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꼬꼬Ma Oct 18. 2016

[觀察] 그녀의 연애_4

꼬꼬마의 글공간




심리를 이용해 이성의 마음을 얻는 방법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상대의 심리를 이용해 나의 본모습이 아닌

짜여진 각본의 모습으로 사랑을 쟁취한다면
그게 진정 올바른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일까?


본인의 입장에서 잘해주는 것이 그녀를 위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친구,
자신을 안달 나게 했던 전 남자를 잊지 못하고 돌아가려는 그녀,


친구는 마지막 나의 물음에 답하지 못 했다.
성욕조차 참고 견디지 못하는 마음으로 과연 상대방의 서운함에 인내하며

서로의 관계를 지킬 수 있을까?
여전히 나의 주변 연애들은 항상 위태로워 보인다.


그녀에게서 문자가 온다.
[미안해... 결국 헤어졌어...]


친구에게서 문자가 온다.
[헤어졌다! 휴 속 시원하네 담에 술이나 한잔하자!]


딱히 둘이 잘 되든 그게 아니든 상관은 없다.
아마 처음부터 나의 마음속에서는 둘이 잘 되지 않으리란 생각을 이미 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상한건 이 뒤에 이어질 내용까지도 대충 감이 온다는 것이다.



3주가 지난 뒤 그녀에게 연락이 왔다.
그녀는 차분하게 나의 안부부터 묻는다.


"여보세요... 잘 지내지?"
"나야 뭐 항상 똑같지, 근데 한동안 뜸하더니 뭔 일이냐?"
"그냥~ 나 그전 남자친구랑도 완전히 끝났어..."
"그건 내가 꼭 들어야 할 소식인건가?, 나에게 별로 필요 없는 소식 같은데"
"그냥 친구랑 잘 해볼걸 후회도 되고 그래서..."
"그래서 너의 요점은 뭔데?"
"정말 나도 모르겠다... 전부 후회만 된다..."
"푸념 듣기 싫다, 끊는다"
"우리 사이에 이러기야?"
"응 기러기야 끼륵끼륵"
"오늘 술이나 한잔할까?"
"헤어진 아줌마의 푸념 따위 듣고 싶지 않다~ 수고하세요"


그녀와 통화를 하니 친구의 소식이 궁금해진다.
한동안 친구도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인지 딱히 연락이 없어 그냥 내버려 뒀는데
전화를 해보기로 한다.
친구와 통화를 하며 전화로 대화하는 것이 귀찮아 저녁에 만나 술을 한잔하기로 약속을 잡는다.
그녀보다는 그녀와의 연애로 힘들었을 친구의 이야기가 왠지 듣고 싶어졌다.


예전부터 친구와 자주 술을 마시며 돌아다니던 동네 술집 거리에서 친구를 만난다.
자주 보던 놈이라서 그런지 딱히 달라진 것도 없고 여전히 그대로다.
우리는 자주 가던 단골 술집으로 들어가 소주와 간단한 찌개를 시킨다.
친구와의 평범한 대화 속에서 그녀의 존재는 먼지 조각조차 보이지 않는다.
궁금함에 친구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제 완전히 다 잊었어?"
"누구? 아~ 잊고 말고가 어디 있어, 그냥 할만큼 잘 해줬고 끝났으면 끝난 거지"
"의외로 시원시원하게 미련 없이 쾌변이라는 말?"
"걔는 말도 꺼내지마 떠오르니까 징글징글 하다 걔랑 다신 인연이 없었으면 좋겠다"


둘 사이에 어떤 자세한 일들이 일어났을지는 모르지만 대충 어떤 상황들이었을지 예상이 된다.
하지만 이제는 친구의 표정에서는 미련이 보이지 않는다.
탁자에 올려뒀던 나의 휴대폰이 계속 울린다.
그녀의 이름이 휴대폰에 부재중으로 계속 남기 시작한다.
친구가 궁금함에 묻는다.


"누구냐?"

"그 있잖어, 그... 갸!"
"갸? 누구?"
"너랑 짝짝꿍하다가 끝난 애"
"아..."
"오늘 술 한잔하자고 그러더라고"
"근데 왜 안만났어?"
"그냥"
"전화는 왜 안받어?"
"술 먹자 했었는데 또 술 먹자고 얘기하겠지"
"먹음 되지?"
"왜 술이 좀 들어가니 아쉬워? 나오라고 할까?"
"마음대로~"


그녀의 전화를 받자 역시 용건은 술을 먹자는 얘기다.
아마 오늘 친구가 아닌 그녀를 만났더라면 술에 취해 친구를 불러달라고 떼를 썼을 것이다.
얼마 후 그녀가 술집으로 오고 그녀와 친구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서로에게 인사를 한다.
두 사람이 사귀었던 사이가 맞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둘은 시원하게 대화를 이어간다.
그런 모습이 어이가 없어 마음속에 있던 말이 튀어나온다.


"지랄들을 한다"


둘은 되려 내가 이상하다는 듯 서로 편을 들며 나를 어이없게 만든다.
술자리의 분위기는 오히려 침울하지 않고 둘의 모습에서 즐거움이 느껴진다.


모두 술이 알딸딸하게 취해 술집을 나온다.
둘은 짜기라도 한 듯 붙을 듯 말 듯 가까이 서 있는다.
그런 둘이 알아서 하게 이용당해 주기로 한다.


"나 피곤해서 먼저 갈라니까 알아서들 더 먹든지 해산하든지 하쇼"


둘을 등지고 집을 향해 걷다 뒤를 돌아 그들을 바라본다.
그들은 손을 잡고 나와 반대 방향으로 걷고 그 뒷모습이 점점 작아진다.



우리는 매번 짜여진 몇개의 각본을 가지고 계속 반복되는 연애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달라진다며 달라지지 못하고
이번 연애는 다를 거라며 장담을 해도 매번 비슷한 패턴으로 흘러가 파멸을 맞이한다.
가끔 주변을 보면 우리가 사랑을 하고 싶은 것인지 연애의 과정을 하고 싶은 것인지 헷갈리게 된다.
그리고 여전히 그녀는 나에게 전화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觀察] 그녀의 연애_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