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곤 Jun 24. 2024

안경광학과 졸업작품전으로 나만의 무테를 만들다

ep.10 내가 안경을 만들었어!

#24. 2040년 6월 24일 월 오후 1시/현재. 경기도의 한적한 안경원/ 프랑스 안경 안


점심을 먹고 나니 노곤하다. 오늘따라 엄청 뜨거운 날씨 때문인지 걸어 다니는 사람이 없다. 점점 대한민국 날씨가 동남아처럼 변해가고 있다. 태국여행을 갔을 때 알게 된 날씨 중 '스콜'이 있다. 점심 먹고 나온 식당에서 억수로 쏟아지는 비에 깜짝 놀라서 다시 식당으로 들어온 적이 있었다. 이 비가 언제 그치려나 싶게 폭우가 쏟아졌다. 하지만 여행 전 미리 알고 온 사실 중 하나가 '스콜'이라는 비였다.


위키백과에도 나오는 스콜(squall, 문화어: 스코르)은 갑자기 바람이 불기 시작하며 몇 분 동안 지속된 후 단시간 내에 퍼붓는 늦은 오후의 소나기 현상을 말한다. 1962년 세계기상기구에 따르면 스콜의 기상학적 정의를 풍속의 증가가 매초 8미터 이상, 풍속이 매초 11미터 이상에 달하고 최소한 1분 이상 그 상태가 계속되는 경우’라고 하였다. 스콜은 축약해 SQ로 표시하기도 한다.


스콜은 우리말로 하면 '국지성 폭우'라고나 할까. 라테는 말이야가 잠시 나올 예정이다. 내가 어릴 때는 비가 퍼붓기 시작하면 거의 하루종일 왔던 기억이 난다. 잠시 오다가 그치는 비는 거의 없었다. 호랑이 장가가는 날인가 하던 비는 해가 쨍쨍할 때 잠시 비가 스르르 오다가 그치는 정도였다. 어두워진 날씨에 비가 오기 시작하면 거의 하루종일 비가 왔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동남아에서 경험했던 스콜은 하루종일 올 듯 어두운 날씨에 퍼붓던 비가 길어야 10분 정도 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맑개 개었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https://www.pexels.com/


신혼여행으로 다녀온 동남아에서나 보던 비, 스콜을 한국에서도 경험하게 되는 요즘은 정말 기후위기인가 싶은 생각이 들다가 다시 해가 쨍하면 일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비 갠 뒤 맑은 날씨를 보니 갑자기 안경을 처음 만들었던 날이 생각난다. '드디어 안경을 만들었다'라고 생각했던 대학시절 말이다. 안경광학과 졸업을 위해서는 안경사 국가고시도 준비해야 하지만 또 하나, 졸작 전에 출품할 안경을 직접 만들어야 했다.


무테가 한창 유행하던 시기에 안경광학과를 다녔다. 무테는 자유도가 높다. 안경알을 담을 틀이 없기에 내 맘대로 만들어 낼 수 있다. 그 무테는 연결부인 안경다리와 코받침이 있는 부분만 잘 걸쳐주면 별모양 안경도 되고 달모양 안경도 되고 원하는 대로 만들어낸다. 그 장점을 이용해 모든 안경광학과 졸업생이 무테로 안경광학과 졸업작품전을 준비했다. 졸업예정자 모두 하나이상의 안경을 만들어 전시하기로 했다.


안경을 만들려면 여러 가지 기기가 필요하지만 일단 도수는 고려하지 않고 준비된 안경렌즈를 이용해 직접 디자인한 안경알모양을 깎아낸다. 뾰족한 칼로 안경렌즈 모양이 될 플라스틱에 내가 원하는 모양을 잘라내어 만든다. 지금은 어떤 모양을 만들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마 스무 살의 나는 동그란 모양의 일반적인 무테안경을 만들었을 것이다. 힘들게 안경테모양을 다듬고 옥습기에 갈고 드라이버로 조이고 네임펜으로 작은 나사가 들어갈 구멍을 맞추느라 고군분투했던 기억이 난다. 처음부터 색깔 있는 안경렌즈를 골라서 만든 학생은 완성된 안경을 보니 멋진 선글라스가 되었다. 알록달록한 색상은 어울리지 않지만 안경을 다양하게 만들 수도 있구나 하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안경광학과 졸업작품전이 열린다.'며 동아리방 친구들과 아는 이들에게 오라고 초대를 했던가. 어찌어찌 안경광학과 졸업작품전에 무사히 졸업작품을 내고 졸작 전(졸업작품전)을 치렀다. 남들 보기에 창피하고 부끄러운 내 작품이지만 어떻게 보아도 안경은 안경이었다. 그래 그거면 되었다.



https://www.pexels.co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