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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타다..랄랄라 산티아고길(21)/부르고스,너마저!

이방인이자 방관자가 되어

by 호히부부

<호>


앞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부르고스가 문득문득 생각날 듯하다.


(여러번 반복돼 죄송하지만, 악화된 무릎을 달래려) 부르고스 대성당 광장 옆에 붙은

작은 아파트에서 이틀간 머물며

시간이 날 때마다 광장 앞 벤치에 앉아

순례자와 관광객을 물끄러미 구경했다.


부르고스 대성당


지난 2023년 포르투갈길을 걷고나서 산티아고에서 3일간 쉬며 대성당 앞 광장에 나갔었다.

시시때때로 도착해, 엎드려 서럽게 울거나, 환호를 내지르거나, 감격에 겨워 광장에 드러누워 성당을 바라보는 다양한 순례자를 관찰하는게 하루 일과였는데, 이곳 부르고스도 그런 소소한 재미가 있는 곳이었다.


부르고스 대성당은 산티아고 대성당, 레온 대성당과 함께 프랑스길 3대 대성당에 들 만큼 크고 유서깊은 성당이어서 대부분 순례자가 꼭 들르는 곳이라고.



순례자들에겐 50% 할인된 입장료 5유로를 받지만, (깨알같은 안내문 마지막에 써있는) 매주 화요일 오후 4시 30분부터 6시까지는 무료입장이란 글귀를 보고,

광장 카페에서 둬~시간 기다린 끝에 우리는 10 유로를 아낄 수 있었다.

순례자 주제에 (시간에 맞춰) 이런 소소한 즐거움까지 누리다니? ㅎㅎ


오후 4시반이 가까와오자 무료입장 줄이 길게 늘어섰다


부르고스도 많은 스페인 마을처럼 북적이던 점심시간이 지나 오후 2시반쯤 되면

대부분 상점은 문을 닫고 씨에스타에 들어갔다가

저녁 6시 무렵부터 다시 골목길은 북적북적거려

사람들을 사념없이 관찰하기 좋았다.



스페인 문화인지, 비좁은 골목 작은 카페 앞에서, 맥주나 와인 한잔씩 들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서서 큰 소리로 대화하는 모습이

볼 때마다 이방인에겐 상당히 이채로웠다.

(저 포함) 경상도 문디들이 술집에 천지삐까리로 모여 큰소리로 떠드는 것처럼 시끄러웠다고나 할까.

(근데 하몽을 많이 먹어 무릎 성능이 나보다 대단한가?오랫동안 잘도 서있으니 ㅎㅎ).


이틀간 이방인이자 방관자로 살며 부르고스 대성당 주변을 어슬렁거렸으니

이제 여행자 모드를 끄고 순례자 신분으로 돌아가

부르고스를 떠나고, 보내야 할 때가 된 듯하다.



Et Tu, Brugos?(부르고스, 너마저?)

-이 말이 여기서 맞지는 않지만, 운율이 맞으니

아재 개그라 여겨주심 감사하겠습니당.




당뇨 20년차 '호'의 혈당일지


대도시 부르고스이니만큼 대성당 숙소(아파트)근처에 한국식당, 한국음식 테이크아웃점,

메르까도(시장)까지 포진해 있으니 너무나 심신이 편하고 배부른 이틀이었다.

때마침 숙소 시설상태가 상당히! 안좋은 알베르게에서 (공용주방도없음)

연달아 이틀을 묵은 직후라 그 심정이 더했겠지만.


맨먼저 찾은 곳은 메르까도인데 혹시 생선이 (씩이나!)있나 해서다.

근데 한국음식 테이크아웃점 '올레 코리아'가 메르까도 안에 있네?

급 점심메뉴 변경, 집 떠난지 20여일만에

한국식 제육볶음 도시락으로 회포를 풀었다.



다음날은 드뎌 싱싱한 생선을 샀다.

대왕멸치, 오징어, 광어필렛같은 놈 두조각을 사서

점심도, 저녁도 생선조림(고춧가루,다시알,다시다,양파만) 으로다가 원없이 먹었다.


오른쪽은 부르고스전통음식 '모르실라데 부르고스'(돼지 피와 쌀,양파 등으로 만든 소시지)


멸치조림, 소시지와 함께 한 점심


흰살생선조림,오징어와 함께 한 저녁


대성당을 배경삼아 간식도 빠질 수 없다
먹었으니 운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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