에는 매일 야근에 주말근무까지 잦았을 때를 회상해 보았다. 둘째와 아침마다 등원을 하네마네 실랑이를 할 때였다. 차는 이미 아빠가 출근할 때 가지고 갔다. 대중교통으로 등원을 할 때였다. 그날도 어떤 체험학습을 가야 하는데 둘째와 엄마는 집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오전 9시까지 가야 하는데 누나는 학교에 벌써 도착했고, 우리 둘은 아. 직. 도. 집에 있었다.


늦어도 9시 20분 전에는 집에서 나서야 둘째를 등원시키고 회사에도 지각하지 않을 수 있었다. 9시 10분에 카카오 택시를 불렀다. 전화벨이 울렸다. 어린이집 전화번호였다.


"어머님, 체험학습 곧 출발해야 하는데 언제쯤 도착하세요?"

"선생님, 10분 내로 도착할게요."


"아,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이는 아이패드로 로블록스인지 마인크래프트인지 게임을 하는 영상을 보고 있었다. 아이의 잠옷바지를 내리고 등원할 외출복으로 갈아입혔다. 입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사과를 하나 물려줬다. 엄마가 옷을 입히는 대로 가만히 있는다. 화장실까지 갈 생각도 하지 않아 엄마 손에 물을 묻혀와서 아이 얼굴을 문질러 대충 씻기고 가져온 수건으로 얼굴의 물기를 닦는다. 로션을 바를 시간이 되면 양반이다.


아까 깎아 두었던 사과를 하나 다시 물려주고 '아이패드는 이제 그만'이라고 말했다. '아아아아~~~'아이가 떼쓰지 못한다. 입에 사과를 오물거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얼른 양말을 신기고 신발도 신겼다. 현관 앞에서 거울을 보니 엄마의 한쪽 어깨에는 어린이집가방, 다른 어깨에는 출근가방이 들려있다. 카카오택시 기사에게 전화가 왔다.


"도착했습니다. 어디세요?"

"네, 엘리베이터예요. 금방 내려갑니다."


날씨가 화창했다. 카카오택시는 바로 잡혔고, 택시를 타고 어린이집까지 무. 사. 히. 5분 만에 도착했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하나 둘' 구령을 외치며 아들과 함께 달리기를 했다. 9시 20분이다. 무사히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체험학습은 9시까지 등원해 달라고 했지만 여러 가지 준비시간을 고려해서 정해졌던 것이다. 어린이집 담임선생님의 배려로 9시 20분에 도착한 둘째는 무사히 체험학습에 갈 수 있었다.


이번 카카오택시기사는 어린이집에 들른 다음 회사로 가자고 한 부탁에 응하지 않았다. 택시기사는 짧은 콜이라 잡았지 회사위치까지 간다면 길어서 그 콜을 잡지 않았을 거라고 했다. 택시기사는 어린이집 근처에 개인적인 약속이 있어서 그곳까지는 못 간다고 잘라 말했다. 매정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카카오택시 어플에 경유지를 입력하는 옵션이 없는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아, 다시 택시를 잡아야 회사 지각을 면할 수 있었다.


어린이집 앞에서는 카카오택시도 잡히지 않았다. 대로변에서 카카오택시를 호출하고 신호등을 기다렸다. 택시가 1분이라도 빨리 와야 지각을 면했다. 속이 타들어갔다. 엄마는 무얼 위해 아침마다 이렇게 1분 1초를 따져가며 출근을 하고 있는 걸까. 돈을 몇 푼이나 더 벌겠다고 아침마다 이렇게 뛰어야 할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무제, 2023, 어린이집에서 그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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