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병원에서 사후 체험을 하고 왔다

생전 처음 비수면 위내시경(일반 위내시경) 후기

by 호곤 별다방
죽는 게 이런 거구나. 나는 죽었소. 나를 잡아 잡수시오. 내 몸인데 이미 내 것이 아니었구나. 거울을 보니 나도 모르게 흘러내린 눈물에 눈가가 촉촉이 젖어있다.

숨을 내 마음대로 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행운이고 다행이고 행복한 일인지 말하지 않아도 느끼게 되는 5분이었다. 짧지만 인생에서 가장 긴 5분이었다.

누구도 이렇게 비수면 위내시경에 대해 리얼하게 설명해 준 사람이 없어 내가 직접 글로 남기기로 했다. 건강보험 가입자라면 2년마다 하는 건강검진에서 왜 우리는 추가금을 내며 수면 위내시경을 택하는지, 왜 어떤 사람은 공포를 느꼈다는 비수면 내시경이 할만하다고 하는지 궁금한 사람을 위해 쓰는 글이다.


건강검진 당일 추가 가능한 검사 종류


위암에 대한 가족력이 있는가? 위종양이나 헬리코박터균이 있는가? 그렇다면 비수면 위내시경은 고통의 연속일 뿐이니 이 글을 끝까지 읽을 필요는 없다. 다만 곧 위내시경 검사를 앞두고 있는 사람이고 수면 위내시경을 위해 추가로 내는 수 만원이 아깝고(차라리 고기를 사 먹지), 수면 위내시경을 위해 준비하고 전신마취 같은 상황에서 깨어나는 1시간가량이 아깝다고 생각한다면 이 글을 끝까지 읽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홀수연도에 태어나 2021년 올해 국가 건강검진 대상이 되었다. 매월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고 있어 국가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여러 가지 검진 중에 위내시경이 포함되어 있었다. 전신마취와 비슷하게 진행하는 수면 위내시경은 추가금이 있다. 마취에서 깨어나는 시간이 필요해 모두 합하면 1시간 이상으로 오래 걸리는 검사가 된다. 수면 위내시경 검사 후에 당일은 운전을 금하기에 보호자 동반이 필수이다.


반면 비수면 위내시경은 보호자 없이 혼자 가서 해도 된다. 위내시경 시간 자체는 5분 정도로 금방 끝나서 좋다는 말을 들었다. 몇 분 잠깐만 참으면 된다는 말에 용기를 내어 비수면 위내시경으로 접수를 했다. 우웩! 항상 마취 후 시행하는 수면 위내시경만 해보다가 올해는 용기를 내어 추가금액 없이 할 수 있는 '비수면 위내시경'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잠시만 눈을 딱 감고 있으면 끝이 난다는 친정엄마의 말씀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비수면 위내시경을 하며 든 생각은 다음과 같다. 딱 이런 느낌이다.


죽는 게 이런 거구나.

나는 죽었소.

나를 잡아 잡수시오.

내 몸인데 이미 내 것이 아니었구나.


혹시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는 사람이 주위에 있는가? 그렇다면 그 사람에게 비수면 위내시경을 꼭 한 번 해보고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주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관속에 들어가 체험하는 것 못지않은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숨을 내 마음대로 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행운이고 다행이고 행복한 일인지 말하지 않아도 느끼게 될 것이니 말이다.


간호사가 주는 마우스피스를 끼고 침대에 왼쪽 옆으로 누워 비수면 위내시경을 하는 5분이 세상에서 가장 길었다.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하아~' 한숨 쉬듯이 숨을 뱉어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비수면 위내시경 검사 전 가스를 제거하는 물약을 먹고 대기한다. 수 분후 간호사에게 호명되어 병원 검사용 침대에 누웠다. 입안에 마취 스프레이를 뿌리고 난 뒤, 만반의 준비가 된 다음 의사인지 누구인지 모를 사람이 내 앞에 온다. 눈을 감았다. 까맣고 기다란 관을 내 입속으로 넣더니 내 위를 오른쪽으로 여러 번 훑고 난 뒤 왼쪽으로 다시 훑었다. 내 위가 그렇게 밑에 까지 있는 줄 몰랐다. 가슴 절반 약간 아래까지가 위인 듯하다.


비수면 위내시경, 누가 할만하다 했는가. 우리 친정엄마다. 비수면 위내시경은 보호자 없이 혼자 가서 해도 되고 전신마취 후 진행하는 수면 위내시경보다 짧아 금방 끝나서 좋다는 말을 들었다. 검사하는 몇 분 잠깐만 참으면 된다는 말에 용기를 내어 올해는 생전 처음 비수면 위내시경으로 접수를 했다.


결론은 '다음에도 비수면 위내시경을 할 것인가?' 하는 질문을 나에게 던져본다면 내 의견은 반반이다. 비수면 위내시경을 마치고 나서 화장실 거울을 보니 내 눈은 얼룩져 있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나 보다. 슬펐다. 그래도 '할만했다?' 죽지 않고 이렇게 살아 있으니 하는 말이다. 나에게도 누군가 비수면 위내시경을 해 본 소감이 어떻냐고 물으면 '(죽을 것 같았지만 살아났으니) 할만하다.'라고 답할 것 같다. '캬캬캬 너도 당해봐라.' 이런 심정은 아니다. 세상에 죽을 것 같지만 죽지 않는 일이 어디 한두 가지 일까 싶다.


죽음을 꿈꾸는 자 일단, 비수면 위내시경을 권한다. 그다음에 생각해봐도 늦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래도 비수면 위내시경을 나는 해냈다. 이렇게 살아서 글을 남기고 있으니 말이다. 비수면 위내시경을 무사히 마치고 간호사는 나의 위 상태에 대해 이야기해줬다. 약간의 위염 증상이 있지만 약을 먹을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안내사항으로 읽어보라고 준 종이에 혹시라도 모르니 병원에서 30분 대기후 귀가하기를 권했다. 무언가 해냈다는 기쁨과 함께, 또 위내시경을 한다면 나는 어떤 방법을 선택할까라는 질문이 계속 꼬리를 물었다. 2년 뒤 수면 위내시경과 일반 위내시경(비수면 위내시경)은 또 고민될 것 같아 이 글을 다시 읽어볼 수 있게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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