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건너 촘펫 마을에서 타임머신을 타다
(2024/12월~2025/1월)
[히]
메콩강을 마주할 때마다 손으로 잡힐 듯,
강 건너로 보이던 마을, 촘펫 마을을 오늘은 가보기로 한다.
메콩강을 사이에 두고 카페들이 즐비한 올드타운과는 다르게
눈으로만 봐도 조용한 느낌의 시골 강가 모습에
볼 때마다 마음이 끌리곤 했다.
루앙프라방 도심과는 다른, 더욱 더 자연스러운
라오스 사람들의 소박한 일상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걷는 길목에는 자그마해서 정감 있는 동네 사원들, 왓 씨앙멘 사원과 왓 촘펫 사원도 있다.
왓 촘펫 사원은 언덕에 자리해서 강 건너 푸시산이 있는 도심의 뷰를 감상하기 제격이라고 한다.
며칠 전, 푸시산 정상에서 메콩강 건너 아름다운 촘펫 마을을 보았는데
이번엔 반대로 촘펫 마을에서 푸시산 주변을 감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배는 새벽 6시부터 밤 12시까지 운행하는데 배시간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인원이 차면 수시로 가는 듯하다.
현지인을 비롯하여 하루종일 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 보인다.
배를 타니 배삯 징수원이 돌아다니며 그 자리에서 돈을 받는다.
배삯은 1인 1만킵(600원, 오토바이나 자동차는 배삯이 달라지겠죠?)
이곳의 대중교통 수단답게 배를 이용하기가 마치 도시 지하철을 이용하는 듯
아주 효율적이고 편리하다.
촘펫 마을 선착장을 올라서자마자 꼭 여행객 마중이라도 나온 듯이
놀러나온 동네 꼬마들이 새총을 가지고 놀고 있다.
남편이 새총으로 폼을 잡자 똑같이 따라 하는 천진난만한 아이들 모습에
저절로 웃음이.ㅎㅎ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 뒤를 따라 마을 초입으로 들어가는데
금세 우리나라 5,60년대쯤으로 타임머신을 탄 듯,
소박하기 이를 데 없는 옛 정취 가득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강 하나를 사이에 두었을 뿐인데 여행객이 집중되어 있는 도심과
이곳은 비현실적으로 느낌이 다르다.
일단 고요하기 이를 데 없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마을 사람들 삼삼오오 모여서 웃고 떠드는 소리,
아이들 깔깔대는 소리, 닭 울음 소리, 가끔씩 지나가는 오토바이 소리뿐인데
이상하게 촘펫 마을에서는 이 소리들이 소음이 아니고, 활력 넘치는 에너지로 들려온다.
어른도, 아이도 사진찍는 데 관대하고 밝은 라오스 사람들.^^
어른은 어른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심지어 짐승은 짐승대로
비록 가진 것 없으나 유유자작 자연에서 한데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이
이런 것인가 싶기도 하고.
바쁘고도 바쁜 세상 가운데 있다가 갑자기 이곳만 시간이 멈춰 있는 듯한,
모처럼^^ 소녀같은 갬성이 들기도 하고.
그러나 마을길을 걷다보니 겉으로 보여지는 고즈녁한 마을 풍경 이면에
녹녹지 않아보이는 눈앞의 현실도 보인다.
차가운 도심 속에서 살다가 옛스런 따스한 정감을 주는 이런 풍경들이
잠시 지나가는 이방인에게는 낭만과 향수로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정작 온가족을 잘 먹여 살리기 위해 한끼의 식사를 준비하는 이곳 사람들의
시간과 수고가 만만치 않아보인다.
그러고보니 아까 올 때 카페리에 툭툭이가 실려 있어 재밌어 했는데
이곳 마을 주민들의 돈벌이 수단이였구나 하는 생각이 이제서야 든다.
쉬엄쉬엄 약 20여분 걸어가자
시골마을에 어울리는 자그마한 사찰 한곳이 나왔다.
