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마의 글공간
향기, 향기가 났다.
길을 걷다 문득, 문득 향기가 났다.
과거, 순간 과거가 찾아왔다.
향기, 아련한 기억의 냄새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너의 향기
길을 걷다 멈춰서서 시야가 흐릿해졌다.
심장이 한계단 내려가는 듯한 철렁거림
그것은 아픔이라 할 수 있고 아픔이라 할 수 없는
기억의 조각을 잡으려다 다시 길을 걷는다.
멈춰 섰던 그 자리를 돌아보자 흔적 없이 모든게 흩어지고
너의 향기, 너의 기억, 아련했던 순간, 멈춰 섰던 시간
아무 의미 없이 갈 길을 걸어간다.
그날은 유독 비가 많이 내렸다.
우산을 쓰고 있어도 몸이 다 젖을 만큼,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그렇게 온몸이 다 젖어가며
당신의 집에 찾아가자 수건으로 머리를 닦아주며 안아주었다.
"수고했어..."
작은 위로의 말에 느껴지는 따듯한 온기에 마음이 편안했다.
창문을 활짝 열어 놓은 베란다에서 작은 조명을 하나 켜놓고 작게 발라드 노래를 틀었다.
당신을 지긋이 바라보자 눈이 마주쳤다. 서로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지금의 시간이 너무 황홀했다.
우리는 이별의 가사를 내뱉는 노래를 들으며 미래에 대해 얘기했다. 당신은 말했다.
"이럴 거면 빨리 결혼하고 싶다~"
순간 가슴이 아팠다. 대학교를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나에게는 너무나 버거운 미래의 짐이
지금 당장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아 불안했다.
서로는 함께 있기를 원했지만 준비가 되려면 너무나 긴 시간을 흘려보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당신은 나의 볼을 부드럽게 쓰다듬더니 방으로 들어가 소주와 치즈를 가지고 왔다.
작은 잔에 소주를 따르며 당신은 말했다.
"표정이 왜 그래 오늘 힘들었어?"
소주를 한잔 마시고 당신의 손을 잡았다. 당신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얘기했다.
"아니 불안해서... 폭탄이 폭발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어"
사랑이라는 것으로 포장해 놓은 욕구들을 과연 당신이, 내가 견뎌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나를 떠나버릴 것 같은 불안감. 서로를 계속 안심시켜주기에는 서로가 너무 가진게 없다는 두려움.
당신은 계속 침울해 있는 나를 계속 바라보더니 얘기했다.
"걱정하지마 다시는 당신 곁을 떠나지 않을게"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다. 비 소리에 음악이 묻힐 만큼 세차게 내렸다.
나를 절대로 떠나지 않을 거라 말하는 것 같은 당신의 눈을 보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불안했다. 아니 어쩌면 직감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세상 그 어떤 물건도 빛이 바래버리듯 우리의 마음도 어느 순간에는 시들어 버릴 것이라는 것을...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그 어떤 형태로든 간섭이 필요하다 느꼈지만 할 수 있는게 없었다.
당신은 나에게 입맞춤을 해주었다.
향기, 향기가 났다.
샴푸와 화장품 냄새가 섞인 듯하면서도 다른 여자에게서 느껴지지 않는 당신만의 향기가 났다.
그리고 나를 꼭 껴안아 주며 당신은 작게 속삭였다.
"사랑해..."
너의 향기와 함께 비 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