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한달살기(6)/루앙프라방

새벽을 깨우는 탁발행렬을 따라

by 호히부부

(2024/12월~2025/1월)


[히]


루앙프라방에 온지 10일째 되는 날,

(숙소가 여행자 거리에서 좀 떨어진 외곽에 있다보니 미루고 미루다가)

드디어 오늘 새벽 탁발행렬을 보러 나갔다.

탁발(托鉢)은 마을로 나가 주민들에게 음식을 얻는 불교승려의 수행방식으로

불교국가라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모습이겠지만

라오스에서, 그것도 650여년간을 매일같이 지속해온

루앙프라방 스님들의 탁발수행은

이곳을 방문하는 모든 여행객에게는 가장 큰 볼거리이자

놓쳐서는 안되는 순례코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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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답게 고요하기 이를 데 없는 남칸 강 철길을 건너다가 바라본, 푸시산 언덕 황금 탑


탁발행렬은 새벽 5시 반 즈음에 루앙프라방 시내중심(야시장 주변,

왓 씨엥텅 사원 앞 등) 여기저기서 구경할 수 있다고 한다.

숙소에서 새벽 5시부터 나와 탁발행렬 장소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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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마저 느껴지는 꼭두새벽,

곤히 잠들어 있어야 할 아기와 함께 길가에 나와 앉아

마치 고행하듯 사원에 바치는 꽃(루팽)을 파는 사람들,

사찰 주변을 돌며 탁발하는 스님들을 위해서

어스름한 골목 여기저기 다소곳이 공양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정성스런 풍경들을 보니

라오스 국민들의 독실한 불심이 고스란히 느껴지며

새벽공기처럼 마음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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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9_053147.jpg 의자에 앉아 공양할려면 현장에 있는 상인에게 공양거리를 사야 한다. 주로 밥, 과자류들..


늦을까봐 너무 빨리 걸어왔던지 시내 야시장 거리에 도착하니

스님들을 기다리는 공양물과 빈 의자의 행렬부터 만난다.

사진으로만보던 모습을 실제로 보니 신기하기도 하지만

저렇게 많은 의자에 사람들이 다 앉기는 할려나 괜스레 걱정도 된다.

실은 공양하는 사람들, 탁발하는 승려들 모습을 우리는 구경만 할 거라...ㅎㅎ

시주할 사람들만 앞 의자에 앉고, 구경꾼은 그 뒤에 앉거나 거리에서 서성이며

스님들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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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구경꾼 의자에^^ 이 새벽, 잠들어 있어야 할 아기야~ 거기서 뭐하니? ^^
20241229_053450.jpg?type=w1600 공경의 의미로 신발도 벗어두고. 같은 포즈, 같은 마음?! ㅎㅎ


그러는 사이, 기다린 지 10여분이 지나자,

드디어 주황빛 승복을 입은 스님들이 등장한다.

어깨에는 음식을 담을 발우통을 하나씩 메고 동자승 같은 옛되 보이는 어린 스님들,

건장한 청년스님들, 노장 스님들이 한데 섞여 맨발로 천천히 걸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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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남자들은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사원에 머물며 불교경전을 공부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사원이나 길거리에서 동자승들을 자주 보곤 했는데

탁발행렬에도 노승보다는 거의 젊은 스님들이 주를 이루었다.

노장스님들은 그렇다쳐도, 한창 잠이 많을 어린 스님들은 탁발을 위해

새벽에 일어나기가 참 힘들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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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소년 동자승들의 모습에 미소가^^


부모 마음이 되며 안쓰럽기도 하고, 한편으로 대견하기도 하고...

부디 젊은 스님들은 이러한 시간들을 통해서

세상을 잘 살아가는 지혜와 배움을 얻는 값진 시간이길 마음으로 빌어본다.


루앙프라방 청소년^^ 스님들의 탁발행렬


잠시나마 탁발행렬을 보고 있노라니,

탁발은 서로간의 '나눔'이라는 의미에서 그 자체로 거룩한 행위같다.

신발을 벗고, 무릎을 조아리고 정성스레 공양을 바치는 사람들과

무소유를 실천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받는 스님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다시 가난한 이에게 받은 음식을 나누는 모습에서

12월 말, 나름 쌀쌀한 루앙프라방의 새벽에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고 덩달아 마음도 훈훈해진다.


20241229_060313.jpg?type=w1600 탁발한 음식을 다시 빨간 바구니에 덜어놓는다


루앙프라방 노승의 탁발의 의미


잘 배운^^ 동자승의 나눔


그런데 한편으로 루앙프라방의 탁발행렬을 보고자 하는 수많은 관광객들로 인해

언젠가부터 이 거룩한 의식이 관광상품화가 되어간다는 얘기도 들었다.

탁발행렬 장소에 오니 우리에게도 공양거리를 사라고 다가오는 여러 상인들이 있었는데

(필요 없다고 거절하니 바로 오케이 함)

그중에 공양이 시작되면 어수선한 틈을 타 바구니에 계속 채워주고는

나중에 돈을 더 요구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나보다.


그러나 한편으로, 세상 사람들 사는 곳에는 그 어디라도 있을 법한 일이 아닌가 생각도 해본다.

이로인해 세상과 소통하고 나누는 단순한 행위, 따뜻하고 선한 힘을 지닌

이 거룩한 탁발의 정신이 부디 상처입지 않기를.


20241229_055431.jpg?type=w1600 공양거리를 팔고 있는 거리 상인들. 결코 다 그러는 것이 아니겠죵!


그렇게 약 한시간 가량의 탁발행렬이 끝나는가 싶었는데

눈앞에서 행렬의 하일라이트를 보았다.(순전 제 생각이지만^^)

탁발을 끝내고 걸어가던 몇몇 스님들이 갑자기 제자리에 서더니

우리나라 스님들의 염불과는 결이 다른, 불경인듯 불경 아닌 듯한 염불을 시작한다.


때맞춰 루앙프라방의 어스름한 하늘이 걷히고,


서서히 동이 터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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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프라방, 탁발행렬 하일라이트




모처럼 새벽부터 걷고 뛰었더니 속이 급 허해져서

바로 인근 새벽시장으로 직행(탁발행렬을 본 후 이어서 새벽시장 방문은

한국 여행객에게 거의 패키지 코스같은 것^^),

뜨끈한 쌀죽과 국수로 허기진 속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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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시장 인기메뉴 쌀죽, 쌀국수


영혼과 육신이 든든해진

루앙프라방의 밝은 새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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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입구에 가만히 앉은 이 개도

이미 득도한 견성견(見性犬)처럼


'웬 중생(衆生)이 멀리서 왔나?'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한다.






(2024/12월~25/1월, '라오스 한달살기' 중에 가족카페에 '실시간'으로 쓴 글입니다. 가족카페다보니 격의없이 씌어지거나, 미처 생각이 걸러지지 못한 부분들도 있지만 그 나름의 솔직한 정서와 감정에 의미를 두고 공유합니다. 글 중간에 2025년, 현재 상황과 심정을 삽입하기도 하고, 글 맨아래에는 현재 생각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2025년 3월의 생각"


[호]


부처님 오신 날 즈음이면

신문이나 텔레비전에

환한 웃음을 터뜨리는 동자승 모습을

가끔 봅니다.


세상 번뇌와 힘든 세파와는 전혀 아랑곳 않고

순진무구한 무중력 상태의

천진난만은 어디에서 비롯될까

한번쯤 생각해보게 됩니다.


루앙프라방에서 만난 동자승도

순수한 눈빛을 잃지 않고

자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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