왓 씨앙맨이다.
가볍게 둘러보고 10여분 더 걸어가니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오른쪽 길을 따라가니 금세 두번째 사찰 왓 촘펫 입구다.
계단 수가 많지 않은 대신 돌계단이 듬성듬성 놓여있다보니
오르기가 두배는 힘들었다.
그러나 다 올라가면 후회스럽지 않은 경관이 눈앞에 기다리고 있다.^^
촘펫 마을에서 바라보는 메콩강과, 참으로 편안한 능선의 산으로 둘러싸인
루앙프라방 시가지 모습이다.
푸시산에서 바라보던 모습에서 방향이 반대로 바뀌니
마치 처음 보는 도시인 듯 새롭다.
이곳 사원에 사는, 귀여운 아기고양이가 환영을 나왔다.
재롱을 부리며 먹을 것을 달란다.
마침 가져온 간식으로 꼬셔서ㅎㅎ 사진을 찍으며 논다.
경치감상에 빠져 왓 촘펫 사원은 뒷전이네요?ㅎㅎ
정작 사원의 모습이나 주변환경은 관리가 되지 않은 듯 무성한 느낌을 주었으나
사원 언덕에서 도심 경치를 한번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곳까지 온 보람을 느끼며
뒤이어 올라온 다음 여행객에게 뷰포인트 자리를 내주고 떠난다.ㅎㅎ
카페리를 타고 되돌아오며 배에서 바라본 메콩강 모습이 참 아름답다.
정신없는 카페리 내부모습 구경하느라 갈 때는 못본 풍경이 돌아오는 길에는 보인다.
오늘은 페리호를 타고,
푸른 하늘과 태양 아래 메콩강을 봤으니
다음에는 크루즈를 타고,
저녁 노을 아래 메콩강을 한번 감상해봐야겠다.^^
(2024/12월~25/1월, '라오스 한달살기' 중에 가족카페에 '실시간'으로 쓴 글입니다. 가족카페다보니 격의없이 씌어지거나, 미처 생각이 걸러지지 못한 부분들도 있지만 그 나름의 솔직한 정서와 감정에 의미를 두고 공유합니다. 글 중간에 2025년, 현재 상황과 심정을 삽입하기도 하고, 글 맨아래에는 현재 생각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호]
사람의 기억은 오래 가지 못하는 건가요?
아니면 제가 단기기억상실증에 놓여 있는 건지도...ㅎㅎ
불과 석 달 전에 제 발로 다녀온 곳임에도
여행 일기를 다시 읽으면 전혀 안가본 것처럼 새로운 느낌입니다.
하긴 빨리 잊어야 또 다른 해외 도시 한달살기를 꿈꿔볼 수 있으니
이 또한 나쁜 것만은 아닐 테지요?
그동안 해외 여러 도시에서 한달살기를 해봤지만
아직 못해본 한달살기 도시가 너무나 많습니다.
바오밥 나무가 도열해 있는 마다가스카르,
막시무스의 집과 사이프러스 나무와 밀밭이 인상적인 토스카나 지방,
살사의 나라, 쿠바도 다시 한번 가보고 싶긴 합니다.
시간은 유한한데
세계는 넓고 가볼 곳은 많습니다.ㅎㅎ
[히]
다시 봐도, 촘펫마을에서의 한나절은 시간을 넉넉하게 가진
자유여행자이기에 누려볼 수 있는 호사로움이었습니다.
촘펫마을은 메콩강 바로 건너,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거리에 있었지만
관광지화 되어 있는 부산한 시내 중심부 라오인들의 일상과는 저 멀리 동떨어진 듯한,
고요함과 순박함을 품은 마을로 마음에 남았네요.
루앙프라방에서 최소 반나절 정도만 시간을 낼 수 있다면
촘펫마을에서 과거로의 타임머신을 타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