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두가지
(2024/12월~2025/1월)
[호]
1. 사철(?) 쉬지 못하는 나무와 꽃들
인간세계뿐 아니라 무릇 세상만사에는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게 마련인
생로병사(生老病死)가 있게 마련.
석가모니께서도 인간이 벗어날 수 없는 생로병사의 고통에 대하여 깊이 회의하다가
그 답을 구하기 위하여 29세에 출가하여 해탈의 경지에 이르셨다지.
요즘 태국을 비롯하여 라오스를 여행하다보니
열대지방의 나무와 꽃들은 참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멀리서 보기에는 화창하고 아름답게 핀 꽃들도 가까이 다가가 보면 다 제 나름대로
"나 힘들어..."하는 표정이 읽히곤 한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아열대나 열대지방은 사철이 있다고 해봐야 겨우 건기와 우기로 나뉘어질 뿐,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있는 나라와 달리 항상 기온이 평균 15도 이상 올라가니
꽃이나 잎이 생육을 멈출 수 없는 듯이 보이는 것이다.
물론 식물학자들은 여기 나무들도 새잎이 나오고 낙엽이 진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우리같은 일반 여행객의 눈에는 항상 저렇게 혼신을 다해 꽃 피우고, 잎 푸르게만 보이니
그러느라 정작 이곳 나무들은 얼마나 힘들까 싶은 것이다.
봄이면 꽃 피고 여름이면 무성하고, 가을이면 열매 맺고 겨울이면 동면하는,
그런 일련의 생육 패턴이 이곳에서는 없을테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이곳 야자수도 하늘높은 줄 모르고 위로만 뻗어올라간다.
(현재 세상에서 제일 큰 나무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레드우드 국립공원에 있는
600년 넘은 세콰이어 나무로 높이가 111m라고 하니 축구장 길이보다 5m 더 길다.)
루앙프라방 거리 곳곳에서 붉음으로 또는 푸르름으로 제자리를 최선으로 물들이는,
꽃과 나무들의 강인한 생명력을 경이롭게 바라보다가 불현듯 스친,
실없는^^ 생각이었다.
지금이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건기이기 때문에
나무와 꽃들에게 물은 계속해서 듬뿍 줘야하나 보지만,
나무와 꽃들의 생각은 어떨까?
"좀 쉬고 싶으니 가만 좀 내버려 둬!"
하지는 않을지...
괜스레 생각해본다. ㅎㅎ
2. 오토바이를 타는 어린 아이들과 노점상 아이들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오토바이를 함께 타고 가는 나이 어린 아이들 모습이다.
그러던 중, 문득 궁금증이 들어 학교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집으로 가려고 하는 중학생쯤 돼보이는 아이들을 붙잡고 물어보았다.
"오토바이 면허가 있는지? 몇살 때부터 오토바이를 탈 수 있는지?"
그러나 아무도 대답을 못한다.
아예 면허같은 것은 있지도, 알지도 못하는 눈치다.
하긴 어릴 때부터 부모가 태워주는 오토바이 생활을 계속해왔을 테니
오토바이는 신체의 일부나 발에 맞는 신발처럼 익숙해져 있으리라.
두세명은 기본이고 많으면 5명까지 일가족이 오토바이를 타고가기도 한다.
오토바이를 운전하면서도 스마트폰을 보고 가거나, 오토바이 뒷자리에 비스듬히 앉아서 손도 잡지 않고
태연히 이동하는 아이들 모습을 보면 아찔하기까지 하다.
베트남 하노이나 태국 방콕에서도 오토바이 행렬을 많이 봤지만
그에 비해 길거리에서 오토바이 사고현장이나 넘어져 있는 모습을 한번도 본적이 없긴 하니
이 또한 실없는^^ 생각일 것이다.
또 루앙프라방 거리를 이리저리 걷다보면
길거리에서 노점을 펼치고 앉아 새나 복권, 혹은 꽃이나 바나나를
팔고 있는 어린 아이들을 자주 보았다.
학교에 갈 나이처럼 보이는 아이들이 새까매진 맨발과 두손으로 꽃을 만들거나,
물건을 팔고 있는 모습은 정작 1960~1970년대 어릴 때 시골장터에서 많이 봐왔던
우리나라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라오스의 아이들은 말을 붙여 보면 대부분 천진난만한 웃음을 짓거나,
수줍어하면서도 밝은 표정으로 낯선 여행객들을 환히 맞아주어서
그 순수함에 덩달아 함께 미소짓게 된다.
언뜻 메리골드처럼도 보이는 저 꽃은 야자수 잎으로 삼각 대롱을 만들고
거기에 '가브라'라는 오렌지꽃을 끼워 만든,
루팽(Lupang)이란 이름의 '사원에 바치는 꽃'이라고 한다.
동네 거리에서 어린 꼬마에게서 산 꽃 한송이를 사원에 바치며
가난하지만
해맑은 라오스 아이들을 생각해본다.
(2024/12월~25/1월, '라오스 한달살기' 중에 가족카페에 '실시간'으로 쓴 글입니다. 가족카페다보니 격의없이 씌어지거나, 미처 생각이 걸러지지 못한 부분들도 있지만 그 나름의 솔직한 정서와 감정에 의미를 두고 공유합니다. 글 중간에 2025년, 현재 상황과 심정을 삽입하기도 하고, 글 맨아래에는 현재 생각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호]
라오스에 다녀온 지 두어달 밖에 안 지났지만
그때 찍은 사진과 쓴 글을 읽으니
아직도 라오스에 머물고 있는 듯 기억이 생생합니다.
우리가 보기에 길거리와 식당,화장실은 좀 지저분하고 더러웠지만
라오스 사람들의 마음과 인상만큼은 정말
반짝반짝 빛났습니다.
그런 민족성으로 라오스는 앞으로 잘 사는 나라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히]
라오스 길거리 시장이나 노점상을 지나다보면 물건을 파는 부모 옆에
아이들이 함께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상적인 것은 제 눈엔 열악한 환경임에도
구김없는 아이들 표정이
마치 거기가 최고의 안식처이자 놀이터인 양 했습니다.
그 모습이 한편 안쓰러우면서도 마음 따뜻해지고 보기 좋았습니다.
그러고보니 라오스 거리에서 물건이나 음식을 파는 사람들은 무척 많았지만,
단 한명도 구걸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네요.
신성한 노동을 통해 정직하게 하루 밥벌이를 하는 라오스인들이어서인지
어른이고 아이고 간에 이들의 순수한 눈빛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가진 것 없어도 주눅들지 않는 당당함이랄까...
어느날 저녁,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동네 사원에 바친 꽃 한송이의 안부^^가 궁금해 일부러 찾아가봤더니
한송이가 다섯송이가 되어 있더군요.
루앙프라방의 기분 좋은 저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